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된 찰나

입력 2026년05월20일 18시37분 신원중 조회수 184

작가 노트: <중첩된 찰나, 경계를 지운 프레임>

"우리는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동시에 걷고 있는가."

본 작업은 무관해 보이는 세 가지 시공간의 '우연한 마주침(Coincidental moments)'을 하나의 시각적 평면 위에 결합하여, 현대인이 마주하는 삶의 다층적 개념을 탐구하고자 한 시도이다. 선명한 콜라주적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하나의 유기적인 시각 공간으로 합성된 화면은, 분절된 현실이 아닌 우리가 동시에 살아가는 입체적인 실존을 대변한다.

### 1. 동(動): 분출되는 외적 에너지 (농구 코트와 그래피티)

화면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화려한 그래피티와 농구공의 궤적은 '살아 움직이는 현재'를 상징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부딪히며, 프레임 바깥으로 튕겨 나가려는 젊음의 에너지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현실이자 우리가 감각하는 거친 외부 세계의 표상이다.

2. 정(靜): 침잠하는 내적 명상 (눈을 감은 여인과 정물)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은 눈을 감고 있는 여인의 정적인 순간이다. 화려한 꽃과 과일, 차분한 자연의 배경 속에 놓인 그녀는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단절된 '내면의 시간'을 흐르게 한다. 격렬한 움직임 바로 곁에서 이루어지는 이 고요한 침잠은, 소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기어이 자신만의 평화를 찾아내는 인간의 영적 회귀를 보여준다.

3. 시선(Gaze): 기술과 관찰의 개입 (모니터링하는 작업자들과 빛)

이 모든 동(動)과 정(靜)의 소용돌이를 관찰하고 조율하는 제3의 시선이 존재한다. 모니터링을 하며 빛을 통제하는 작업자들과 인공적인 LED 조명의 배치는, 이 모든 우연의 순간들이 사실은 '기록되고 변형되는 예술적 개입'의 과정 안에 있음을 암시한다. 카메라는 단순히 대상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붙이는 매개체가 된다.

### 결론: 경계가 사라진 세계

이 작품에서 조형적인 경계선이나 백색의 띠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 개의 이질적인 세계는 하이라이트된 인위적 조명을 걷어내고, 자연스러운 투박한 그림자의 연결을 통해 마치 처음부터 한 공간에 있었던 것처럼 서로를 스며들게 한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움직임과 멈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교차할 때, 비로소 일상의 평범한 출근길이나 작업실의 한 구석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적 사건(Work of Art)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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