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언론과 기자가 바라보는 시선
“아버지, 잊지 않겠습니다”… 현충원에 울려 퍼진 눈물과 감사 제71회 현충일 추념식,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 앞에 국민 모두가 고개 숙이다. 서울 현충원에서 본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 끝없이 이어진 참배 행렬, 묘비를 어루만지며 흘린 눈물 속에 살아있는 애국정신, 2026년 6월 6일 오전 10:00시.초여름의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은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평소의 고요함 속에서도 이날 만큼은 특별한 긴장감과 숙연함이 감돌았다.
제71회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국가추념식이 거행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추념식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 전국에 울려 퍼지자 현충원을 가득 메운 수 많은 시민과 유가족, 군 장병, 학생들은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단 1분의 묵념 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수십 년의 세월을 품은 듯 길고도 무겁게 느껴졌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 역시 카메라 셔터를 잠시 멈추고 묵념에 동참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태극기와 끝 없이 늘어선 묘역을 바라보는 순간,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이날 추념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삼부요인과 국가보훈 관계자, 각계 인사,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 시민 등 수만 명이 참석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장엄한 예포 발사가 이어지고,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 이라며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유와 번영이 가능했다” 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훈장 및 표창 수여식이 진행됐다. 휠체어에 의지한 고령의 유공자와 가족들이 단상에 오를 때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가장 큰 감동은 공식행사 이후 시작되었다.
행사가 끝난 뒤 현충원 묘역 곳곳에서는 오랜 세월 가슴 속에 품어왔던 그리움과 사랑이 눈물로 흘러나왔다.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은 천천히 묘비 앞으로 다가가 손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묘비의 이름 석 자를 몇 번이고 어루만졌다.
"아버지, 오랜만에 왔습니다."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한마디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노인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고, 주변에 있던 가족들 역시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묘역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준비해 온 국화를 조심스럽게 놓으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기자에게 "사진으로만 보던 아버지를 이제는 제가 아버지 나이가 되어 찾아뵙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아버지가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보고 싶다" 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현충원 곳곳에서는 부모의 손을 잡고 방문한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아버지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묘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들이 나라를 지켜주셨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거란다" 아이의 눈은 진지했다.
어쩌면 그 순간은 역사책 몇 권보다 더 큰 교육의 현장이었는지도 모른다. 현충원은 이날 단순한 묘지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고, 희생과 헌신, 사랑과 감사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교육장이었다. 기자가 묘역 사이를 걷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참전용사의 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젊은 군인의 모습이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올렸고, 다시 일어나 묘비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경례에는 선배 전우들에 대한 존경과 국가를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현충원 중앙광장에서 현충탑까지 이어진 분향행렬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손에 국화 한 송이를 든 시민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 군복 차림의 장병들, 그리고 백발의 노인들까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참배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고, 묘역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감사의 인사가 이어졌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그 말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아니라 이날 현충원을 찾은 모든 국민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에도 기자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진 태극기와 가지런히 늘어선 묘비들, 그리고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유가족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았다. 현충일은 단순히 하루의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영웅들을 기억하는 날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이다. 2026년 6월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울려 퍼진 추모의 묵념과 눈물, 그리고 감사의 마음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호국영령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이 나라를 더욱 굳건히 발전시키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국가적 책무임을 이날 현충원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날 현충원에 울려 퍼진 침묵은 그 어떤 연설보다 강했고, 유가족들의 눈물은 그 어떤 기록보다 깊은 울림으로 국민들의 가슴속에 새겨졌다. 대한민국은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숭고한 애국정신은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