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경 초대전 “그날, 그 자리에...” 展

장은선갤러리
뉴스일자: 2019년09월11일 15시03분

구모경 초대전 그날, 그 자리에...” 장은선갤러리

 

그날, 그 자리에...”

2019. 9. 18 () ~ 9. 28 ()

Open Reception 2019. 9. 18 () PM 4:00~ 6:00

장은선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

www.galleryjang.com (02-730-3533)

 

수묵의 본질을 쫓는 한국화가 구모경 작가의 그날, 그 자리에...”전을 한다. 작가는 먹과 한지를 이용해 독특한 구조로 풍경과 자작나무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풍경을 오로지 수묵으로 표현한 후, 하나의 색깔만으로 일정 부분을 강조시키거나 구체적인 모습이 아닌 자작나무의 형상을 해체하고 공간 속에 배치하여 일정한 추상의 단계를 시도한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거칠게 먹을 사용하며 수묵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작업 속에 담아 감상하는 이들이 순수한 수묵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구모경 작가는 그윽하고 은은한 수묵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먹의 번짐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한지를 배경으로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스미고 번지는 수묵의 표현으로 작가의 작품은 새벽녘 어스름 속의 풍경 혹은 설경의 고요한 모습과도 같다. 부드럽고 자유롭게 표현된 수묵은 단순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먹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화폭에 조형적으로 형상을 조합하고 선이 아닌 면으로 작업하여 은은한 도시, 자작나무 숲의 모습을 표현한다. 디지털적이고 새로운 재료가 넘나드는 현대미술에서 오로지 수묵만으로 작업하는 작가의 작품은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작가는 전통적인 기존의 수묵화와 현대적인 미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며 작가 자신의 사유를 작품 속에 담는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9월 수묵의 멋을 담은 작품 20여점을 장은선갤러리에서 선보인다. 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 전시를 관람하며 자작나무 숲의 고고한 자태를 느껴보길 바란다.

 

구모경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회화학과 박사과정을 졸업, 2015 한국은행 올해의 젊은 작가, 2008 월간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장은선갤러리 외 7회의 개인전을 가지며, 다수의 아트페어 및 단체전 등 활발한 활동을 하며 현재 동덕여대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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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의 전통성과 현대성

구모경의 수묵 작업과 그 의미

김상철 | 미술평론,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수묵은 동양회화의 전통을 관류하고 있는 전통의 실체이다. 대단히 오랜 기간 배태되고 성숙된 수묵의 사장과 조형은 단순한 재료적 차원의 구분으로는 그 특성과 가치를 수렴해 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이는 삼라만상에 대한 지극한 관조를 통해 얻어진 사변적 성찰의 내용들과 동양 전래의 사상들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특수한 표현 양식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사실 수묵의 역사는 대단히 오랜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오랜 기간을 통해 축적된 창작 실천의 결과물과 이론의 집적 역시 매우 방대하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수묵의 변화와 발전 과정이 격변의 혁명적 상황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불교의 전래에 따른 사고의 확장은 동양 문명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현상과 본질이라는 가치에 대한 인간들의 숙려는 급기야 수묵 자체에 일정한 사상성을 부여하는 것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재료 자체에 대한 의미의 부여와, 이를 통해 특정한 사유를 개진하는 것은 아마 수묵이 유일할 것이다.

