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회초대전 작가를 만나다 (29)] 찰나의 렌즈로 생명의 서사시를 쓰다… 윤권식 작가의 미학 세계

입력 2026년06월15일 14시55분 은형일 조회수 120

[한국사진방송=은형일 기자] 자연의 가장 순수하고 은밀한 순간, 그 속에 감춰진 경이로운 생명력을 렌즈 끝에 붙잡아두는 예술가가 있다. 2026 국회초대전의 29번째 주인공으로 초청된 윤권식 작가다.

 

윤 작가가 이번 초대전에 출품한 네 점의 조류 생태 작품들은 단순히 자연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넘어선다.

 

그의 카메라 미학은 빛과 어둠, 정지와 움직임, 그리고 개체와 전체가 이루는 완벽한 조화를 통해 한 편의 회화이자 시()를 완성해 낸다. 은형일 기자가 윤권식 작가의 출품작 4점에 담긴 품격 높은 예술적 서사를 정밀 분석했다.

 

■ 거대한 자연의 율동, 군무(群舞)의 서사시


첫 번째 출품작은 대자연이 펼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시각화했다. 붉게 물든 노을과 푸른 하늘이 교차하는 마법의 시간(Magic Hour)을 배경으로, 수만 마리의 철새 떼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했다.

 

마치 거대한 파도나 바람의 형상을 닮은 새들의 군무는 화면 전체에 압도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부드러운 노을빛 그라데이션과 어두운 군무 실루엣의 강렬한 대비는 대자연의 서사시를 보여주며, 관람객에게 시각적 해방감과 깊은 경외감을 선사한다.

 

■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전통과 현대의 조화


두 번째 작품은 동양화의 단골 소재인 '대나무'라는 정적인 오브제와 '새의 날갯짓'이라는 동적인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정중동(靜中動)'의 표본이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짙은 색의 대나무와 푸른 잎사귀 사이로, 비상하는 동박새의 역동적인 순간이 담겼다.

 

새의 깃털 하나하나와 투명한 날개가 빛을 받아 투영되는 기술적 정밀함이 감탄을 자아낸다. 차분하고 절제된 배경 처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한 폭의 격조 높은 현대적 화조화(花鳥畫)를 감상하는 듯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 암흑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비상


세 번째 작품은 칠흑 같은 암흑(Blackout)을 바탕으로 하얗게 피어난 박주가리 씨앗 뭉치와 그 주위를 맴도는 새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배경을 극한으로 단순화하여 오직 '생명의 본질'에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작가의 과감한 구도가 빛을 발한다.

 

흩날리는 하얀 솜털의 부드러운 질감과 새의 긴장감 넘치는 날갯짓은 어둠 속에서 더 찬란하게 빛난다. 이 백색의 미학은 마치 우주 공간 속에서 유영하는 생명체를 보는 듯한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깊은 예술적 울림을 준다.

 

■ 찰나의 극치, 생명의 물방울을 탐하다


마지막 작품은 '찰나의 미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끼 낀 나뭇가지 끝에서 막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과, 그 물방울을 받아먹기 위해 바위 위에서 부리를 벌리고 있는 작은 새의 경이로운 타이밍을 포착했다.

 

공중에 머문 정밀한 물방울과 새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선(Line)은 극도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부드러운 아웃포커싱 배경 속에서 이끼의 초록빛과 새의 깃털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나며, 자연의 순수한 생명력을 가장 아름답게 웅변하고 있다.

 

■ 총평: 기다림 끝에 피어난 영원의 순간

윤권식 작가의 작품들은 고도의 기다림과 정밀한 메커니즘이 결합하여 탄생한 미학적 결정체다. 모든 출품작 우측 하단에 선명히 새겨진 작가 고유의 서명 k s photography는 그의 예술적 자부심을 대변한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아둔 그의 렌즈는 이번 2026 국회초대전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자연이 주는 위로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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