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살풀이 위령무의 ‘방방곡곡 찾아가는 위령제’ 기행

입력 2026년06월15일 13시17분 김가중 조회수 112

고살풀이는 하나의 춤이면서, 자리의 성격에 따라 예를 달리하는 위령무이다.

 

위령비, 충혼탑, 기념비는 각각 추모의 대상과 취지가 다르며, 이에 따라 고살풀이는 위령의 취지와 용도에 맞게 기의 표현, 사용 물목, 의상, 발차림, 예의 방식이 변형된다.

 

이는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위령의 본질에 따른 예의 실천이며, 고살풀이가 공공의 위령무로서 자리하는 근거가 된다.

 

위령비에서는 혼을 달래고 풀어내는 ‘풀이’가 중심이 되며, 충혼탑에서는 국가와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와 예를 올리는 ‘예(禮)’가 중심이 된다. 기념비에서는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담아내고 전달하는 ‘의미의 기록’이 중심이 된다.

 

따라서 고살풀이는 하나의 형식으로 고정된 춤이 아니라, 자리의 취지에 따라 스스로를 낮추고 맞추며, 위령의 본질을 드러내는 위령무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 방방곡곡 현장을 찾아 기록하는 기행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위령의 자리에서 고살풀이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밝혀가는 과정이며, 고살풀이 위령무의 쓰임과 가치를 드러내는 실천이다.

 

 

■ 기행 범위

 

- 재난·재해 발생 시 위령 기행

- 수몰지역 위령 기행

- 국가 기념일 현충시설 기행

- 무연고 영령 위령 기행

 

 

고살풀이는 특정 무대에 머무는 춤이 아니라, 시대와 현장을 따라 움직이며 위령의 자리에 놓이는 위령무이다.

 

그 쓰임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사람과 영혼,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따라 달라지며, 그 자리에서 가장 낮은 예로 올려진다.

 

결국 고살풀이는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위로하고 풀어내기 위한 예이며, 사람과 영혼을 잇는 길이다.

 

 

가평 충혼탑에 고살풀이 춤을 올리다.

 

세상사는 이해가 얽히고 설켜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의 딱지가 떨어지고 새 살이 돋듯, 사람은 다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고살풀이 위령무 또한 그러한 시간의 여정 속에서 이어져 왔다. 고살풀이 춤의 2대 계승의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여러 이해와 현실 속에서 얽히고 설킨 시간들이 지나왔다. 그러나 그 시간 또한 딱지를 떼어내고 새 살이 돋고, 다시 길을 바라보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계획이 있다. 자비로 준비한 기획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진 충혼탑과 위령시설을 찾아 순국선열을 기리고 묵념의 마음으로 위령무를 올리는 일이다.

 

전통무용 고살풀이의 창시자이자 1대 보유자로서, 이희숙 선생이 춤을 출 수 있는 날까지 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위령무를 올리고자 한다. 이는 공연이 아니라 선열에 대한 예를 다하는 묵념의 춤이다.

 

이 여정은 충혼시설을 찾아가는 기행으로 이어지며, 그 기록은 짧은 글로 남겨 세상과 나누고 있다.

 

기행 글은 SNS를 통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기록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충혼시설 앞에서, 이희숙 선생은 오늘도 조용히 묵념의 마음을 담아 춤을 올린다.

 

 

대전 공장 화재 참사를 찾으며.

 

2026년 3월 29일, 고살풀이 춤 보유자인 이희숙 선생은 대전 안전공업 공장의 화재 참사 희생자 14명의 분향소를 찾아 참배 후 고살풀이 위령무를 올렸다. 한국고살풀이춤보존회는 '방방곡곡 찾아가는 위령제'를 통해 전국의 충혼탑과 순국선열을 기리는 터를 찾아 고살풀이 춤을 올리며, 이번 대전 공장 화재 참사와 같은 국가적 비극에도 희생자들을 위한 예를 갖추고자 하고 있다.

 

본 위령무는 현장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병행되는 형식으로, 보이지 않는 혼을 향한 예를 중심에 두고 진행된다. 음악을 배제한 무음의 공간 속에서, 발걸음과 호흡만으로 애도의 결을 담아내며, 노제 형식의 절제된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고묶음의 수는 희생자의 숫자를 상징하여 구성되며, 풀어내는 과정은 억울함을 달래고 보내는 의미를 담는다. 이 위령무는 공연이 아닌, 순수한 애도의 행위로서 그 자리에 존재하는 모든 혼을 향해 올리는 예이다.

