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성 개인전 ‘無⦁生⦁物’ 展 갤러리 나우
김 영 성 | ˂無⦁生⦁物˃ [Nothing. Life. Object] 291x182cm, Oil on canvas, 2024
전시 기간 : 2024.09.10(화)-09.28(토)
관람 시간 : 화~토요일 10am~6pm
전시 장소 : 갤러리 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문 의 : T. 02-725-2930, E-mail. gallery_now@hanmail.net
[전시 서문]
<무⦁생⦁물> 展 : 생명과 물질의 경계에서
김영성의 작품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에 대한 본질적인 사유를 철학적인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 주위의 작은 생물들을 물질처럼 여기는 無心의 마음들을, 작가는 세필로 그려내고 또 그려내어 일기를 쓰듯 기록한다. 그는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접했던 생물들, 그리고 함께했던 동물들에 대한 기억과 감흥을 작품에 담아 내었고,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명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허무함을 비판적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된 곤충, 물고기, 개구리 등 생명 들과 유리, 스푼, 천, 금속 등 물질과의 공존은 아주 아름답게 치장된 광고나 멋지게 연출된 현대 문명을 보는 듯하다. 극도의 아름다움은 극도의 불안감을 품고 있고 극도의 완성도는 때론 불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과 다름이 아닌 것처럼 김영성의 작품에서의 냉철하고도 극도로 완벽해 보이는 표현 속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완벽하고 행복한 삶 속에 보이지 않게 숨겨진 현대인들의 고뇌가 담겨있다.
물고기의 화려한 색채와 아름다움은 단순히 장식적 요소를 넘어, 생명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시사한다. 그러나 유리컵이라는 인공적인 환경은 생명체가 원래의 자연적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의 통제 아래 놓여있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가 그린 작은 생명체들은 마치 우리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자원의 고갈 등을 비롯하여 지나친 물질만능주의에서 오는 많은 상실감을 가진다.
유리에 갇혀 그 공간이 전부 마냥 떠 있는 작은 물고기들, 차가운 숟가락 위가 모든 세계인 달팽이와 비좁게 올라 앉은 금속위의 개구리가 마치 ‘나’의 모습인 듯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답답해 보이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의도되지 않은 것이든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생물들. . .
“나는 잘 살고 있어” “난 두렵지 않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처럼 전해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생명과 물질이 어떻게 서로 충돌하고 공존하는지를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문명이 만들어낸 허무함과 상실감, 그리고 생명체가 처한 위기를 예술적 시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화려한 외면과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허무를 날카롭게 반영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색과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갤러리나우 이순심 [Exhibition introduction]
<Nothing, Life, Object> : At the Boundary of Life and Matter
Kim Young-sung's work expresses the essential thought of awe for all living things from a philosophical perspective.
The artist draws and draws again the mindless hearts that regard small creatures around humans as material, and records them as if writing a diary. He captures memories and emotions of the creatures he encountered in nature during his childhood and the animals he lived with in his work, and critically expresses the bleakness of modern society and the futility of modern people, where life is threatened and many things disappear due to the development of material civilization.
The coexistence of insects, fish, frogs, and other living things that are expressed more realistically than reality and materials such as glass, spoons, cloth, and metal is like watching a beautifully decorated advertisement or a well-directed modern civilization. Just as extreme beauty carries extreme anxiety and extreme perfection sometimes carries discomfort, the cold and seemingly perfect expressions in Kim Young-sung’s works contain the agony of modern people hidden in the perfect and happy life we pursue. The gorgeous colors and beauty of fish go beyond mere decorative elements and suggest the inherent value of life. However, the artificial environment of the glass cup shows a cross-section of how living things are separated from their original natural environment and placed under human control. The small creatures he draws resemble the appearance of modern people. We, living in the modern era, enjoy abundant lives with the benefits of highly developed material civilization, but we also feel a sense of loss from excessive materialism, including environmental pollution, destruction of the ecosystem, and depletion of resources.
The small fish trapped in glass and floating in space, the snail for whom the cold spoon is the whole world, and the frog sitting cramped on the metal make us feel a sense of kinship as if they are ‘me.’ Creatures that look stuffy and dangerous, but have a relaxed expression, whether intentional or not. . . “I am living well.” “I am not afraid.” It is delivered as a message of comfort from me living in the modern world.
Through this exhibition, the artist pictorially expresses how life and material collide and coexist in modern society, and artistically reveals the futility and sense of loss created by civilization, and the crisis facing living things.
His work sharply reflects the glamorous exterior of modern people and the anxiety and futility hidden behind it, and will provide deep thought and emotion to the audience.
