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무우수갤러리는 오는 2026년 6월 10일(수)부터 6월 29일(월)까지 운재 이승우 초대개인전 《추혜사혜 秋兮史兮》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금문(金文)과 초서(草書)의 필의(筆意)를 현재의 감각으로 풀어낸 서예 작품들로 구성되며, 고전과 지금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운재 특유의 조형 세계를 집약해 보여준다.
운재의 작품은 먹이 닿은 자리만큼이나 닿지 않은 자리, 즉 여백을 치밀하게 다룬다. 대표 출품작 〈치백위계(治白爲桂)〉는 그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달을 바라보다 문득 이백(李白)의 시구를 떠올린 작가는, 서실 한켠에 쌓아두었던 종이 한 장을 꺼내 남은 먹으로 마음을 옮겼다. 의도하지 않은 자리에 계수나무가 피어났고, 거기에 금문의 필의를 더해 작품을 완성했다. 계획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치백위계〉를 포함해 금문·초서·행서를 아우르는 서예 작품 16여 점이 출품된다. 화선지에 먹이라는 가장 단순한 재료로 구현한 작품들은, 오랜 시간 붓을 쥐어온 자만이 낼 수 있는 필선의 속도와 무게, 그리고 여백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운재가 특히 천착해 온 분야는 금문과 초서이다. 고대 청동기에 새겨진 금문의 조형성은 단순한 복고(復古)가 아니라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되어 작품 안에 살아 숨쉰다. 동시에 초서의 연면(連綿)한 필선은 한 획 한 획이 아닌 흐름 전체로 읽히는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규장각 소장 고지도와 왕실 어진(御眞)의 글씨 모사, 전각 복원 작업을 통해 수십 년간 쌓아온 고서화 연구의 내공이 이번 전시 작품들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운재 이승우는 경남 거창 출신으로, 죽헌 정문장·초민 박용설 선생을 사사하며 필묵(筆墨)의 길에 깊이 들어선 서예가이자 전각가이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미대 강사, 수원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서울대학교 고미술품 보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으로서 규장각 소장 고지도와 왕실 어진(御眞)의 글씨 모사 및 전각 복원 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환갑을 넘겨 스스로를 ‘두 살배기’라 부르는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지나온 세월에 대한 결산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배움의 한 장면이다. 이번 전시 《추혜사혜》는 그 배움의 현재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