비록 수묵이 대단히 오랜 발전 과정을 거쳐 동양 회화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할지라도, 오늘날 수묵이 지니는 위상이 반드시 이전의 그것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수묵이 처한 현실적 상황은 침체와 부진의 나락이라 표현함이 보다 적확할지도 모른다. 이는 근대 이후 서구 중심적 가치의 횡횡으로 전통적인 가치의 몰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수묵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났던 혁명적 변화가 근대 이후 상실되었다는 점을 꼽아야 할 것이다. 예술은 그것이 속한 시대와 더불어 호흡하며 그 시대를 기록하는 것이라 할 때, 수묵은 전통의 고답적인 경직된 인식으로 스스로를 지난 시대에 머물게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가 구모경의 작업은 수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개성이 무제한적으로 발산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질적인 재료의 사용은 이미 보편화 되었을 뿐 아니라 수묵과 채색의 병용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세태에서 오로지 수묵만을 지지체로 삼아 본격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는 오히려 희귀하고 신선하게까지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이미 화업의 시작 단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수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지향을 전통에서 비롯된 관성의 일단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그가 보여주고 있는 조형의 내용과 요소, 그리고 그 변화과정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의 의지와 태생적 감성이 수묵과 일정 부분 잘 부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실경을 변용한 수묵 작업이었다. 그것은 자연, 혹은 자신이 속한 공간에 대한 관심을 수묵이라는 전통적 재료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의 일정한 연계를 도모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발상과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그의 학습기이자 수묵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의 준비기라 할 것이다. 이후 그의 작업은 일변하여 보다 정제된 수묵 표현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자작나무라는 특정한 소재에 천착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작업을 개별화함과 동시에 수묵이 지니고 있는 조형적 특성을 극대화 시켰다. 흑과 백의 단순한 얼개로 이루어진 그의 화면은 자작나무라는 특정한 소재를 수용하지만 이미 수묵 특유의 심미적 조건, 즉 정신적인 경계에 육박하고자 하는 의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수묵은 현상 너머에 자리하는 본질을 관조하는 관념의 세계이다. 그것은 형상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사변의 세계이다. 작가의 작업은 자작나무에서 비롯하여 점차 순수한 수묵의 심미로 변화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마치 득의망전(得意亡筌)의 경우와 같은 것이다. 이제 작가에게 자작나무는 그를 수묵의 유현한 세계로 인도하는 도구이자 수단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것이 되었다. 형상은 해체되어 공간을 부유하고, 수묵은 더욱 자유로워져 거침이 없다. 작가의 손길과 호흡을 반영하는 수묵의 조합은 이미 일정한 추상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수묵의 표현 요소 중 필의 요소는 제거되고 묵을 기반으로 한 면의 표현이 강조되고 있는 작가의 화면은 이미 형상의 부담감에서 일정 부분 벗어난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재료와 표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한지를 이용한 독특한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스미고 번지는 수묵 특유의 물성을 십분 발휘한 한지 작업은 화면의 바탕을 견고히 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수묵 특유의 그윽하고 은근하며 함축적인 표현을 더욱 심화시켜주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재료실험이라는 제한적 의미를 넘어 자신이 지향하는 수묵 고유의 독특한 심미를 강조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이는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되는 가치의 민감한 접점에서 작가가 취한 절충적 선택이자 수묵에 대한 주관적 해석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수묵은 동양회화 전통의 실체이자 본령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수묵의 위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초라한 것이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의 상황은 독점적이고 수직적인 보편성의 구조에서 탈피하여 지역적 특수성과 차별성을 중시하는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오늘날 수묵이 처한 현실은 안타까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묵으로 일관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 작가의 존재는 반가운 것이다. 더불어 그가 추구하는 수묵 작업이 형식재현의 생명력 없는 고답주위가 아니라 자신의 사유를 통한 수묵 정신에 접근하고자 함은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수묵은 완결이나 완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 혹은 우주에 대한 부단한 사색의 결과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언제나 변화하며 새로운 양태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처음 선택한 수묵은 이미 타인에 의해 이루어진 기성의 수묵이었다. 이를 자신의 사유를 전제로 한 주관적 해석을 통해 개별화하여 조형적으로 표출해 낼 것인가 하는 점이 바로 그가 천착하고 있는 작업의 요체일 것이다. 수묵이 혁명적 변혁을 통해 그 유장한 생명력을 이어가며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룬 것이라면, 작가 역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냉철한 이성적 비판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문화 상황에서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된 가치에 대한 작가의 답변이 될 것이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koreaarttv.com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