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중 예술론 연재1. ‘모델과의 교감이 가능할까?’
사람을 잘 찍으려면 그 사람을 잘 알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친분을 돈독히 하고 교감을 주고받으려 많은 시도를 한다고 한다. 많은 포트레이트 전문 작가들이 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누드모델들과의 친분을 돈독히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안될 것도 없을 것이다.
오늘날 미투 운동이다 뭐다 해서 모델과 작가사이는 요단강을 건너야 할 만큼 멀고도 먼 사이다. 필자역시 고소를 당해 검찰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았다. 아마도 미투 1호가 필자였을 것이다. 성폭력방지법 14조 2항인가 하는 법이 발효된 것이 2017년 6월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고소를 당한 것이 8월이니 아마도 제일먼저 그 법에 연루되었을 것 같다.
“그렇게 무식하게 법 적용 하지 맙시다. 예술가의 마빡에 성폭력범이란 낙인을 찍어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식의 법이라면 예술은 아예 존재조차 할 수 없고 문화융성대국이니 하는 허울 좋은 구호는 기만에 불과 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항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진예술가들이 탄원서와 진정서를 보내주었다. 내용은 거의 상동이다. 1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더 이상 일언반구도 없는 것 보니 당시의 조사로 어떤 결말이 난 것 같은데 연락도 오지 않았고 연락도 해보지 않아 자세한 결말은 알 수 없다.
오늘 낮(이 강좌가 열린 날)에 설치사진가인 이동선 작가와 긴 시간동안 예술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의 설치작품과 필자의 performance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이야기의 공감대는 컸다.
그와의 이야기 중에 필자의 작품들 상당수가 통상적인 시각으로 보아서 타당한가에 대해서 의견이 오갔다. 당연히 그는 예술임으로 필자의 작품에서 전혀 문제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까?
많은 이들이 작품속의 모델이 누구냐? 고 궁금해 한다. 이 의문 속에 함축된 의미는 정말 많다. 어떤 모델이 저렇게까지 해 줄 수 있었을까? 단순한 의문부터 시작하여 많은 생각들이 비약적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필자와 그는 이 순간의 정신상태에 대해서 많은 의견들을 교환하였는데 상상 이상의 저러한 상태라면 모델의 심리상태가 정상이었다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당시 촬영순간의 필자의 주문은 시종일관 “벌려 더 벌려” 였다.
결국 모델은 헷도가 팽 돌아 “그래 시팔 마음대로 한번 해봐라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마” 였다.
이때 모델의 주변에 그리고 필자와의 사이에 그 어떤 기운이 팽만하고 있었다. 그것은 광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필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전자파처럼 흐르고 있었다.
외래어에는 “아우라(aura)” 라는 말이 존재하지만 우리말에는 이 순간을 표현할 적절한 말이 없다. 이 작가는 몰입라고 표현했고 몰입하는 순간이 바로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무한한 행복이 밀려오기에 그 어떤 가치로도 상쇄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사실 아우라나 몰입이란 단어로 그 순간의 그 어떤 기운을 표현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나마 근접한 단어가 이 말들 일 것이다.
* 작품 원본은 한국사진방송-보물창고에 넣어 둡니다.
* 201810월16일(화) 한국사진방송 화요강좌 동영상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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