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그 봄날의 기억

입력 2026년07월01일 06시24분 박정현 조회수 66

순이, 그 봄날의 기억

수필 (권곡眷榖) 박정현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유난히 오늘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였던 순이가 생각난다.

그 시절 우리는 절집에 머물며 학교를 다녔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 웃고 뛰놀던 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어느 봄날 일요일,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는 순이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네가 좋아. 사귀고 싶다."라는 짧은 고백과 함께 다섯 명의 이름을 적었다. 모두 함께 한 장난이었다.

편지를 들고 순이네 집으로 찾아갔을 때, 순이는 집 앞에서 어린 동생을 업고 서 있었다. 우리는 "순이야!" 하고 불러 잠시 눈을 마주친 뒤, 편지를 초가집 담벼락에 꽂아 놓고는 들킬까 봐 허겁지겁 달아났다.

하지만 그 장난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조회 시간,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인 가운데 선생님께서 우리 다섯 명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셨다. 앞으로 나간 우리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편지나 쓴다."라는 꾸중과 함께 야구 방망이로 열다섯 대씩 회초리를 맞았다. 어린 마음에는 몹시 아프고 창피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수업이 끝난 뒤 순이가 조용히 다가왔다.

"많이 아팠지? 미안해."

그 한마디에 서운함도 아픔도 모두 사라졌다.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더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한 달 남짓 학교를 함께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순이가 서울로 이사를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짧은 우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세월은 많이 흘렀다.

지금쯤 순이는 서울 어디에선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가끔은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처럼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면, 철없던 시절의 순수했던 장난과 따뜻했던 우정이 함께 떠오른다.

비는 추억을 데려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는, 언제나 순이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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