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 지문 정순원 문인화 첫 개인전 《떨감》

입력 2026년06월04일 16시11분 김가중 조회수 122





 

 

인사동 무우수갤러리는 오는 2026610()부터 618()까지 지문 정순원 문인화 개인전 떨감을 개최한다. 74세에 여는 인생 첫 개인전으로, 떫은 감이 오랜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달콤하게 익어가듯 삶의 깊이를 현대 수묵의 언어로 풀어낸 자리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74세 첫 개인전의 초심을 담은 '서시(序詩)'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은 감이 무르익어 꿀이 되듯 그림을 마음의 고백이자 성숙의 증거로 삼아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핵심 연작인 사계도(四季圖)는 조선 중기 문인 권호문의 시조 '한거십팔곡' 10곡을 바탕으로, 사계절의 이치와 삶의 순환을 수묵의 깊이로 담아냈다. 붓질에 담긴 고뇌와 철학을 탐구하는 '선의 사유' 시리즈에서는 갯벌 위 정박한 배와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삶의 뿌리를 형상화한다.

 

수묵추상 작업에서 작가는 '적층(積層)''마멸(磨滅)'이라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메커니즘, 즉 한지 위에 먹물처럼 스며들면서도 때로는 날카로운 경계를 빚는 복잡다단한 상호성을 시각화한다. 구상적 실체를 수묵의 번짐 속에 가두어 '추상'이라는 침묵의 언어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작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전통 수묵에 동시대적 호흡을 불어넣는다. 여백을 단순한 공백이 아닌 '관객 사유의 창'으로 삼아, 보는 이들이 각자의 상상력과 경험을 작품 안에 들여놓기를 기대한다.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질박한 필치로 수묵의 지평을 확장해가는 구도자적 자세가 이번 전시 전편에 흐른다.

 

지문知門 정순원(鄭淳元, Chung Soon Won, 1952~) 작가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장(사장), 현대로템 대표이사 부회장, 삼천리 대표이사 사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하는 등 경제·경영계의 중심에서 활동해왔다.

 

전시 제목 떨감은 아직 익지 않아 떫고 쓰지만 서리와 찬바람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단맛을 내는 감의 속성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나의 예술은 불완전하고 쓰디쓰지만, 결국 큰 울림으로 남는 떨감의 뒷맛에서 탄생한다고 고백한다. 이는 수묵화에 심취한 지 8년째에 접어든 작가가 경제학자·기업인·정책인으로서 살아온 긴 세월을 필묵(筆墨)으로 증류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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