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토리니섬, 여수 '대두라도'를 가다

입력 2026년03월13일 08시31분 임윤식 조회수 152

험준한 산비탈에 들어선 그림같은 섬마을

이 섬에 살고싶다

한국의 산토리니섬, 여수 '대두라도'를 가다

 

험준한 산비탈에 들어선 그림같은 섬마을

 

며칠전, 필자는 지인 2명과 함께 머나먼 남쪽바다 여수로 향했다. 자동차로 편도 5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여수에선 금오도 비렁길을 걷고 안도 동고지 및 서고지를 돌아본 후 3월 1일에는 여수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유인도인 화태도, 나발도, 대두라도, 월호도 등을 낚싯배를 빌려 돌아보았다.

 


 

화태도는 여수와 화태대교로 이어져 있다. 화태도 월전항에 도착하니 벌써 작은 어선 한 척이 기다리고 있다. 선장은 김재연(58세) 씨, 첫 눈에 순박함과 친근감이 느껴지는 분이다. 두라도 우편배달부 일도 한다. 10남매를 키운 가장으로도 유명하다. 본인 자녀는 8남매이지만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동생 자식 2명도 맡아 키웠다. 사는 곳이 대두라도라는 섬인데 그곳 교회의 장로라고 한다. 일요일이라 11시에는 교회에 가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우선 나발도와 대두라도를 돌아보고 점심 후 나머지 섬들을 돌자고 한다. 현재시간이 9시 즈음, 약 2시간 동안 나발도와 대두라도를 탐방하고 11시 이후 예배시간 중에는 우리들끼리 대두라도 마을길을 걷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일정관계상 작은 어선을 빌려 나발도-대두라도-월호도 등을 돌아봤지만, 시간여유가 있는 여행객들은 여수 군내항에서 출항하는 정기여객선 한려3호(신아해운 010-8646-2440)를 타면 된다. 이 여객선은 7시 15분 1항차부터 15시 30분 5항차까지 군내-송도-월호-독정-대두라-나발-월전-횡간-군내로 돈다.

 


 

나발도 해안길을 산책한 후 다시 어선에 탑승, 바로 지척에 있는 대두라도에 도착했다. 선장은 이동 중 대횡간도, 소횡간도, 소두라도 등 주변 섬들을 소개한다. 여수에는 무인도 포함 총 365개의 섬들이 있다.

 


 

이번에 필자 일행이 방문하고자 하는 섬들은 모두 유인도, 이중 대두라도는 70가구, 주민 90명이 사는 제법 큰 섬이다. 아직 폐교되지않은 초등학교도 있다. 필자가 굳이 ‘아직’이라는 서두어를 붙인 건 그동안 필자의 적지않은 섬여행 중 작은 섬들의 경우에는 학생이 없어 문을 닫은 학교가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방문했던 안도의 경우에도 초등학교가 폐교된 후 그 부지를 캠핑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지난 1월 중순에 찾았던 여자도 역시 초등학교 폐교 상태였다. 소라초등학교 여자분교는 2025년 3월 1일자로 폐교됐다고 한다. 대두라도 바로 옆섬인 월호도 역시 화태초등학교 월호분교가 2023년 3월 1일자로 휴교됐다. 휴교 상태에서 몇 년 지나면 학생이 들어오지않을 경우 결국 폐교된다.

다행하게도 돌산초등학교 대두라분교는 현재 학생 3명(1학년 1명, 4학년 1명, 6학년 1명)이며, 이들을 위한 선생님도 3명이라 한다. 섬지역에서 특히 폐교가 늘어나는 건 젊은이들이 갈수록 육지에 나가 생활하고 섬에는 나이든 노인들 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아직 어린 학생들이 있다는 건 젊은 부모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건 섬의 희망이다. 섬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재연 선장은 선착장에 배를 정박한 후 자신의 트럭에 시동을 건다. 우리 일행을 자신이 사는 마을로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대두라도에는 임기미, 벌통기미, 선창 세 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배가 닿은 곳이 선창마을이다. 선창마을 골목길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벌통기미에 이른다.

