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방송=은형일 기자] 대한민국 국회문화예술초대전시회의 일환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연재 중인 ‘작가를 만나다’
시리즈의 86번째 주인공은 한평생 ‘강(River)’과 ‘시대의 공기’를 테마로 묵묵히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진 철학을 구축해 온 방산(芳山) 한달수 사진가다.
이번 초대전에서 한달수 사진가가 선보이는 연작 ‘초미세먼지(PM2.5)’는 화려한 도시의 외양 뒤에 감춰진 현대 사회의 환경적 위기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빛과 순수, 그리고 기성 화단에 얽매이지 않는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빛을 찾아 헤매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의 진면목을 여실히 드러낸다.
▣미완의 숙제를 던지는 ‘초미세먼지(PM2.5)’ 연작 1~5번 정밀 분석
한달수 사진가의 출품작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면서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 거대한 회색빛 장막, 즉 ‘초미세먼지’라는 환경적 재앙을 미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다큐멘터리 시선으로 포착해 냈다. 1번부터 5번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흑백 미니멀리즘 시선은 도시의 숨결을 깊게 톺아보게 만든다.
▶작품 1 (서울 마포·영등포 / 2019.12.21):
초미세먼지 ‘나쁨’ 단계의 한강을 내려다본 시선이다. 겹겹이 늘어선 교각과 강변북로의 곡선, 그 뒤로 희미하게 바스라지는 여의도 빌딩 숲이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근경의 거친 수풀과 원경의 뿌연 연무가 대비되며 도시가 직면한 고독감을 극대화한다.
▶작품 2 (서울 강남·송파 / 2025.11.06):
한강 수상안전교육장 너머로 잠실종합운동장과 강남의 스카이라인이 잔잔한 수면에 투영된다.
대기는 탁하지만 강물은 거울처럼 평온하여, 고요함 속에 가려진 일상의 숨 막히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3 (서울 송파 / 2025.11.06):
대기오염의 장막을 뚫고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솟구친 롯데월드타워의 모습을 담았다.
현대 자본과 기술의 상징물이 거대한 미세먼지 입자 속에 갇혀 유령처럼 흐릿해진 모습은, 인간이 쌓아 올린 바벨탑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시각적 스토리로 웅변한다.
▶작품 4 (서울 도봉 / 2026.1.16):
중국발 미세먼지와 내몽골 황사가 동시에 한반도를 덮쳐 전국이 ‘숨이 턱턱’ 막히던 잔인한 겨울날의 기록이다.
빽빽하게 들어찬 아파트 단지와 도심 전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바래버린 앵글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각적 질식을 넘어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경각심을 일깨운다.
▶작품 5 (서울 중구 / 2026.2.13):
서울 중구 일대에서 포착한 대치적인 흑백 프레임이다. 기후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령이 내려질 만큼 대기 상태가 '매우 나쁨'이었던 당일의 공기를 그대로 담았다.
전경에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겨울 나뭇가지의 날카로운 선과, 그 너머로 숨이 막힌 채 회색빛으로 질려버린 중구 도심 빌딩 숲의 대비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현대 문명에 대한 강력한 시각적 경고이자 고발이다.
한달수 사진가는 세상의 힘의 흐름이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휴머니스트로서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다. 그의 흑백 프레임은 단순히 오염된 풍경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남긴 ‘미완의 숙제’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 방산(芳山) 한달수 사진가 프로필 및 주요 이력
- 성명: 한달수 (韓達洙, HAN DAL SOO)
- 아호: 방산 (芳山)
- 출생: 1954년 전북 남원 출생
- 소속: 동아일보사 사진동우회 회원
▲주요 활동 및 이력:
-2000년 ~ 현재: 한강 사진 작업 장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진행 중
-개인전: 장편 개인전 《동강은 흐르는가》 (일민미술관) 개최
-단체전: 《한탄강》 (서울예총화랑) 참여
-수상: 동아국제사진살롱 입상 (작품명: 《Venus 2》)
-사진집: 개인 사진집 《동강은 흐르는가》 (사진예술사 발행, 2000)
◈[기자 수첩]
방산 한달수 사진가는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빛을 찾아내어 시대의 본질을 기록하는 진정한 다큐멘터리 파수꾼이다.
2000년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과 동명의 사진집 《동강은 흐르는가》를 통해 영월 동강의 아름다움과 훼손되어가는 자연의 가치를 강렬하게 고발했던 그는,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강과 서울 도심을 무대로 우리 삶의 환경적 궤적을 묵묵히 기록해 오고 있다.
이번 2026 국회초대전에서 만나는 그의 '초미세먼지(PM2.5)' 연작 5점은 또 한 번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공기를 투명하게 비추는 엄숙한 거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