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졸따구때 우리부대는 이 건물 아래층에 주둔했었다. 밤이면 지하실에서 귀신들이 떼거리로 울어대어 우리사단장께서 1개소대부대로 기총소사를 했으나 소용없어 결국 흙을 실어다 메워 버렸다. 당시엔 옥상이 있어 물이 장딴지만큼 고여 온갖 수초들과 물고기와 방개들이 살고 있었다. 최근에 가보니 옥상은 없어졌고 건물의 외벽만 남아 탑처럼 서있다. 당시 우리 부대가 그곳에 상주한 것은 거대한 방벽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남과북을 단절시킨 이 방벽은 적의 탱크들을 저지위한 시설이었고 한탄강의 화산암을 쪼개 쌓아 올렸다.
제대 이후 사진하면서 이 지역은 거의 가지 않았고 인근 전곡일대는 나의 사진 밭이라 하리만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주요 소재는 벽돌공장 기와공장 등 특이한 이색지대였다. 한탄강을 가로막는 대전차방어시설들도 즐겨 다루었다. 정육면체의 커다란 블록들이 무수히 놓여 있는 이것들을 주민들은 용치 聳峙 혹은 龍齒 라고 불렀다.
수십년 만에 다시 가니 이 지역이 개발로 예전 같지 않아 사진에 적합하지 않았다. 용치는 별로였지만 대전차 방어시설들을 두어군데 찾아 촬영했는데 내러티브가 아주 강해 매우 흡족했다. 다만 필자는 모델 하느라 카메라를 잡을 수 없어 엄청 안타깝지만 다른 작가들이 잘 찍어 주었으리라 믿는다.
이 작품들은 전 세계 유일무이의 시설이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슴 아린 역사가 서린 시설들인데 이 지역의 대표적인 작가인 유명진 작가 등이 안내를 해주어 최고의 작품들을 촬영해 낼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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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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