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체보다 더 아름다운 몽골의 산하’ 金嘉中 蒙㐔奇行 實話劇場

입력 2026년05월31일 15시06분 김가중 조회수 190

비행기 타기 전부터 겁을 주는 인간이 있었다.

"행님, 울란바토르 내리면 숨부터 막힙니더."

"?"

"추워가."

"그라모 마스크 쓰면 되제."

"그 정도가 아입니더. 공기가 폐를 파 삐립니다."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한다 싶었는데...

진짜 내리자마자 폐가 "어이쿠!" 무하마드 알 리의 펀치보다 더 충격적이다.

공항문 열리는 순간 냉동창고 문짝을 정통으로 들이받은 느낌이었다.

 

서울 겨울은 겨울도 아니었다.

몽골 겨울 앞에서는 냉장고 야채칸 수준이다.

 

울란바토르.

뜻은 "붉은 영웅".

이름부터가 무슨 액션영화 주인공 같다.

 

옛날에는 후레라고 불렸는데 갑자기 이름까지 확 바꿔삤다.

우리 같으면 동네 이름 바꾸는데도 주민설명회 열고 현수막 걸고 싸우는데, 몽골은 스케일이 다르다.

 

러시아 가서 군사훈련 받고 왔는데 거의 몽골판 캡틴아메리카였다.

차르를 쫓아낸 러시아가 탱크며 총이며 군대까지 빌려주자 이 청년이 들고 와서 나라를 새로 만들어 버렸다. 나라를 통째로 갈아엎고 수도 이름도 갈아엎어 버렸다.

몽골을 갈아엎은 청년의 이름은 수흐 바토르였다. 세계에 가장 방대한 제국을 세웠던 칭기스칸조차 그 영웅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수흐 바토르의 이름을 기리기 위하여 몽골인들은 수도의 이름을 울란바토르로 바꾸었다. 1921년의 일이다.

몽골 공화국(Republic of Mongolia), 몽골의 공식 국가명이다.

 

그래서 지금도 몽골 사람들은 수흐바토르를 가장 존경한다. 칭기스칸도 위대하지만 현대 몽골이란 새나라를 만든 건 수흐바토르라는 것이다.

 

역사는 참 묘하다.

어떤 사람은 세계를 정복하고도 동상 하나 세워지고,

어떤 사람은 새 나라를 만들고 수도 이름까지 먹어 버린다.

그런데 사실 몽골에서 진짜 충격은 역사도 아니었다.

 

풍경이었다.

세상에...

이게 나라냐.

이게 그림이냐.

이게 여자 몸매냐.

 

어디를 봐도 구릉이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다.

가슴도 아니고 허리도 아니고 엉덩이도 아닌데 셋 다 닮았다.

 

초원이 살짝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마치 지구가 미인대회 출전하려고 드레스 입고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몽골 시인이 말했다.

 

"몽골의 산하는 여체보다 아름답다."

처음엔 허풍인 줄 알았다.

근데 며칠 다니다 보니 인정.

이 양반 거짓말 안 했다.

 

심지어 어떤 각도에서는 모델보다 풍경이 더 잘 빠졌다.

누드촬영 하러 왔다가 카메라 앵글이 자꾸 산으로 올라간다.

모델 찍으라는데 렌즈가 자꾸 초원으로 튄다.

사진가의 직업윤리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몽골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옛날에는 자기 문자도 제대로 없었는데 시는 기가 막히게 썼다.

 

말도 짧다.

한마디 하면 뇌를 때린다.

칭기스칸이 특히 그랬다.

" 하늘에 기대어 내가 말하노니 항복 하는 자는 은혜를 베풀 것이나 나의 말을 바람에 날려 보낸다면 그 씨앗도 추려내기 어려울 것이다 "

말이 아니라 예술이다. 고도로 함축된 한 편의 .

 

문학상 받아도 된다.

요즘 울나라 정치인들이 저런 문장 하나만 써도 베스트셀러 작가 된다.

 

그들의 역사서라는 몽골비화라는 책은 참말로 희한한 책이다.

보통 역사책이라카믄 첫 장 넘기자마자 졸음이 와서 책이 얼굴로 떨어지고, 두 장 넘기면 침 흘리면서 자고, 세 장 넘기면 책이 베개가 돼삐는기 정상인데...

 

이건 와 이라노?

읽다 보이 영화고,

넘기다 보이 드라마고,

계속 보이 넷플릭스고,

정신 차려보이 새벽 네시더라.