-Gallery Now Lee Soon-shim-
[작가노트]
˂ 無⦁生⦁物 ˃
무(無) -상실, 공허, 허무
생(生) -생물, 생활, 생존
물(物) -물리, 물건, 물질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인해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표현하는 연작으로 생(生)과 물(物)의 오브제가 공존하는 현상을 광고사진의 느낌 또는 연극적으로 연출하여 이를 냉철하게 분석해 나가고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 현대인의 허무함 등을 표현하고 인간들의 생명경시 풍토를 드러내 본다.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대했던 생물들, 채집 또는 구입하여 함께 했던 동물들의 구조적인 아름다움, 신비한 색채들, 거기에서 오는 감흥과 기억들. 일상의 미미한 존재들로 여겨지다가 어느 순간 눈길을 멈추게 하고 사색하게 만들고 마는 자그마한 생명체들.
생(生)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곤충, 물고기, 개구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에서 그리고 우리 안에 어항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을 실크 천위나 유리통 속에 금속 식기 위에 배치하여 이질적이지만 억지로 공존하는 듯한 형상이 만들어 진다. 물(物)의 메타포로 올려 진 천, 유리, 금속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캔버스 위에서 그들의 광채와 투영, 반사, 굴절 등의 특성으로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문명에서 생물의 의미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인간이 생각하는 생물은 어떤 의미인지? 같은 환경 동시간대에 존재하지만 항상 상위지배구조 속에 식용 내지는 관상용으로 대하는 생물들. 그 존재들도 확실히 한 생명체로서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음에도 우리 인간들은 나름대로 정한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만 분명한 목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이러한 구조가 인간과 인간, 조직과 인간,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형성된다. 생물인 인간이 하나의 기능적인 물건으로 여겨지고 사용되기도 한다.
실크 천위에 상품처럼 진열된 듯한 곤충, 뚜껑이 덮인 유리통 속의 물고기, 금속 수저위의 개구리. 정지된 순간의 겉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모델로서 그 동물들의 입장은 매우 답답하고 극도로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듯 보여 지나 누군가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고 갑갑한 공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같은 내용의 의미 전달이나 현존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기록이 될 수 있는 냉철하면서도 회화적인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매일 밤 수십 자루의 세필들을 써 가며 조그만 동물들과 끝없는 사투를 벌인다.
- 김 영 성 작업노트 中 -
“Nothing (無)⦁Life (生)⦁Object (物)”
Nothing (無) - Loss, Void, Nihilism
Life (生) - Organisms, Living, Existence
Object (物) - Physics, Materials, Matters
This series express the modern society where lives are threatened and many things have been disappeared due to the advanced development of material civilizations. The coexistence of objects representing Life (生) and Object (物) is shown as a piece of advertisement or a theatrical piece to analyze and depict the phenomenon cold-heartedly to express the desolation of modern society and nihilism of modern people and to reveal humans' negligence of life.
The structural beauty and mystic colors of living organisms or animals I either found or gathered in nature or purchased as a child gave me pleasure and memories. The tiny living things that are usually considered trivial existences in life yet make me stop for a while to contemplate.
These are insects, fish, frogs, etc that appear as the metaphors of Life (生). I transferred animals that should be in nature, in cages, or in fish tanks onto silk fabric, into glass bottles, or onto metal dishes to create images where they are foreign and forced to coexist with others. The fabric, glass, and metal, the metaphors of Object (物), show their physical properties through shine, projection, reflection, or refraction in front of the camera or in the canvas.
What is the meaning or value of living organisms in the modern civilization? What is the meaning of living organisms to humans? They exist with us in the same environment, but they are always faced as food or decorative elements in a lower hierarchy. Despite that they are living things with meaning and value of existence, the humans only use them for clear purposes when we have certain reasons. In the modern society, this structure is applied to the relationships between men, men and organization, or men and society. Humans, a living organism, is sometimes considered and used as a functional object.
The insects displayed on silk fabric, fish in a covered glass bottle, and frog on a metal spoon. They look beautiful, colorful, and stable in the captured moment, but the animals must have experienced highly stressful and anxious state as models. Humans today adorn themselves beautifully and seem to be living happy, stable lives, but their lives do not seem to be any different from the state of these animals as they are struggling to survive in a confined space that is completely exposed to others. I use tens of small brushes and insatiably struggle with small animals every night to create such cold-hearted yet painterly artworks that can convey this meaning or capture the beauty of living organisms.
