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의 미학’ 세상에서 젤 재밌는 사진여행 연재2
[패턴의 미학]
사진은 아니 시각예술은 점.선.면으로 이루어진다. 선을 잘 구성하는 것이 작품의 기본이며 패턴(무늬)의 절묘한 이용은 작품의 품격을 우수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 중에서도 똑 같은 형태나 선으로 이루어진 반복된 패턴은 사진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독산자 대협곡의 오랜 침식과 풍화로 전나무처럼 생긴 무수한 기암들도 바로 이러한 원리다. 독산자 협곡을 가지 못하고 우연히 만난 이 흙더미로 이루어진 이 산자락은 독산자보다 더욱 이채로운 무늬를 지니고 있었고 이는 필자의 주관에 의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으로 무쌍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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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자 대협곡? 아마도 이 이름이었을 것이다. 역시 멀고먼 여정이었다. 아마도 한리목호수에서 5시간도 넘게 달려서 도착한 것 같다. 그런데 공사중이란 팻말이 붙어있다. 아무리 사정해도 입장불가였다.
오 작가는 촬영을 포기하고 숙소로 이동을 하길 원했다. 지금 부지런히 달려도 11시 이후에 도착하고 도중에 저녁을 먹는다면 자칫 길에서 자야 된다고 했다. 오전 2시 이후엔 통금으로 차량의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선 거금을 들여 모델이 동행했는데 누드 촬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름난 명승지가 아니더라도 외진 곳이나 폐가 등을 찾아 잠시라도 촬영하겠다고 우겼다.
거대한 도시외곽의 외진 비포장도로. 바짝 마른 도랑이 있고 무너진 흙더미가 보였다. 형편없는 배경이었지만 이곳에서 몇 컷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호텔까지의 도착시간이 초를 다투었고 모델이 토를 하는 등 컨디션이 아주 나빠 심리적인 압박감이 무척 심해 제대로 된 작품을 연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버스로 가서 대원들을 이끌고 오도록 주선을 하고 주변을 더욱 꼼꼼히 둘러보다 후미진 산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오솔길을 발견했다. 잠시 후 너무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앙코르 와트나 잉카의 마추픽추를 발견한 것 보다 더 위대한 발견이었다. 누군가가 실크로드의 오채산과 비교하여 아무것도 아니라고 초를 쳤지만 나의 생각엔 그 유명한 관광지 보다 이곳이 훨씬 효용가치가 높았다.
애초에 우루무치에서 서쪽 행을 기획하지 않고 정반대인 천산산맥의 고산지대를 향해 동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너무나 좋은 명승지가 수없이 많아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전주난장처럼 몰려들어 우리들끼리 오붓하게 촬영을 할 수가 없고 설사 촬영을 해내었다고 해도 모든 사진가들의 카메라에 모조리 기록되어 있어 희소가치 면에서 이미 아무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이 고달픈 천산산맥 행을 고집한 것이었다.
좁은 오솔길 아래 마른 도랑엔 석유가 땅거죽을 비집고 나와 흐르고 있었다. 아르메니아 지방에선 웅덩이마다 석유가 고여 등잔불을 붙이고 연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곳에서 그러한 현상을 목도하였다. 오다가 독산자 유전구란 팻말을 보았는데 비로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무진장의 보물이 묻혀 있으니 당연히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 비행기를 타고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왕짜증이 일었다. 삼엄한 검문 때문이었다. 검색대를 통과한 오후 4시경엔 대원들에게 외교부에서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여행자제지역으로 정해졌으므로 주의를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우리들의 버스가 촬영지를 향해 출발하자 경찰차가 따라 붙어 에스코트를 시작했다. 구역이 바뀌면 그 지역 경찰차가 인계인수를 받아 또 앞장서서 우리 버스를 견인하였다. 그날 하루 종일 따라 붙는 경찰들 때문에 거의 촬영을 할 수 없었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식당과 상점에도 엑스레이 검색대가 설치되어 가방과 몸을 매번 긁어대었다. 심지어는 화장실 입구에도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리지역의 대부분의 시가지엔 일반건물보다 경찰서가 더 많아 보였다. 삼엄한 검문검색에 수시로 버스가 묶여 촬영일정에 많은 차질이 빚어졌고 당연히 누드촬영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산의 규모는 그리 웅장하지 않았지만 석유가 배어 나온 탓인지 땅 거죽의 색깔과 질감이 기기묘묘하였다. 어느 방향에서 어떤 구도로 찍어도 모조리 걸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후미진 후진 곳에서 누드 시늉만 낸 우리들은 옷 입은 모델을 포인트로 배치하고 이 얼룩덜룩한 땅거죽을 어떤 색감과 어떤 질감으로 표현해 낼까를 고민하며 그에 맞추어 구도를 잡아 나갔다. 빨간 옷을 입은 모델 쉬 지안을 포인트로 구성을 하자 작품의 가치가 더욱 상승되었다. 필자의 사진방식은 무의미한 빈 풍경보다는 하다못해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촬영하고 있는 동료작가라도 삽입하여 구도의 묘를 살려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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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방송 인체초원을 가다’ (촬영대장 김종승 외 19촬영대, 안내 오대이, 기획연출 김가중)의 중국 천산 만년설 원정출사는 세상에서 젤 재밌는 사진여행이란 부제를 붙일 만큼 의미 있고 럭셔리한 여행이었다.
전 일정이 매일 서울에서 부산을 오고갈 만큼 방대한 지역을 버스로 이동하며 주요촬영 포인트를 찾아가는 로드투어였고 8박9일이나 되는 긴 여정동안 모델을 대동하였다. 매일 수백km를 이동하였기에 매우 고달픈 여정이었고 실제로 촬영시간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천산 일대를 구석구석 샅샅이 뒤진 긴 여정인 탓에 다양한 소재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테마별로 정리하여 널리 자랑하고 책으로 엮어 서점에 내 보려고 한다. 현지에서 시종일관 좋은 촬영 포인트들을 소개해준 현지 작가님을 비롯하여 가이드와 모델 쉬 지안 양, 특히 김종승 촬영대장을 위시하여 고락을 함께한 동료 작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작품은
라인의 미학, 역광의 미학, 패턴의 미학, 포츄레이트의 미학, 누드의 미학, 색채의 미학, 조명의 미학, 기타 등등 테마별로 분류하여 리뷰하고 특히 촬영메모를 꼼꼼히 하여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제목
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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