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방송=은형일 기자]
1990년 3월 발표되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중의 가슴을 아련하게 적셔온 포크 그룹 '사람과 나무'의 <쓸쓸한 연가>이다.
은은하고 정갈한 멜로디 뒤에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한 여인의 슬프고도 가슴 아픈 사연이 구전처럼 따라붙곤 한다.
1. 명곡의 그늘에 스며든 애달픈 사연 (※ 구전 실화 설)
인터넷 블로그와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이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랫말이 가진 특유의 절절함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려왔다.
사연에 따르면 1990년대 초, 서울 청량리 윤락가에 한 어여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우연히 찾아온 한 법대생과 진정한 사랑에 빠진 여인은 단칸방에 보금자리를 틀었으며, 경제 능력이 없던 남자의 사법고시 뒷바라지를 위해 다시 윤락가로 돌아가 헌신적인 옥바라지를 이어갔다. 마침내 남자는 고시에 합격했고 둘 사이에는 어여쁜 딸아이까지 태어났다.
하지만 남자의 집안에서 결혼을 결사 반대하면서 남자는 점차 여인을 멀리했고, 끝내 아이마저 알 수 없는 보육 시설로 보내버렸다. 사랑하는 연인도, 목숨보다 소중한 딸도 모두 빼앗긴 여인은 결국 다시 윤락가로 돌아와 눈물로 세월을 지샜으며, 이 슬픈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노래로 만들어졌다는 사연이다.
2. 가사 분석: 사랑하는 이의 곁에 머물고 싶은 여인의 애달픈 심리
“나 그대 방에 놓인 작은 그림이 되고 싶어 / 그대 눈길 받을 수 있는 그림이라도 되고 싶어”
“나 그대 방에 놓인 작은 인형이 되고 싶어 / 그대 손길 받을 수 있는 인형이라도 되고 싶어”
비록 이 사연의 진위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으나, <쓸쓸한 연가>의 가사에는 세상의 냉대 속에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그저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여인의 절박한 심리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당당한 '연인'으로 곁에 설 수 없음을 아는 이의 마음은 자신을 '작은 그림'이나 '작은 인형'이라는 무생물로 낮춘다. 자신의 의지나 주장을 내려놓더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대의 '눈길' 한 번, 따스한 '손길' 한 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절절한 고백이다.
이는 자아를 완전히 내려놓고서라도 사랑하는 이의 삶 영역 안에 머물고자 하는 지극히 수동적이면서도 슬픈 열망을 보여준다.
3. "어여쁜 꽃이 되고 싶어" — 사연과 곡을 관통하는 순수한 마음
“그댈 사모하는 내 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 행여 그대 더 멀어질까 두려워”
“나 그저 그대 뜰에 피는 한 송이 꽃이 되고 싶어 / 그대 사랑 받을 수 있는 어여쁜 꽃이 되고 싶어”
이 곡의 가장 절정이자 감정을 자극하는 대목은 바로 '그대 뜰에 피는 어여쁜 꽃'이 되고 싶다는 구절이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가 혹여 상대가 부담을 느껴 더 멀어질까 두려워하는 떨리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하여 직접 다가가 소유하려 하기보다, 그 사람의 집 앞 뜰에 조용히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자처한다.
아무리 슬프고 비참한 상황에 처해있을지라도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오직 "가장 아름답고 어여쁜 모습으로 기억되고, 그 사랑을 받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다. 이는 세상을 향한 원망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한 송이 향기롭고 어여쁜 꽃으로 남아 그의 따스한 눈길을 받고 싶어 했던 절절한 애정의 승화이다.
▣ 기사를 마치며
진위 여부를 떠나, 한 여인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맞물려 한층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사람과 나무'의 <쓸쓸한 연가>이다.
비록 현실의 삶은 고단하고 쓸쓸할지라도, 노래 속에서만큼은 그대가 거니는 뜰에 예쁘게 피어난 한 송이 꽃으로 남아 사랑받고 있기를 바라본다. 오늘 밤, 이 노래가 전하는 애절한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며 가슴 시린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