"안녕"이라는 말 ㅡ
무섭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오랫만에 반갑게 만날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반가움의 표시다. 하지만 한 순간이든 영원히 보지못하게 될것을 예언하는 끝인사도 "안녕"이다.오늘따라 짙고 낮게 드러워진 잿빛 하늘이 무겁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차가운 바람은 뼛속신경을 건드린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때문인가보다.
죽음은 명제이다. 거스를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오늘 그를 보내고 나니 좋아 죽고 못사는 사람들이 강제격리되는 것이 언제든 찰라에 일어날 수 있는 삶의 일부라는 것을 깨닳았다.
십여년전 사진을 찍는다는 귀한 인연으로 만나 사계절, 제한된 시간없이 어느때나 만나 사진으로 교감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지난해 기록적인 무더위가 끝날때쯤 몸이 아프다해서 일상적인 잔병치레 정도로 치부했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내게 어느날 폐암이라는 결과를 그저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그것도 수술이 불가능하고 양쪽에 모두 전위가 되어있다고ㅡ하지만 그의 긍정적 사고와 행동, 그리고 이겨낼거다라는 다짐의 말을 듣고 걱정도 됐지만 나쁜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적어도 그때만해도 그랬다.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나 괜찮아, 통증도 별로 없어"
"그런데.. 폐암이래"
"이러다가 괜찮아지겠지"
어제 전화가 왔다. 준호형님 휴대폰이었다. 그런데 형님 목소리가 아니었고 형수님 목소리었다. 나는 직감했다. 심각한일이 일어났구나. 병원에 급하게 입원정도 했나보다라고 마음속에서는 다음 대화를 기다렸다.하지만, 돌아가셨단다. 그것도 오늘장례를 치뤘다는 얘기다. 아무생각도 말도 없는 공황상태가 됐다. 이내 머릿속은 정지상태의 백지장으로변하고 해머로 크게 한 방 얻어맞아 이내 바보가 돼버렸다. 유품을 정리하며 그동안 휴대폰의 문자대화가 남아 있어 꼭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하셨단다.
지난해 늦은 가을 11월 어느날, 내가 제안을 했다. "형님 우리 번개 출사 합시다."
그의 투병과정을 보면서 내심 불안했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마지막 사진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그날 했었다.몇 분의 지인을 불러 우리가 발이 닳도록 찾던 곳, 양수리로 목적지를 정하고 항상 그랬던것처럼 푸른새벽이 열리기전으로 시간을 정하고 만났었다.그는 여느때처럼 꼭두 새벽부터 우리 일행을 설레임에 기다렸단다. 양수리의 일출을 담고 바람을 담고 빛을 담고 우리들의 얼굴을 담고, 정해진 일정처럼 양수리 해장국집에 들러 식사를하고 그날은 그랬다. 마지막 이별 출사기획이었다.
이제 준호형과의 이별을 하려고합니다.
준호 형님ㅡ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구리시민공원, 양수리, 양평, 청평, 가평, 춘천, 설악산, 동해바다, 속초, 솔섬, 양떼목장, 대관령, 삼양목장, 봉평, 우음도, 오대산, 서해와 남해, 서울의 고궁들 전국 방방곡곡을 휘젓고 다녔지요.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빛의 경계를 아름답게 표현 해보자고 의기투합도 했고, 인물, 모델, Nude Art 등 여러장르를 함께 섭렵했었습니다.시민공원, 서래섬의 유채꽃을 보아도, 두물머리에 금빛 물안개가 펴올라도, 봉평의 메밀꽃을 보아도, 설악산의 붉은 단풍을 보아도, 동해의 거친파도와 쪽빛 바다를 봐도 형님 생각이 날것입니다.불현듯 두물머리에 들러 전화를 하면 언제든 뛰어 나오실것만 같습니다.항상 화려한 원색 사진을 추구했던 김준호 형님 저와 함께해준 이 세상을 멋지게 추억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부디 영면하십시오.
끝으로 고백합니다.
안녕이라는 단어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어요. 형님이 가계신 그곳 세상은 항상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화려한 세상이겠죠? 언제가는 만나겠지요.
우리 다시 만나면.. 무거운 카메라 들쳐매고..또 사진 찍으러 나가야죠. 형님
한용길 드림
제목
한용길
메일보내기
이전글 : 
다음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