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그리스 유로존 잔류해도 수출 타격”
정부 “그리스 큰 고비 넘겼지만 비상근무체제 유지”
그리스 국민들이 결국 유로존 잔류를 선택해 세계 경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전 세계 국가와 각 언론들이 그리스 총선을 지켜보는 가운데 18일 새벽부터 진행된 개표에서 긴축 이행과 유로존 잔류 등 안정적인 정책을 강조해온 신민당이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세계 경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리스 정세의 불확실성이 걷힘에 따라 구제 금융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고, 유로존 이탈 우려로 빚어졌던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AP, UPI, 로이터 통신 등 각 외신과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그리스 2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공약한 우파 성향의 신민당이 개표가 99% 진행된 상황에서 득표율 29.65%로 2위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26.89%를 3%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신민당과 연정을 꾸렸던 옛 여당 사회당은 12.28%로 3위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 지지율과 제1당에게 몰아주는 비례대표 50석을 합산해 추정한 예상 확보 의석은 신민당이 129석, 시리자 71석, 사회당 33석 등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총선 이후 사회당과 신민당이 연정을 꾸리게 되면 예상 의석은 162석으로 정원 300석인 의회의 과반을 넘는다.
여기에 사회당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민주좌파를 포함해 연정이 성사되면 연립정부는 188석으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구제금융 재협상', '긴축 파기' 등을 내세우며 바람몰이를 했던 급진 좌파는 이제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그리스가 정부 구성에 성공하면 IMF,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등은 구제금융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금융 시장의 위기감은 일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완화 시사
유로존 정부들이 그리스 2차 선거 결과에 안도하며,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해 줄 것을 내비쳤다.
독일 외무장관은 “그리스 새 정부가 신속히 구성돼야 한다”면서도 “재정문제를 바로 잡는 시간을 더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재무장관도 “유로존은 그리스에 약속대로 긴축 정책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겠지만, 그리스의 사회, 경제적 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오는 2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 국제사회는 후폭풍 주시..글로벌 공조 가능성
백악관은 일단 이번 선거 중간 결과에 환영성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어떤 결과에든 대응할 준비를 해놓았다. 그리스 총선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요시 공조해 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18일부터 19일까지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리스를 둘러싼 유로존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라서 그리스 총선이 금융시장에 파급될 여파를 가늠한 뒤 적절한 대응책을 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긴급회의가 개최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쯤 되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를 극복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던 국제공조가 재가동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메건 그린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유럽경제 담당 이사는 “이번 그리스 총선 결과는 시장 랠리를 야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타노스 밤바키디스 유럽 외환전략 헤드도 “신민당의 승리로 사회당과의 연정 구성도 가시화되고 있어 위험자산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랠리가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FX프로그룹의 사이먼 스미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민당이 연립정부를 무난하게 구성하게 된다면 안도랠리가 좀더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연정 구성까지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그리스가 정상화되는 과정은 아직 가야할 길이 먼만큼 유로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그리스 큰 고비 넘겼지만 비상근무체제 유지”
기획재정부는 18일 아침 정부 과천청사에서 신제윤 1차관 주재로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그리스 총선 결과 긴축정책을 옹호한 신민당이 개표 1위를 달리자 최악의 순간은 넘겼다.”고 평가했다.
신제윤 차관은 “총선 이후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유럽 재정위기를 둘러싼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그러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난을 고려하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은 클 것으로 보고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라인은 어제(17일)부터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가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멕시코로 떠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통 연락망을 구축해 멕시코 현지 활동 상황과 한국 상황을 수시로 교환할 예정이며 24일 귀국한다.
한국은행도 그리스 총선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에 대비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7일 국제국 국제총괄팀, 외환시장팀, 자본이동분석팀 등 실무 책임자들이 출근해 비상 감시 시스템을 가동했다.
유상대 한은 국제국장은 “평소 유로존 위기에 대비해 주말 근무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그리스 재총선 투표와 관련해서도 주말 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요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결과를 확인하고서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18일 오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한국 금융시장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무역협회 “그리스 유로존 잔류해도 수출 타격”
그리스 2차 총선 결과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은 여전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경우에도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연구원은 “유로존 재정 위기는 EU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줘 향후 EU의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EU 수출은 5.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의 수출 가운데 EU로의 수출이 18.7%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EU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4.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스 호재’ 코스피 급등세, 장중 1900선 돌파
코스피가 그리스 2차 총선결과 호재로 급등세를 보이며 장중 1900선을 회복했다.
18일 현재 코스피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34.75포인트, 1.87% 오른 1,892.91로 출발해 장중 1900을 넘어섰고 현재 1900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에 나섰고, 개인은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환율도 1 달러에 1160원 아래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그리스 선거 결과에 강세 출발
그리스 총선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누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1달러 27센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15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종가 1달러 26센트보다 오른 수준이지만, 거래는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이에 대해 외환 전문가들은 “그리스 차기 정부 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시장이 이런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언론사 부근에서 불발 수류탄 발견
총선 투표가 진행되는 그리스의 한 언론사 건물 정원에서 수류탄 2발이 차례로 발견됐다.
18일 AP, UPI, 로이터 통신 등 각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보수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자사 그룹의 스카이 TV와 라디오가 입주한 네오 팔리로 빌딩 정원에서 수류탄 2발이 발견돼 경찰이 이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수류탄은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어 수류탄이 또 있으니 살펴보라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온 뒤 경찰이 정원에서 두 번째 수류탄을 발견했다.
경찰은 건물의 통행을 통제하며 폭발 전문가에 의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빌딩은 지난 5일에도 4개의 화염병 투척을 받아 유리창 등이 깨졌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