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문고 - 영화 출판과 읽기의 연대기, 1980년 이후> 포스터 / 사진 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사진방송=김은옥 기자]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8일(금)부터 한국영화박물관(상암동 소재)에서 신규 기획전시 <영화문고 - 영화 출판과 읽기의 연대기, 1980년 이후(이하 ‘영화문고’)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영화 책을 주제로 1980년부터 현재까지 영화 출판의 연대기를 조명한다. 당대 영화문화의 동향이나 유행 경향에 따라 변화와 부침을 겪었던 영화 출판의 흐름을 통해 지난 40여 년간 한국의 영화문화를 조망하고자 한다.
□ 지금은 독서 열풍! 영화 책을 통해 돌아보는 지난 40여 년간 영화문화 탐구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대한민국은 지금 독서 열풍이다. 책 읽기만큼 내밀한 취향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행위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영화 책을 읽어왔느냐는 곧 독자 혹은 영화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대중 심리와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된다.
특히, 영화 출판은 전통적인 출판 관행과 달리 영화문화의 동향이나 영화의 유행 경향에 따라 그 변화와 부침이 매우 컸다. 출판이 문화와 트렌드를 이끌었다기보다는 문화와 트렌드가 출판을 견인한 쪽에 가깝다. 즉, 영화 출판의 경향과 연대기를 통해 오히려 역으로 한국의 영화 관객들이 어떤 영화 또는 감독에 주목했는지, 한국 영화산업의 화두는 무엇이었는지, 영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상호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학계에서는 어떤 영화 이론이 유행하였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 약 40여 년간 출판된 영화 도서 중 반드시 읽어야 하는 주요 도서(‘이런 책을 읽어왔다, 1980년 이후의 영화책’ 섹션)와 절판되어 더 이상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영화 도서(‘1990년대와 그 전후의 영화 출판’ 섹션)는 물론 현재 유통되고 있는 영화 도서까지 총 500여 종, 3,000여 권의 책을 전시하여 영화 출판의 흐름과 경향을 통해 한국의 영화문화를 탐구하고자 한다.
□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 대체 불가 매력의 박정민, 고민시 배우는 어떤 책을 읽을까?
‘일련의 추천’ 섹션에 참여한 박찬욱 감독, 박정민, 고민시 배우 / 사진 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가끔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영화감독이나 배우 혹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평론을 업으로 삼는 평론가들은 과연 어떤 책을 읽을까?
이번 전시 중 ‘일련의 추천’ 섹션은 감독 박찬욱, 정주리, 배우 고민시, 박정민, 작가 김중혁, 정서경, 평론가 손희정, 정성일, 문화인사 8인이 추천하는 도서를 전시한다.
평소 애서가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은 소설을 각색하여 <박쥐>(2009), <아가씨>(2016), <리틀 드러머 걸>(2018)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서 특별히 5권의 소설을 추천하였으며, 그 중 『창백한 언덕 풍경』(가즈오 이시구로, 2012)은 영화화 판권을 알아볼 정도로 뛰어난 묘사력이 눈을 끌었다고 추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배우이자 책을 너무 사랑해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고 현재는 출판사 대표까지 맡고 있는 박정민 배우도 관람객들과 함께 읽고 싶은 7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박찬욱의 몽타주』(박찬욱, 2022)와 『류승완의 본색』(류승완, 2008)을 들춰 본다고 고백했으며, 영화 도서 외에도 김혜진의 소설 『딸에 대하여』(김혜진, 2017) 추천사에는 ‘쌍따봉’이라는 표현으로 극찬한다.
대체 불가 매력의 고민시 배우의 추천 도서 목록을 보면 톡톡 튀는 개성 안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생활고로 인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미라로 만든 딸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문미순, 2023)을 소개하며 “사회가 이러한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뼈가 시리도록 아팠다”라고 회고한다. 그 외 추천한 5권의 소설과 에세이 역시 하나같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들이다.
그 외에도 <헤어질 결심>(박찬욱, 2022)으로 거의 모든 각본상을 휩쓴 정서경 작가와 칸 영화제 초청작 <다음 소희>(2023)의 정주리 감독, 영화 비평계의 올타임 레전드 정성일 평론가와 같은 영화인은 물론 동인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수상하고 『딜리터』(2022), 『스마일』(2022),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2021)을 집필한 김중혁 작가와 여성학자이자 문화평론가 손희정이 추천하는 도서를 만날 수 있다.
□ 그래픽디자이너 4팀의 영화책과 토론토영화제 수상감독의 비디오에세이 최초 공개
(위) 디자이너 그룹 신신 (아래) 김태양 감독 / 사진 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기획, 제작한 새로운 영화 책을 최초로 공개한다.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FEUILLES』 출판 디자인을 진행하는 등 국내 그래픽 디자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디자이너 그룹 신신은 영화 속 핸들 장면만을 모은 아카이빙 도서 <핸들-북 클래식>을, 그래픽 디자이너 정사록은 영화 속 인물의 실루엣만을 모은 <군상>을 선보인다.
그래픽 디자이너 배민기와 북 아티스트 김명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와 <로마>(2018)의 패닝 장면을 활용하여 파노라마 형태의 아코디언 도서, <쿠아론의 패닝>을 함께 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의 레노베이션을 맡았던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론트도어는 도서와 영상을 혼합한 형태의 <망점들>을 공개한다.
영화 속 책과 서점 풍경을 담은 비디오 에세이도 특별 상영한다. 장편영화 <미망>으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제26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김태양 감독이 편집, 연출한 <부록 – 책이 장면이 될 때는>는 그만의 서정적인 감성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과 서점의 풍경,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본 전시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8일(금) 오전 10시 30분부터 관람할 수 있고, 자세한 이용 방법은 홈페이지(www.koreafilm.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문의: 02-3153-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