반대로 남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임기미로 가는 길이다. 임기미에서 벌통기미로 길이 뚫려 있다. 선창에서 임기미로 넘어가는 길목에 보건진료소와 초등학교가 있다. 김재연 선장이 살고있는 동네는 벌통기미라고 한다. 벌통기미는 현재는 행정구역상 ‘봉통리’로 부르고 있다. 집 주소도 ‘봉통길 **번지’ 식이다.

 


 

운전석 옆에 앉아 봉통마을 가는 길을 유심히 살펴본다. 길옆에는 동백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남녘의 봄! 반갑다. 꽤 가파른 숲길을 한참 간다. 길이 좁아 조심운전해야 할 것 같다. 마치 산 속 깊은 오솔길을 오르는 것 같다. “산 속에 마을이 있는 건가요? 이런 숲속에 마을이 있다면 6.25사변 때 인민군도 마을을 찾지못했을 것 같은 데요“ 한마디 던져본다. “가파른 숲길을 넘어야 마을이 나옵니다. 선창마을에서 북쪽으로 좁은 골목을 오르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있는데 저는 가파르기는 하지만 이 숲길을 더 좋아합니다” 선장 운전수의 말이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얼마간 올랐을까? 갑자기 앞이 훤히 트이면서 그림같은 마을이 나타난다. 와, 아름답네요. 그리스의 세계적 관광지인 ‘산토리니’ 같아요. 다양한 색깔로 집 지붕과 담벽을 칠해서 더욱 아름답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비탈언덕에 형형색색으로 들어선 예쁜 주택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리스 산토리니섬 못지않은 아름다운 섬마을이다. 그 마을 언덕 꼭대기에는 하얀 색의 교회가 우뚝 서 있다. ‘언덕 위 하얀 교회’ 멋지고 성스럽다.

 


 

김재연 선장과 이재언 소장은 11시에 예배보러 교회에 가고, 나머지 일행은 봉통마을길 여기저기를 걸어본다. 발 아래 남쪽으로는 금오도가 밟힐 듯 지척이다. 비렁길 출발점인 함구미항도 시야에 잡힌다. 교회 바로 아래 큰 나무 쉼터가 보인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후박나무라고 한다. 평상에 앉아 잠시 쉬면서 경관을 즐긴다.

 


 

정면으로 노란담벽에 주황색 지붕의 조그만 집이 보인다. 위치도 참 좋다. 마치 테라스에 앉아 있는 집 같다. 바다와 금오도를 팔벌려 가슴 가득 안고 사는 집 아닌가?

 


 

또, 남쪽 언덕빼기에는 역시 주황색 지붕에 하얀색의 건물벽을 한 집도 그림같다. 궁금해서 올라가 보니 마당이 꽤 넓다. 잔디밭 끝에 무대 모양의 단도 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야외파티하기 아주 좋은 마당이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는 동백꽃과 함께 벌써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있다. 사진을 찍어 구글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광대나물’이라고 답해준다. 줄기 위 부분에 달린 잎이 줄기를 완전히 감싸고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광대가 목에 두른 장식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잎의 모양 때문에 '코딱지나물'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마을 아래 까마득하게 선착장이 내려다보인다. 제법 먼 거리다. 시간도 남아있어 선착장까지 내려가 봤다. 보통의 선착장 마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않는다. 이상하다. 이곳으로 멸치배가 들어온다던데 시기가 지나서인가? 멸치잡이는 보통 12월-1월 쯤 겨울철이 한 철이다. 나중에 안 일인데 모두들 교회에 갔기 때문이라 한다. 교회 다니는 주민들이 많은 마을인 것 같다.

