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국사진방송] 김재완 기자 = 지난 3월 28일 과천시 과천시민회관 2층 아라갤러리에서 권영애(방위사업청 서기관 - 공로연수 중) 개인전 RETROSPECTION - 回想 展이 성황리에 성료 되었다. 코로나19 예방 수칙 관계로 전시장을 방문하지 못하신 지인들을 위하여 영상으로 대신한다.
권영애 작가
내 안에 남아있는 엄마의 소리를 태초의 화음(和音)으로 만난다. 긴 숲길 끝, 생명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탄성(歎聲) 자아올려 옻칠 회화와 마주했다. 마크로스코의 대형 색면화 앞에서 명상에 젖었고, 윤형근 화백의 엄버블루(Umber Blue) 색감 앞에서 한없이 고요로왔던 그 울림을 천연색으로 표현했다.
자연의 색 위에 엄마의 목소리를 스미게 하고 맨다리 드러나는 노동의 인내와 원시의 야생성(野生性)을 더했다. 한길 우물의 두레박 당겨 올리던 팔 근육의 신성(神聖)은 사포치는 모습에 겹을 놓고, 희생을 책임으로 수용하던 인고의 시간은 겹치고 겹쳐 쌓고 또 쌓는 옻칠 작업에 빛으로 더했다. 옻칠, 그 신비의 색으로 본연(本然)의 흔적을 다시 창조한다. 심연(深淵)을 만난다.
삼베를 꼬아 면을 구분 지어준 것은 옻칠의 특성을 이용한 조형적 꼬임의 형태로 입체감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며, 포인트로 들어간 회화적 기법의 자개 사용은 그림에 생기로운 빛을더한다. 두 가지 색깔의 경계를 허문 이중적 색채 표현은 고대와 현대, 원시와 인위가 결합하는 화음(和音)을 시각화한 것이며 옻칠만의 원색으로 면을 비워둔 것은 그림 속에서 자연을 호흡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제공의 의도였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미술평론가
그의 그림을 본 순간 떠오른 것은 공직자였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가 섬세한 미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화면에 흐르는 고요한 색감은 서정적인 멜로디처럼 감상자에게 다가오며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도 안정되어 있어 그의 성정을 읽게 해준다. 그림을 통해 그가 꺼낸 화두는 고향의 편린과 시골의 아름다움, 그에 얽힌 추억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그리움을 화면에 새겨진 여러 형태의 네모, 동그라미, 직사각형, 막대 같은 기하학, 그 외 유기적 형태들에 실어냈다. 그의 이번 전시에는 일상의 거리나 정물, 꽃, 실내정경, 인물을 테마로 한 그림들도 만날 수 있다. 앞의 작품들이 풍경형식을 빌린 색채 추상의 성격을 지닌다면 이 유형의 그림들은 뚜렷한 색채대비가 특징적이다. 한 점 한 점에 정성이 깃들어 있고 간결한 요약과 함축으로 풍부한 암시성을 지니도록 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이 있듯이 이 작업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자신을 희생시켜 자녀를 키운 ‘엄마의 박꽃 같은 미소’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권영애 작가의 살아온 이야기가 있고 그에 대한 생각과 솔직한 느낌이 수반되어 있다. 정갈한 조형언어로 조심스럽게 빚어낸 그의 작품이 우리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