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누드촬영 하늘과 협상하다

입력 2026년06월21일 13시28분 김가중 조회수 139

"누드 촬영하러 몽골까지 왔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샤머니즘 전공자가 되어 있었다.“

 

몽골 사람들은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무슨 일이든 하늘에 먼저 보고부터 한다.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일을 앞두면 윗사람에게 결재를 받는다.

몽골에서는 윗사람이 하늘이다.

그것도 진짜 하늘.

그래서 그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탱그리(Tengri)를 찾는다.

"하늘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보고를 올려야 마음이 놓인다.

 

우리 스태프 중 칸돌고도 그랬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틈만 나면 절에 가서 마니차(법륜)를 돌렸다.

얼마나 열심히 돌리는지, 부처님도 어지러우실 것 같았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절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곧바로 탱그리에게도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다.

"부처님도 부탁드립니다."

"하늘님도 부탁드립니다."

보험을 아주 든든하게 들어 놓는 완벽한 양다리 작전이다.

고대부터 그랬다. 이들이 가장 흠모하는 조상인 칭기스칸 역시 모든 종교를 다 수용하고 조금도 차별하지 않았다.

 

몽골 불교는 티베트 불교인데, 전통적인 샤머니즘과 자연스럽게 한 몸이 되었다.

그래서 불교 신자도 무속을 믿고, 무당도 절에 간다.

종교끼리 싸울 시간이 없다.

둘 다 하늘 편이다.

그러니 몽골 사람들의 몸에는 신앙이 피처럼 흐른다.

 

아침에 하늘을 보고,

저녁에도 하늘을 본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말도 잘 안 타고, 여행도 안 가고, 이사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한다.

 

심지어 우리 누드 촬영도 하늘 눈치를 봤다.

나는 옷을 벗길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몽골 사람들은 먼저 하늘에게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세상에...

누드 촬영에도 결재라인이 있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초원의 샤먼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서쪽 돌궐계는 하늘의 뜻이 독수리나 늑대, 나무 같은 신물을 통해 내려온다고 믿었다.

반면 동북방 유목민들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하늘의 뜻은 인간에게 직접 온다."

중간 유통업자가 없었다.

그러다 기원전 4세기쯤 동쪽에서 흉노가 등장한다.

등장부터 아주 화끈했다.

돌궐을 밀어내고 초원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을 '탱그리 코투(Tenggeri Kotu)', 하늘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스케일부터 달랐다.

 

우리는 부모 잘 만나면 금수저라는데,

그 사람들은 아예 아버지가 하늘이다.

중국 역사책에서는 그들을 '흉노(匈奴)'라고 적었다.

하지만 그 이름에는 비하의 뉘앙스가 섞여 있다.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어쩌면 그들은 원래 '칸족', '한울족'이라 불렸는지도 모른다.

(Khan)은 우두머리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하늘과 이어지는 말이다.

'' 역시 하늘을 의미한다.

그래서 칸은 단순한 왕이 아니라 하늘의 권위를 위임받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역사인 단군 역시 하늘의 자식이다. 환인 환웅 결국 흉노는 단군의 한 갈래라고 나는 보고 있다. - 그리고 훗날 유럽으로 진출해 로마를 무너트린 훈족 역시 그 뿌리가 같다고 보고 있다. 몽골 역시 왕은 하늘의 대리인이고, 샤먼은 하늘의 통역사다.

 

그렇다면 나는?

초원 한복판에서 사람들 옷을 벗기겠다고 설치고 있었다.

그 여행에서 가장 용감했던 사람은 모델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다.

아마 하늘이었을 것이다.

그 모든 광경을 끝까지 참고 지켜보며 은근슬쩍 해결사 노릇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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