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응시의 거리
거대한 광고 이미지 속 모델은 눈을 감은 채 완벽한 피부와 평온한 표정을 드러낸다.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 존재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처럼 보인다. 반면 화면 한편에 자리한 두 명의 응시자는 광고 속 인물을 바라보며 제품을 살피고, 그 아름다움의 비밀을 읽어내려 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화장품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동시에 그 이미지에 의해 자신을 비추어 본다. 광고 속 모델은 현실과 분리된 환영처럼 존재하지만, 응시자들의 시선은 그 환영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화면 속 세 인물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한 사람은 보여지는 존재이고, 두 사람은 바라보는 존재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경계는 모호해진다. 응시자는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 속 모델이 되고, 모델 역시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존재 의미를 얻는다.
《응시의 거리》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말하기보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욕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묻는다. 그 짧은 거리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보지만,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동경과 결핍, 그리고 욕망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