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영 사진 읽기 - 빛과 장미의 대화

입력 2026년05월19일 14시14분 김가중 조회수 60

제목 : 빛이 꽃에게 말을 걸다

주제 이 사진이 말하는 것

 

이 사진의 본질적 주제는 '탄생과 충만 사이' 이다.

화면 안에는 세 개의 시간이 공존한다. 아직 봉오리인 것들, 지금 막 피어나는 것들,

그리고 활짝 열린 것들. 작가는 한 송이의 완성된 꽃이 아닌, 그 과정 전체를 한 화

면에 담았다. 이것은 단순한 꽃 사진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이 통과하는 시간의

결을 포착한 사진이다. 여기에 빛이 더해진다. 화면 왼쪽 상단에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터져 나오는 역광의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그것은 이 장면 전체의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다. 빛이 있어 꽃은 빛나고, 꽃이 있어 빛은 살아있다.

 

비평 작가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구도의 선택>

작가는 낮은 앵글을 선택했다. 꽃과 같은 눈높이, 혹은 그보다 낮은 위치에서 렌즈

를 들이댔다. 이것은 중요한 결정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은 대상을 지배하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은 대상을 경외한다. 작가는 장미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심도의 선택>

전경의 장미는 선명하고, 배경의 장미들은 빛의 보케(bokeh)로 녹아든다. 이 얕은 - 1

심도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다. 선명한 것과 흐릿한 것의 공존, 즉 지금 이 순

간 내 앞에 있는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배경의 수

많은 장미들은 흐릿하게 퍼지며 하나의 거대한 빛의 바다가 되고, 그 속에서 전경의

꽃들은 더욱 또렷하게 살아난다.

 

<빛의 선택>

역광은 사진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빛이다. 잘못 쓰면 피사체가 어두워지고 화면

이 뭉개진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역광은 완벽하게 제어되어, 꽃잎 가장자리에 섬세한

빛의 테두리를 만들어냈다. 분홍과 노랑이 뒤섞인 꽃잎이 빛을 투과시키며 마치 스스

로 발광하는 것처럼 빛나고 있다. 빛이 꽃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꽃이 빛을 품고 있

는 것처럼.

 

작가의 철학 렌즈 뒤에 있는 시선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작가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첫째, 작가는 완성보다 과정을 사랑한다.

활짝 핀 꽃 한 송이를 클로즈업하는 것이 더 쉽고 화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봉오리와 반쯤 핀 꽃과 만개한 꽃이 함께 있는 장면을 선택했다. 그 안에는 어느 단

계도 소홀히 여기지 않겠다는 태도가 있다. 피기 전의 긴장감, 피는 순간의 떨림,

핀 후의 충만함 모두가 아름답다는 시선.

 

둘째, 작가는 빛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언어로 쓴다.

이 사진에서 빛은 기술적 요소가 아니다. 빛은 이야기의 화자다. 어둠 속에서 비집

고 나오는 그 한 줄기 빛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그저 아름다운 꽃밭 사진에 머물렀

을 것이다. 빛을 기다리고, 빛의 언어를 읽고, 빛이 꽃에게 말을 거는 그 순간을 포착

하는 것 그것이 이 작가가 카메라를 드는 이유다.

 

셋째, 작가는 자연 앞에서 겸손하다.

낮은 앵글, 꽃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 이것은 자연을 찍으러 간 것이 아니라,

자연 안으로 들어간 사람의 사진이다. 지배하거나 소유하려는 시선이 아닌, 그 세계의

일부가 되려는 조용한 의지.

 

마지막으로,

이 사진 앞에 오래 서 있으면, 어느 순간 꽃향기가 날 것만 같다. 빛의 온기가 느껴

질 것만 같다. 좋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라는 말

이 있다. 이 사진이 바로 그런 사진이다.

작가는 꽃을 찍은 것이 아니다. 꽃이 되는 순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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