 


 

길 옆에 내려다보이는 파랑색 옥상. 바다색과 잘 어울린다. 동네 한 집 한 집 도색에도 꽤 신경을 쓴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에 예술적 감성을 더하니 금상첨화다.

선착장 내려가는 길 옆 숲이 어지럽게 파여 있다. 멧돼지 소행인 것 같다고 한다. 섬에 멧돼지가 있다면 무섭기도 할 것 같다. 갯수가 늘어난다면 섬 주민들에게 적지않은 위협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동백나무꽃을 보면서 역시 남녘 섬이구나 실감이 간다. 가파른 숲길로 봉통마을에 들어올 때 김재연 선장에게 물어본게 또 있다. “길이 매우 좁고 가파른데 겨울에 눈이 오면 차 운전하기 위험할 것 같네요”. “괜찮아요. 이곳엔 눈이 거의 안와요. 눈이 와도 바로 녹아버려요”. 대답이 명쾌하고 편안하다.

 


 

마을 담벽엔 온통 예쁘고 앙증맞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벽화가 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섬이라서 물고기 그림이 많다.

벽화와 함께 ‘오늘도 여전히 예쁜 대두라도’라고 쓴 글이 눈길을 끈다.

 


 

꽃그림 벽화도 있다. 강아지 한 마리 꽃을 지키듯 코너에 서 있다. 강아지 역시 섬 주민이다. 섬 모양이 콩같이 생겼다 해서 ‘두라도(豆羅島)’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점심은 교회에서 초대받았다. 대한 예수교 장로회 두라리교회. 김수열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다. 마침 오늘이 여신도 한 분의 생일이란다. 음식이 푸짐하다. 불고기에 샐러드무침, 불고기후 볶음밥 등. 어린이들 4명도 점심식사에 함께 했다.

 


 

점심식사 후 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조망쉼터에서 바다풍경을 감상했다. 발 아래 바다 건너 금오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비렁길 출발포인트인 함구미항과 송고항도 지척이다. 조망쉼터 자체도 아름답다. 노란 벽 건물에 바다색을 그려넣은 파란 계단, 봉통마을 전체가 형형색색의 무지개마을이다.

 


 

바다 건너 다리공사중 인 주탑 2개가 보인다. 월호도와 개도를 잇는 교량공사다. 여수시가 2026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11개 주요 섬을 잇는 다리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수시는 이를 '일레븐 브릿지'로 명명하고 바다와 섬, 관광객과 주민을 잇겠다는 계획으로 11개 다리 가운데 일부는 섬박람회 이전까지 임시개통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수시에 따르면 일레븐브릿지는 여수 돌산읍에서 고흥반도까지 섬들을 연결하는 11개 다리를 일컫는다. 화양∼조발 대교(854m), 둔병대교(990m), 낭도대교(640m), 적금대교(470m), 화태대교(1.3㎞), 백야대교(325m),·팔영대교(1.3㎞), 화태도∼월호도∼개도∼제도∼백야도 구간 해상 교량 4개다. 7개 다리는 완공됐지만, 화태도~월호도(611m), 월호도∼개도(910m), 개도∼제도(605m), 제도∼백야도(615m) 등 4개 구간은 아직 공사 중이다. 이들 교량은 2027년 8월 개통 예정이다.

여수시는 섬 박람회 기간(2026년 9월 5일∼11월 4일)에 맞춰 임시 개통이라도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량이 모두 뚫리면 9개섬이 11개 다리로 이어져 바다, 연안, 섬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벨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을 담벽에 쓰여진 시 한편을 옮겨본다. 김영미라는 시인이 쓴 글이다. 제목은 ‘두라도’.

 

맑은 바다, 이쁜 꽃

웃는 사람들

두라도는 맑음이다

고기 한 마리 배 한 척

웃는 얼굴

두라도는 행복이다

방풍나물, 마늘향기

산딸기

두라도는 풍성함이다

 

나는 두라도가

참 좋다

 

나도, 그렇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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