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소환될 때마다 깜짝 놀라더니 이제는 포기했는지 아예 여행 가방까지 들고 다닌다.
그는 한숨부터 쉬더니 품속에서 낡은 여행일기를 꺼냈다.
"여기 다 적어놨습니다."
역시 세계 최고의 여행 유튜버였다.
무려 700년 전에 이미 콘텐츠를 만들어 놓은 인간이다.
그의 기록을 뒤져 보니 이런 내용이 나온다.
몽골 여인들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활달하다.
피부는 우유에 달빛을 갈아 넣은 것처럼 희고 곱다.
남자들은 용맹하고 검소하며, 말만 있으면 지구 끝까지 달린다.
배가 고프면 말젖을 마시고,
더 배가 고프면 말 피를 조금 뽑아 마시며 버틴다.
나는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잠깐."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겹살 없으면 캠핑도 포기하는데...
이 인간들은 말 한 마리로 식당, 카페, 편의점, 주유소를 전부 해결하고 있었다.
말이 거의 대기업이었다.
모글여인들은 암말의 젖으로 쿠미스를 만든다.
몇 번이고 흔들어 발효시킨 뒤 마시는 술이다.
칭기스칸은 그 술이 얼마나 좋았던지 아예 전담 공무원까지 두었다.
술 관리 장관.
우리나라 같으면 기획재정부보다 경쟁률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관심은 술도 아니고 역사도 아니었다.
나는 오직 한 줄만 찾고 있었다.
"모글리 여인들은 아름답다."
그 문장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났다.
됐다!
700년 전 세계여행 전문가가 이미 품질보증을 끝냈다.
이 정도면 국가 공인 미인 인증서 國家公認 美人認證書 다.
게다가 유라시아 곳곳의 기록을 뒤져 봐도 모골리스탄 여인들의 미모를 칭찬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인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나는 슬그머니 계산기를 두드렸다.
700년 동안 수많은 세대가 이어졌다면...유전자는 더욱 숙성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오늘날의 모글리의 여인들은?
순간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졌다.
"이건 여행이 아니다."
"이건 인류 유전자 연구다."
"나는 사진가가 아니다."
"나는 미학을 연구하는 국제 생물학자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백 번쯤 하고 나니 양심도 편안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 있었다.
사진 속 여인들이 진짜 저 정도냐는 것이다.
사진은 믿으면 안 된다. 포토샵은 사람은 고사하고 신도 속인다.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모글리스탄 초원 전체가 누드모델 선발대회장으로 변해 있었고,
바람은 슬로모션으로 불고, 독수리는 OST를 깔고, 양 떼마저 런웨이를 걷고 있었다.
이쯤 되면 여행이 아니라 병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진가는 원래 현실을 보러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확인하러 떠나는 인간들이다.
특히 나는...
그 상상을 확인하러,
아니 정확히는 산산조각 내러 모글리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