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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을 다녀와서 연재 1.
누군가가 한국사진방송의 게시판에 월1회정도의 버스투어를 제안하였고 그것은 꽤 괞찮다는 생각이었다. 누군가가 앞장을 서서 해외기행이나 국내 여행 등을 주선하여 보는 것도 우리방송의 사업 다변화에도 좋고 회원들의 결속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 사정은 현재도 일에 치여 죽을 판인데 또 그일 까지 필자가 감당하기엔 몸이 너무 모자란다. 아무튼 어떤 분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나서서 이런 일을 꾸준히 진행해준다면 좋겠다. 단 필자가 반드시 그 여행이나 기획에 동참하리란 것에 대해선 자유를 주었으면 더욱 좋겠다.
각설하고 처음 기획된 덕유산 기행은 사실 위험하리만치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유독 추운 때에 기획되어 걱정이 태산이었다. 또 시기적으로도 목적하는바가 설화라면 구정 이후에 덕유산의 설화가 피크기이고 그때는 혹한기를 벗어나 고생도 덜 할 것이었기에 이번의 한겨울 산행에 내심 걱정이 앞섰다. 더구나 강화 장화리 행사 땜에 3일간이나 집에서 자지 못하고 객지를 떠돌지 않았던가.
아무튼 루비콘 강을 건너버렸고 이제는 강행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필자도 동참이 불가피하였다. 틀림없이 체력적으로도 낙오가 있을 것이고 경험부족으로 혼선도 야기되리란 판단이었기에 우선은 필자의 짐부터 최대한 줄여야만 되었다. 삼각대는 고사하고 카메라 렌즈조차 망원은 넣지 못했다. 그럼에도 바지를 네 개나 입고 보니 자지가 없어져 오줌을 못 누겠다고 너스레를 떨곤 했다.
곤도라에서 내리니 날려갈 정도로 강풍이 불어대고 짙은 안개가 몰려와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였다. 우리대원들은 상당수가 여성인데다 평균나이가 70세 가까우니 이 폭설과 강풍을 동반하여 마구 공격하는 안개를 어떻게 해치고 산장까지 가야되는지 심장이 콕콕 쑤신다.
후발대를 이끌고 불과 20여분 전진하자 한국사진방송 회원이 쓰러졌다는 소문이 수많은 등산객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내게까지 전해왔다. 맨 뒤에서 대원들을 다독이다 급히 달려가 보니 한분이 입에 거품을 물고 얼굴이 백지장 같이 하얗게 변해 주저앉아 구토를 하고 있었다.
급히 배낭을 받아 메고(이미 배낭 외에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쇼핑백이나 비닐봉지만 해도 내게는 주렁주렁 배나무에 배 달린 것 같이 달려 있었다.)선발대는 보이지도 않고 주변엔 체력이 약해 쳐진 분들 밖에 없다.
주머니를 뒤져보아도 물 한 병 준비된 것이 없고 말린 치즈 한 봉지 밖에 없는데 누군가 그것이라도 입을 다셔야 된다며 입에다 넣어 드렸지만 고대 뱉어 버리고 만다. 강풍을 피할데도 없어 조그마한 나무둥치 앞에 환자를 앉혀놓고 무작정 회복되기만을 가다리는 것 외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전화마저 먹통이 되어 있었다. 이 시간 수많은 등산객들은 하산행렬이 되어 썰물처럼 우리들을 밀치며 달려간다. 시간이 흐른 후 다행히 회복이 되어 엉덩이 썰매를 타며 산장으로 내려가니 그제 서야 안전요원들이 오가며 환자를 찾았지만 우리들은 모른 척 하였다.
기대했던 일몰은 없었지만 산장에 짐을 부리고 주변에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어느새 하얀 상고대가 싸릿가지 위를 하얗게 얼리고 있었다. 대전의 김기룡 기자와 신재열 기자가 엄청난 양의 쇠고기와 김치를 지고 올라와서 굽고 있었다. 군산의 채덕수 기자까지 우리대원들의 뒤를 알뜰살뜰 보살피며 회식을 준비하여 생각도 못한 고기굽는Day를 맞아 뱃구레가 뽈록하도록 배를 채우고 밖을 보니 온 세상이 온통 새하얗다. 이번 산행을 위하여 전주의 정지우 기자가 간식을 준비하였다가 만나지 못하자 5만원을 보내주기도 하고 광주지국의 회우님들은 내소사까지 달려와 부안의 솔섬의 일몰을 함께 촬영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어두워졌지만 이대로 긴긴밤을 고린내가 진동하는 산장에서 지새우기엔 지금까지의 고생이 넘 억울하다. 안개가 얼어 눈처럼 쏟아지는 캄캄한 산야에서 우리들은 상고대에 스트로보를 쳐대며 몇 컷 촬영을 해보기도 하였다. 후에 생각하니 스트로보를 치기보다 감도를 올리고 조리개를 열고 장시간 노광하여 야밤의 설경을 촬영하였다면 더욱 색다른 작품을 얻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난 후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뿐이다.
밤 11시경 밖을 보니 별빛이 총총하다. 대원들을 부시럭부시럭 덜거럭덜거럭 가방을 챙겨 별 촬영을 나선다. 밤새도록 철문이 덜컹거렸으니 다른 손님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욕으로 또 배를 채우고 아침을 맞으니 간밤의 행위를 하늘도 밉게 본 것이 분명하다. 그 밤 그토록 곱게 핀 설화들이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흔든 것 같이 다 날려가고 없다.
향적봉에 오르자 강풍에 광대뼈가 권투선수에게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다. 체력이 좋은 분들은 다 중봉으로 일출 맞이를 떠났지만 그곳까지 산행이 어려운 분들을 인솔하여 곤돌라 플렛폼으로 내려오니 온후하고 맑은 날씨에 스키선수들을 꼬셔 몇 컷 누르고 나니 이 무시무시한 산행을 무사고로 해내었다는 안도감에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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