- From Young-sung Kim's Artist Note –
[평론]
[review]
작은 것들에 대한 헌사
김영성의 근작 <無⋅生⋅物>
1
작가 김영성의 근작들에는 아주 작은 생명체들이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큰 것들을 제치고 작은 것들,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그는 이들을 자신의 침대 가까이에 두고 이들과 삶을 공유하고 있다. 먹이를 제때에 공급하는 건 물론 생존에 필요한 알맞은 환경을 배려한다. 크게 보아 2천 년대 중반부터다. 애초(2006~ )에는 뿔이 요란한 작은 곤충과 지내더니, 어느 사이엔가 물고기(2009~ )로 바꾸었다. 근자에는 달팽이와 개구리(2011~ )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 명제는 이름 하여 <무⋅생⋅물>이다. ‘보잘 것 없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생명 없는 물체’라는 걸 차례로 열거하여 명제로 한 것이다.
그가 요즘 다루는 생명체는 확대경으로 보아야 실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이다. 작은 티스푼 위에 정갈한 자세로 앉아 있는 달팽이는 제법 엄숙하다. 유리 물 컵 안에서 유영을 즐기는 반짝이는 비늘을 한 빨간색 관상어의 생김새는 찬연하고 보석 같다. 무늬가 요란한 황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의젓한 군자 같다. 그는 이것들의 길이를 10~50배, 면적을 100~2500배 크기로 확대해서 그렸다. 그림에서는 일상의 크기로 보이나, 알고 보면 작은 것들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일찍이 작가는 큰 것들보다는 참을 수 없이 작은 것들에 연민을 가져왔다. 우아미를 자랑하는 나비류類 보다는 구조가 입체적이면서 아기자기하고 섬찟한 작은 것들에 주목했다. 그 이전, 1990년대의 탐색기에는 비교적 큰 것들을 그렸다. 뒤엉켜 으깨진 인체와 오브제의 파편들, 아니면 필드에서 운동중인 남녀 골퍼들을 그리다가, 이들에 대한 시선을 접고 2천 년대부터는 미소한 것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의 근작들은 작은 것들에 바치는 ‘헌사’獻辭 dedication라 할 수 있다. 그의 「작업노트」가 이를 말해준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다. 하나는 생명현상의 메타포로서 작은 것들의 특이한 구조적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평소에는 미미한 존재였으나, 어느 순간 우리의 눈길을 끌면서 불현듯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작은 것들이 종종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촉발할 때 경이로움이 야기되는 걸 컨셉으로 도입하려는 데서다. 그가 작은 것들을 등장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문명의 물질화와 더불어 살아있는 생명체 보다는 기계와 같은 무생명한 것들, 요컨대 기능적인 것들을 과대평가하는 풍조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려는 데 있다. 이 또한 그의 근작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근간이자 전제가 되고 있다.
2
이를 배경에 두고 제작한 작품들로 김영성은 야심찬 근작전을 펼친다. 그의 시선이 그래서 범상치 않다. 일견 범인의 눈으로서는 머나먼 대척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극적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가 그리는 세계는 작은 것들을 지고의 세계로 격상시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사회와 물화物化로 인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워진 인간 존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데 뜻이 있다. 그의 시각에서는,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작은 미물들마저 누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방기하는 우愚를 범한다. 이는 인간 스스로가 한낱 물物로서의 존재로 격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당당한 것 같으나, 속내는 실체를 상실한 미소한 존재요, 없음無과 진배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자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나아가 오늘의 인간은 자신의 미소한 존재를 지탱하기 위해, 미소한 생명체들이 물질의 틈새를 전전하며 살듯이, 물질에 의탁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미소해진 인간의 정황을 그리는 게 그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물질문명의 고도한 발달로 생이 위협받고, 많은 것들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나는 그린다. 생生과 물物이 공존하는 걸 다루는 건 그 하나의 방법이다. 광고사진이나 연극을 연출하듯이, 작은 것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사회의 삭막함과 실존의 허무無를 그린다.(「근작 작업노트」에서 번안).
그는 이 정황을 그리기 위해, 부드러운 실크, 유리 용기, 금속 수저, 톱니바퀴와 같은 강인한 물질들을 등장시켜 작은 생명체들의 지지체로 삼는다. 그가 다루는 지지체들은 실크처럼 반사가 적어 부드러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반사가 큰 것들이다. 빛의 투과와 굴절이 크고 강한 게 특징이다. 실크는 고급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현대인의 선호 일등 품목이다. 견고하고 투명한 유리와 금속은 현대인이 의존하고 있는 광범위한 물질성을 대변한다. 이것들이야 말로 현대 기능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가능케 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것들을 티끌에 지나지 않는 작은 생명체들의 의지 처이자 은물恩物로 도입하고 묘사한다. 현대사회의 ‘물화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를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스텐레스 티스푼에 앉아있는 작은 달팽이가 편안한 안락을 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