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빅데이터시디에스협회 본부장, (전)한양대학교 연구교수)
숫자로 제시된 행정 성과,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정책의 성과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성과를 보여
주는 '숫자'가 어떤 방식으로 선택되고 해석되는지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달
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상권 활성화 효과를 둘러
싼 논의에서, 서울시가 제시한 몇몇 데이터는 시민들의 비판적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데이터는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 선택과 해석의 과정에서 본질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매출 8.1% 증가’의 이면: 명목 성장과 실질 성장의 차이
서울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 일대 매출은 2019년 2조 4,813억 원
에서 2024년 2조 6,823억 원으로 8.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의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4%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가 상승분
을 반영한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는 오히려 상권 규모가 –6% 역성장했다고 해
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경제 지표를 평가할 때는 명목 가치와 실질 가치를 구
분하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정책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
본 전제입니다.
2. ‘25.5% 증가’의 기준점: 2022년은 적절한 비교 대상인가?
또 다른 자료에서는 2022년 2조 1,375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4년 2조 6,823
억 원으로 25.5% 증가했다고 나타납니다. 그러나 2022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소비가 회복되던 특수한 시기였습니다. 이처럼 이례적인 시점을 기준
연도로 설정할 경우, 이후의 자연스러운 회복세가 마치 폭발적인 성장처럼 보
일 수 있습니다. 통계 비교의 신뢰성은 어떤 기준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므로, 기준연도 선택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3. ‘연 1,730만 방문’의 측정 방식에 대한 의문
DDP의 연간 방문객이 1,730만 명에 달한다는 주장 역시 그 측정 방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DDP는 개방된 공간으로 출입 인원을 정확히 계수하는 시
스템이 부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신, 교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
정치는 실제 'DDP 방문' 목적의 방문객 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간 3,65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 신림역 지하철역에 특정 조형물이 있
다고 해서 그 이용객 전부를 조형물 방문객으로 집계할 수는 없는 것과 같습
니다. 보다 신뢰도 높은 정책 효과 측정을 위해서는 명확한 측정 체계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4. 인과관계의 재해석: “관람객 70%가 상권 이용”
‘DDP 관람객 10명 중 7명이 주변 상권을 이용했다’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인식
조사 결과도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DDP 방문객을 대상으로
주변 상권 이용 여부를 묻는 것은 이미 DDP에 온 사람들에게 편향된 결과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관에 온 관람객에게 팝콘을 구매할 것인가를 문
의하는 것과 같습니다. DDP가 상권 활성화에 미친 순수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동대문 상권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DDP 방문이 실제 소비에 어
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객관적인 표본과 비교군 설계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데이터 기반 행정의 투명성을 바라며
DDP의 미래에 대한 여러 대안이 논의되는 시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
택을 하든,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집되고 분
석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행정의 성과를 알리는 데이터가 홍보를 위한 수단
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정책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진실의
도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많은 시민이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비판적
으로 수용하는 시대입니다. 행정의 신뢰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데이터 활용에서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