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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아래 (권곡眷榖) 박정현 저녁노을 붉게 번져 황홀한 가을은 저만치 물러난다. 세월의 흐름이여, 그대는 언제나 속삭이는 탐닉아. 토스카나의 영혼이 춤추던 파도, 붉은 담쟁이덩굴이 도성의 벽을 감싸던 그날의 추억들, 나의 가을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문다. 시간은 차가운 촉매처럼 세월을 성큼 밀어내고, 늦가을의 삭풍은 나뭇잎들을 끝내 떨군다. 온 거리를 덮은 가로수 낙엽 아래, 적막만이 남아 흐르고 나는 그 길가에 홀로 서서 한때의 나그네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