 

고살풀이 춤은 현장 상황에 따라 형식가 병행되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1. 상징 및 설정

- 태극기 대신 → 질베 사용

(영가 및 조상, 혼의 상징)

 

- 춤 천 → 녹색

(천황·선황 / 억울한 혼의 표현)

 

- 발 → 맨발

- 음악 → 무음

(노제 춤 형식)

 

- 의상 → 권색 한복 (애도)

곤색 한복에 춤천을 허리에 감음

 

2. 진행 구조 (기·승·전·결)

 

기(起)

- 질베로 기(氣)를 표현

- 혼을 부르고 맞이하는 예

 

승(承)

- 허리에 감은 춤천을 풀어내는 춤

- 어루고 달래는 과정

 

전(轉)

- 고묶음 (사망자 수 상징)

- 고를 3단계로 풀어냄

 

결(結)

- 다 풀어진 천으로 어리생놀이

- 마무리 정리

- 유족을 향해 큰절로 인사

 

위령제는 무속신앙이 아닌 대한민국의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내려 온 예를 갖추는 유교사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국가적 재난 재해와 참사로 인해 억울하게 떠나간 희생자들에 예를 갖추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자세이며, 소외되어 가는 대한민국의 위령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몸소 뛰어 다니며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응원과 감사함을 전하고자 한다.

 

 

고살풀이 춤 보유자, 이희숙 선생의 광주 기행

 

보훈의 달 6월, 광주를 찾았다.

 

5·18 국립 민주묘지를 찾아 한 분 한 분의 묘역 앞에 고개 숙여 인사를 올리고, 향을 사르며 영령들의 평안을 기원하였다. 오월의 붉은 눈물과 유월의 뜨거운 함성은 세월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가슴 속에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묘역을 걷는 내내 수많은 이름들이 바람이 되어 스쳐 갔다. 그날의 아픔을 품은 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 간 영령들. 그분들의 넋 앞에 예를 다해 마음을 올린다.

 

이어 옛 전남도청을 찾았다.

 

역사의 현장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날의 시간을 되새겨 보았다. 기억은 잊지 않을 때 역사가 되고, 추모는 이어질 때 가치가 된다. 이번 광주 기행은 정치가 아닌 추모의 길이었으며, 이념이 아닌 사람의 길이었다.

 

방방곡곡을 찾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는 일. 그것이 이희숙 선생이 고살풀이 위령무를 통해 지켜가고 있는 작은 소임이다.

 

오월의 붉은 눈물과 유월의 뜨거웠던 함성이 이제는 한 조각 바람이 되어 우리 곁을 스쳐 갑니다.

 

모질고 아팠던 그날의 기억을 가슴에 품은 채, 이 땅의 푸른 봄을 피워내고 쓰러져간 고결한 영령들이여.

 

모진 바람 다 지나간 자리, 이제는 차디찬 어둠도, 못다한 서러움도 모두 내려 놓으소서.

 

뜨겁게 타올랐던 당신들의 영혼이 지지 않는 꽃이 되어 영원히 피어나길 바라며, 이 거룩한 땅 위에서 온 마음 다해 그대들의 깊은 혼을 달랩니다.

 

부디, 눈물 없는 그 곳에서 평안하소서.

 

2026년 6월, 광주에서

고살풀이 춤 보유자 이희숙 올림

 

제71회 현충일 기념,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호국위령비 위령제

 

제71회 현충일을 맞아 6일 10시 상북면민 운동장 호국위령비 앞에서 6.25전쟁 참전 순국 용사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봉행했다.

 

위령제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상북면 출신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호국위령비는 상북면민이 자금을 모아 조성한 것으로, 6·25전쟁 당시 전선에서 산화한 상북 출신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위령제는 묵념, 헌화와 분향, 추념사 순으로 진행됐으며, 이어 유가족과 미망인 등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위로연을 진행했다.

 

위령제는 △삼상향 및 강신례 △참신례 △초헌례 및 독축 △아헌례 △종헌례 △유족 합동 헌작 및 배례 △사신례 △음복례의 순으로 진행됐다.

 

고살풀이 춤의 보유자인 이희숙 선생은 위령제에서 고살풀이 춤을 통해 예를 올렸다. 고살풀이 춤은 울주군 상북면의 지역적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춤으로써, 매년 호국영령의 달인 6월에는 울주군 상북면에서 고살풀이 춤을 통해 예를 올리고 있다.

 

울주군 상북면 지역은 6.25전쟁 당시에 신불산과 가지산을 중심으로 소위 빨치산으로 불리는 북한군의 아지트가 있었기 때문에 후방이었지만 치열한 전투가 일어났던 곳으로 본 행사는 상북면의 전통 의례 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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