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work docent: 예술은 창작자의 관점이 직관을 통과하며 정점의 순간에 일치되는 것이다. 천변만화의 다양성과 내러티브와 메타포가 한점에서 합치되는 순간이 곧 사진이다.
서울마라톤 현장을 갔는데 기자들은 결승선 통과 테이프에 집중하고 필자는 2시간을 넘게 달려온 선수들의 표정이 남긴 스토리텔링에 주력했다. 훗날 어느 기자가 필자의 작품들을 보고 “우린 이렇게 찍으면 데스크에서 재떨이 날아와요”
(누드작품들은 한국사진방송-보물창고에 넣어 둡니다.)
거대한 빌딩 숲을 비집고 걸맞지 않게 작은 무대가 있었다. 주말이면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로 가득 찼다. 누구든지 무대 위로 올라 자신의 끼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었다.
햇살이 부서지는 오후, 헐렁한 푸대자루를 걸친 소녀들이 무대 위에 섰다. 그녀들의 눈빛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긴장감이나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는 당찬 표정이다.
데굴데굴 뗏 데굴! 도토리였나? 무대 위를 마구 구르는 그녀들의 난장판에 관중들도 난장판이 되었다. 오 탄력! 갓 잡아 놓은 새우인가? 통통 튀어 일어난 그녀들의 삿대질에 관중들도 박수로 화답한다. 신나는 오후였다.
거리의 공기에는 사람들의 웃음, 기타 줄의 진동, 햇살과 먼지 냄새가 뒤섞여 활기 생동이었다. 소박한 무대지만 그곳에서만큼은 누구도 유명하지 않아도 별처럼 빛날 수 있었다. 젊음의 에너지가 도시에 스며들어 잠시나마 모든 빌딩의 차가움마저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慈旨에게 속삭였다.
“당신도 한가락 하잖아? 멋진 묘기 보여줄 수 있어? 나를 미치도록 만들어 봐!”
“내 사랑 遺棄를 위한 필살기! 내 실력 보고 기절하면 안 돼?”
휘리릭!
그가 공중잽이로 날렵하게 몸을 날려 무대 위로 올라섰다.
마치 영화 와호장룡에서 장쯔이가 대나무 위를 스치듯 날아오르던 장면처럼 가볍고 민첩한 몸놀림이었다.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어쩜 저렇게 멋질 수가.
늘씬한 키에 잘 재단된 우아한 정장.
오뚝한 콧날, 갸름하게 떨어지는 윤곽, 짙은 눈썹 아래에서 사람을 빨아들일 듯 빛나는 눈동자.
慈旨의 옷맵시는 사실 나의 재력 덕분이었다.
이 시대 최고급 명품으로 맞춘 정장이었으니까. 관중들 역시 그 세련미를 단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딸깍 딸깍 똑 또그그르... 정적을 깨트리며 구두 굽이 마룻장을 두드렸다. 그가 갈짓자로 스탭을 밟았다.
어떤 음악도 없었다. 구두 소리가 흥겹고 신명 나는 음악이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채우는 것 같았다.
유연한 허리와 목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손은 머리 위 모자에 얹혀, 벗을 듯 말 듯 멈추고.
“탁!”
순간 그의 허리 아래가 튀어 올랐다.
이어지는 춤사위. Moonwalk
마치 물 위를 걷듯 유연하게 미끄러지는 발목 Gliding
레일 위를 스치는 자기부상 열차처럼 흔들림 없이 무대를 가로질렀다.
빙글 빙그르르—
부드러운 스윙.
그 순간,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왔다. B illie Jean
앰프도 스피커도 없는데,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걸까? 그의 몸 어딘가에 숨겨진 장치였다. 자동차에 내장된 앰프처럼 스마트 폰처럼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우아한 메커니즘이었다..
압도된 관중들은 숨조차 쉬지 못했다.
아마 진짜 잭슨이 나타난다 해도 이토록 유연하고 완벽한 춤사위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에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모자를 벗어들었다. 관중들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일용할 양식을....”
동전이 떨어졌다.
지폐가 날아들었다.
누군가는 배춧잎까지 던졌다.
심지어 누런 똥색 고액권도 섞여 있었다.
그것을 검은 비닐봉지에 구겨 넣고 우리는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慈旨와 나.
관중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어둑한 뒷골목.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외진 골목이다.
깡마른 노파가 시든 푸성귀 두어 다발을 앞에 놓고 퀭한 눈길로 오가는 사람들을 스캔하고 있다. 이른 아침 무거운 푸성귀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시오리 길을 걸어와서 왼 종일 주저앉아 있었다. 한 모금의 물 조차 그른 상태였지만 남은 푸성귀를 떨이하고 가려는 눈치였다. 옆의 쭈그러진 양은 함지박에 지푸라기 몇 잎과 비닐봉지 그리고 때에 절은 낡은 수건을 감아 만든 따뱅이가 허접하게 놓여 있다.
카메라 가방을 열어 보았다.
다행히 고액권 다발이 들어 있었다. 거액이었다.
그 지폐 다발도 검은 비닐봉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노파에게 남은 채소는 떨이니까 싸게 달라고 흥정하며 노파의 함지박 안에 돈 봉지를 슬쩍 넣어 두고 재빨리 그 골목을 벗어났다.
따라오던 慈旨가 웃었다. 그는 이미 기계가 아니었다. 그는 나의 심리상태를 완벽하게 꿰고 있다. “또 시작이군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로등 아래 조용히 Billie Jean의 리듬이 흐르고 우리는 무도회에 참가한 무희들처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며 집으로 향했다.
[끝]
金嘉中 fictiot 1부 ‘快樂旅行’은 여기서 마칩니다.
2부 ‘浪漫遊戲’ 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