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gajoong,s fantasy travelogue 皇山之藝術Nude ‘툰시 라오지에의 악몽’

입력 2026년04월27일 17시24분 김가중 조회수 236

신안강,

세상을 덜어낸 자리였다.

태풍이 휩쓸고 간 뒤, 강은 잠시 말을 잃은 듯 고요했다. 시멘트로 둘러싸인 수로는 여전히 인공의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을 채운 물은 묘하게도 자연의 숨결을 되찾고 있었다. 넘쳐흐르던 격정은 가라앉고, 남은 것은 천천히 숨 쉬는 물결뿐이었다.

사람들이 한가하게 강 아래로 내려갔다. 누군가는 빨래를 헹구고, 누군가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물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마치 이곳의 규칙을 알고 있는 듯, 조용히, 그러나 자연스럽게 풍경 속으로 스며들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경계였다. 이쪽은 인간의 시간, 저쪽은 풍경의 시간.다리를 건너면 세상의 속도가 조금 느려질 것만 같았다.

맞은편 풍경은 연한 미색으로 번진 수묵화 같았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지만,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풍경. 산도, 나무도, 집도 모두 자기 존재를 과시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에 있었다. 그 사이를 흐르는 공기마저 여백처럼 느껴졌다.

여백의 미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채우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담는 일.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전해지는 감정.

 

신안강변은 특별히 볼 것도, 감탄을 자아낼 장면도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마음속의 소음이 하나둘 사라졌다. 욕심도, 조급함도, 이유 없이 들끓던 생각들도 물결처럼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단 하나,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러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감각.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그저 조용히 받아주는 넉넉한 품. 신안강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사람을 품고 있었다.

강은 시간마저 멈춘 듯 고요해 세상의 모든 소음들이 이 강으로 다 빨려들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물이 흐르는 건지, 시간이 흐르는 건지, 아니 둘 다 파업 들어간 건지아무튼 고요함이 지나쳐서 귀를 들이대면 , 지금 우주가 낮잠 중이야라는 안내방송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강변을 한 발짝 벗어나 손수레가 번잡한 거리로 들어서자

끝났다. 인류 대이동 시작이다.

갑자기 전 세계 인구가 단체로 여기서 만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몰려든다. 방금 전까지 명상하던 정신은 순식간에 황산 정상에서 사람들한테 떠밀리던 악몽을 자동 재생한다. “, 맞다거기서 인간 파도타기 했었지

 

그리고 등장하는 문제의 장소툰시 라오지에(屯溪老街)

겉보기엔 운치 있다. ·청 시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붓이니 벼루니 문방사우가 고풍스럽게 진열돼 있다. 분위기는 전통,

 

밀도는 지옥. 여기서 사진작가? 그건 예술가가 아니라 시한폭탄이다.

카메라 가방? 렌즈? 지나가던 아저씨 등이랑 친해짐.그리고삼각대.

삼각대는 여기서 도구가 아니다. 브루스 리의 쌍절곤 같은 병기다.

 

실제로 한 용감한(?) 사진작가가 어깨에 카메라 주렁주렁 삼각대까지 풀세팅하고

예술은 디테일이지

하면서 거리를 활보하다가그만 도자기 하나를 툭아니, “이 아니었다.

와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 소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리까지 퍼졌다. 아마 황해건너 한국 어딘가에서도 .“? 방금 뭐 깨졌냐?” 했을 것이다. 도자기들은 단순히 떨어진 게 아니라, 단체로 인생을 포기한 듯 도미노를 찍었다. 그 사진작가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펼쳐진 풍경은이스라엘에 폭격 맞은 레바논의 한 복판 같았다. 민망할 정도로 처참했다. 마치 전쟁 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 문제는 감독이 본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잠시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셔터를 눌렀어야 했는데인생이 눌렸네.”

그리고 그 뒤 이야기는, 현지 법률과 생존 본능을 위해 여기서 끊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이 여행기의 장르는 판타지지만, 그 이후는 현실 공포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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