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앵글 안에 잡히는 모든 구도는 전혀 화장끼 없는 맨 얼굴 그 자체였다. 그것은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가르는 역사의 선명한 황금분할이었다. 그것들은 단순히 전시용으로 조성되어 교육적 효과만을 노린 책 속에 인쇄된 글자 같은 그런 허구가 아니었다. 오직 사실이었고 방금까지 둘러앉아 마작을 두던 촌노들과 그 가족들의 삶 자체였다.
휴머니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빛바랜 갈색이 은은한 이 옛집을 우리들은 900년의 시간을 실제로 보내거나 아니면 타임머신을 타고 소모라도 하려는 듯 서서히 그리고 꼼꼼하게 한땀한땀 수를 놓듯 작품을 기록해 나갔다.
그것은 그 작가의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벼락치듯 속사포처럼 흥분하여 날뛰는 작가다, 옆에 있는 사람도 그가 언제 셔터를 눌렀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스케치하는 작가다. 그 작가의 촬영순간은 서부의 총잡이들이 휘리릭 총구를 돌려 불을 뿜듯 거침없이 눌러대어 작품은 거칠고 선예도는 떨어졌지만 그 자신은 오히려 퀄리티 떨어지는 그런 사진을 즐기는 작가였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냉정한 자세로 톺아보고 오선지 위에 그러진 되돌이표에 따라 반복하여 구석구석을 돌고 또 돌며 톺아보고 있었다. 내일 비가 멎는다면 해가 서쪽에서 뜰 것이 분명하다.
결론은 이 빗속의 옛집에서 여인의 몸을 통하여 우리들이 카메라에 담은 것은 사진이란 예술이 아닌 삶의 본질이란 원초적 본능이었다. 비로소 예술의 껍데기를 한 꺼플 벗겨내고 그 속살을 들춰 본 기분이었다. 처음 만난 여인의 잠든 치맛단을 살짝 들춘것 같은 그런 흥분이 시종일관 밀려왔다.
그것은 생생한 생것 그 자체였다. 소위 말하는 사진의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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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慈旨는 알고 있었다. 누드촬영은 예술을 지우고 그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장치라는 것을.....*** “자지 너 넘 웃긴다. 없는 사실을 네 마음대로 지어내냐?”
제목: 시간의 표면 (The Surface of Time)
컨셉: 누드 촬영 프로젝트를 둘러싼 예술 vs 윤리 vs 욕망
INT. 옛집 – 낮 / 비
카메라가 공간을 훑는다.
모든 것은 날것 그대로다.
EXT. 마당 – 연속
INT. 900년 된 중국식 옛집 – 비 오는 낮
빗소리가 처마를 두드린다.
물방울이 처마 끝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다.
카메라, 천천히 이동.
낡은 벽. 벗겨진 흙.
손때 묻은 나무 기둥.
프레임 안에 노인들이 있다.
마작 패가 탁자 위에 부딪힌다.
탁. 탁. 탁.
그들의 손은 거칠다.
손톱 사이엔 흙이 끼어 있다.
누군가 웃는다.
이가 몇 개 빠져 있다.
카메라, 멈춘다.
작가(40대, 신경질적)
셔터를 누른다.
찰칵.
…아무도 눈치 못 챈다.
CUT TO:
작가의 눈
이상하다.
평소라면 이미 수십 장을 갈겨 찍었을 타이밍.
그런데—
멈춰 있다.
카메라 POV
천천히, 집을 훑는다.
벽 → 바닥 → 천장 → 사람 → 다시 사람
마치 시간을 되감기라도 하듯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돈다.
옆에 있던 동료
눈치를 본다.
동료
(작게)
오늘 왜 이래…
작가
대답하지 않는다.
셔터를 들고 있지만
누르지 않는다.
마치—
이 집이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SFX
비 소리, 더 커진다.
방 한쪽
여인이 있다.
잠들어 있다.
젖은 치맛단.
살짝 드러난 발목.
숨이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작가 POV
여인을 본다.
멈춘다.
조금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찰칵.
그 순간
마작 소리가 멈춘다.
노인 하나가 고개를 든다.
작가를 본다.
정적.
노인
(무심하게)
그거… 사진이냐?
작가
(잠깐 멈추다)
…아니요.
작가 (CONT'D)
거의 속삭이듯
“살아 있는 거요.”
다시 마작 소리
탁. 탁. 탁.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레이션 (V.O.)
우리가 찍은 건
사진이 아니었다.
구도도 아니고
빛도 아니고
예술은 더더욱 아니었다.
컷 – 여인의 발목
미세하게 움직인다.
V.O.
그건—
껍데기 벗겨진
삶의 생살이었다.
개
유일하게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 존재
결과적으로 가장 “예술적”
마지막 컷
카메라 렌즈 안에 비친
노인의 얼굴.
그리고 그 위로 겹쳐지는—
여인의 숨.
BLACK OUT
V.O. (마지막 한 줄)
“리얼리즘?
…그건 아직 덜 벗겨진 말이다.”
“실패했기 때문에, 완벽하다.”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