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2026-03-04)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선고한 것에 대해 사라 브룩스(Sarah Brooks)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사무소 부국장은 “임신중지는 범죄가 아니다.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보장되어야 할 필수 의료 서비스이자 기본적인 인권이다. 이번 판결은 임신중지 권리를 둘러싼 법·제도적 공백 속에서 한국의 여성들과 의료진이 처한 위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모자보건법 개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임신한 여성들의 필수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명확한 규제와 보호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임신한 여성들과 의료진이 착취적인 비공식 의료 체계로 내몰리거나, 권리 향유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신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존엄과 권리는 안전한 임신중지 관련 법과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모자보건법을 조속히 개정하고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
2026년 3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으며,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해당 시술을 시행한 의사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병원장은 징역 6년과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024년 6월 임신 후기 산모였던 20대 여성은 임신 34~36주 시점에 인천 소재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 기저 질환으로 임신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여성은 임신중지 과정과 심경을 브이로그로 기록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해당 영상이 큰 주목을 받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사건 조사를 의뢰하며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2026년 1월, 검찰은 임신중지를 시행한 여성과 집도의, 병원장, 브로커 등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여성과 집도의에게 각각 징역 6년, 병원장에게 징역 10년, 두 명의 브로커에게 각각 징역 3년과 1년 6개월의 형량을 구형했다.
앞서 2019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가 기한 내 법을 개정하지 않으며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제도적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임신한 여성들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