 

징기스칸이 등장하면 배경음악이 들리는 것 같고,

전쟁 장면 나오면 말발굽 소리가 귓구녕에서 쿵쾅거린다.

 

역사책이 아니라 우리나라 판소리 한 대목 같다.

얼쑤~

좋다~

지화자~

이 장단 넣어도 전혀 안 어색하다.

 

"나는 몽골의 푸른 늑대다. 너희는 하늘의 군대다. 우리의 신인 쾌쾌 탱그리와 조상 볼테치노는 항상 우리를 지키신다. 우리에게 패배란 없을 것이다. "

 

....

이건 문장이 아니다.

예술이다.

 

아니 요새 울나라 정치인들 짜드락거리는 거 볼라치면

혈압 오르고,

성질 나고,

뉴스 꺼삐린다.

나라 걱정하다가도 웃음이 먼저 나온다.

어떤 양반은 도장 반쯤 찍혔다고 부정선거라카고,

어떤 양반은 의자에 발 한번 올렸다가 국가비상사태 난 것처럼 난리굿당 지랄염병을 떤다.

또 어떤 양반은 상대방이 눈 한번 흘겨봤다고 긴급 기자회견 열고,

어떤 양반은 악수할 때 손 힘 좀 셌다고 민주주의 위기라카고,

어떤 양반은 하품 한번 했다가 전국 뉴스 3일 특집이다. 아니 울나라 정치인들 싸울거리가 그리도 읍더냐? 싸울걸 가지고 싸워야재, 중세시대 카톨릭 교황청도 아니고 원, 교황청 사람들 제 올릴 때 젓가락 어느 쪽에 놓느냐로 대구빡 박터지듯 싸웠다 카드만, 가들이 울나라 정치인 이 되었나?

 

몽골 초원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모가지가 댕겅 날아갔다.

근데 지금은 인터넷 댓글 하나 잘못 달면 그 짝이 난다.

세상 좋아진 건지 이상해진 건지 알 수가 없다.

 

징기스칸이 우리 정치판 보고 말 위에서 떨어져 죽은기 아이가? 혹시...

"아니 저 인간들은 전쟁도 안 하는데 와 저리 싸우노?"

 

칭기스칸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겁주는데도 품격이 있었다.

남들은 욕을 하는데 이 양반은 은유를 썼다.

남들은 칼을 휘두르는데 이 양반은 시를 읊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웃으면서 하는 협박이 원래 제일 무섭다.

 

징기스칸은 한 마디로 사람을 전율하게 만든다.

징기스칸은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고,

요새 울나라 정치인들은 사람을 쓴웃음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하여튼 몽골비화를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양반들은 칼도 잘 썼지만 말도 기가 막히게 썼다.

 

우리는 지금 SNS

"좋아요 눌러주세요." 이 말이 젤 좋은 말이라 카는데,

 

저 양반들은 천 년 전에

"나는 푸른 늑대다."

한 마디 던지고 세계사를 뒤집어 놨다.

 

몽골비화

읽어보면 역사책이 아니라 거의 대하드라마다.

전쟁 나오고 사랑 나오고 배신 나오고 복수 나오고 영웅 나오고 눈물 나오고...그리고 서사시

넷플릭스가 있었다면 시즌 20까지 갔을 것이다.

 

거기 나오는 문장들은 또 얼마나 멋진지.

"나는 몽골의 푸른 늑대다."

한 줄인데 가슴이 웅장해진다.

 

우리나라 아재들이 술 먹고

"나는 광희동의 푸른 늑대다!"

이러면 경찰이 오는데,

칭기스칸이 하면 역사가 된다.

 

결국 그는 그만의 특유한 언어로 초원의 유목민들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유라시아를 들쑤셔 놓았다.

 

고려에 보낸 항복문서만으로도 졸도할 정도다.

"투항하지 않으면 눈 있는 자는 눈을 멀게 하고 손 있는 자는 손을 자르고 다리가 있는 자는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

 

요즘 말로 번역하면

"좋게 말할 때 항복해라."

인데 스케일이 다르다.

 

막 태어난 아기한테

"얼랠래 까꿍 도리도리 잼잼"

하며 으러고 달래는 수준의 자신감이다.

 

그런 문장을 읽고 있으면 깨닫게 된다.

몽골은 단순히 말 잘 타는 유목민의 나라가 아니었다.

시를 노래하던 민족이었고,

하늘을 믿던 민족이었고,

무서운 말을 가장 아름답게 할 줄 알던 민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나라였다.

적어도 카메라를 들고 초원 한복판에 서 있는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누드 모델보다도 몽골의 산하가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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