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이 개국한지 4년차에 접어 들었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많은 회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기사와 사진을 꾸준히 등록하는 회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사진 방송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을 했지만 저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의 의식에 아쉬운 점이 있어 몇 가지 적습니다.
1. 편성(집)권을 존중하자
지하철을 타면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좌석에 앉아 가는 행운을 누린다. 내가 앉으면 다른 사람이 서서 가고, 내가 서면 다른 사람이 편히 앉아갈 수 있다. 피곤하거나 다리가 아플 때 좌석을 양보하기는 힘들지만, 양보의 기쁨은 배가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좌석 양보는 나와 양보 받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훈훈한 정을 안겨준다.
근래 들어 사진방송 메인 메뉴에 자신의 기사를 등록하여 달라는 주문이 올라온다. 자신의 기사가 제일 좋고 중요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내가 작성한 뉴스가 메인에 등록되면 대신 다른 사람의 뉴스가 메인에서 사라지듯이 어느 누가 양보를 해야한다. 자기의 욕심만 챙기고자 하면 다른 회원 누군가가 상대적 피해를 보는 것이다.
생업 틈틈이 취재해 온 기사가 메인에 올려지지 않고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서운할 수도 있지만, 대신 동료의 기사가 등록된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누구나 자신의 기사가 중요하고 귀한데 자신의 기사만 중요하다는 시각이 아쉽다. 조회 수에 일희일비 말고 어차피 1면 톱이 없으니 나의 양보로 동료 기사가 메인에 노출되는 것 또한 즐겁지 아니할까?
편성관리자들은 생업 틈틈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수시로 입력되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등록하기가 어렵다. 편성관리 국장이 보조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업무 수행 공백기에 올라오는 기사는 등록이 늦어질 수 있어 이해를 해야 하는데 기사 등록이 늦다고, 메인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사 편집(성)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침해해서는 안된다. 편성권을 침해하면서 까지 자신의 기사가 빨리 등록이 되도록, 메인에 올라가도록 강요해서는 안된다. 편성권은 경영진이나 광고주뿐만 아니라 회원의 압력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 편성권을 권력화해서도 안되지만, 방귀만 뽕 뀌어도 비아냥대는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
2. 반대 의견에 관대하자
민주주의 기본은 토론인데 한국인은 토론에 익숙하지 못해 토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지도층이 참석하는 토론에도 고성이 오가고 반대 주장을 듣지도 않고 핏대를 올려 토론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데, 반대 주장만 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적대시 하며 으르렁 거린다.
반대가 없는 획일주의는 공산 독재 체제에서나 있는 것인데, 어떻게 반대 의견이 없어야 하고 일사불란하게 한가지 의견만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자기 주장에 반대를 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안되는가? 민주주의는 다양성의 사회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하고 조정하여 한 가지 방향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왕조 시절인 세종대왕도 어전회의에 "악마의 변호사"로 예조판서 허조를 항상 참석시켜 의견이 일방적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고 미국 GM에서도 만장일치가 되면 다음에 다시 토의를 한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언론의 자유가 만개한 요즘에도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적대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입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사진방송에서도 자기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다른 주장을 하면 화부터 내고 적대시 하는 경우를 본다. 항상 자신의 주장이 옳을 수 없고 틀릴 수도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제발 반대 주장과 다른 의견에 관대하고 이해하자. 자신은 어떤 주장도 하면서 남의 주장엔 핏대를 세운다. 언론 자유는 모든 사람이 가지는 것이지 글 쓰는 본인만 갖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주장에 항상 "옳소"만을 원해서는 안된다. 세상엔 흑백만 있는게 아니고 빨간색도, 파란색도 있다. 남의 의견은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몇 자만 보고는 흥분하여 감정을 드러낸다. 화가 날수록 차분히 음미하면서 여러 번 읽어보면, 다른 주장도 이해가 가고 인정이 될 것이다. 반대가 두려우면 글을 올리지 말고, 올렸으면 어떤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3. 내 건의가 항상 최고·최선은 아니다.
사진방송 경영 방향에 대해여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조직의 발전을 위한 충정은 좋은 일이고 장려할 일이나 건의가 지나쳐 독선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회원의 주장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것도 있고, 차후 여건이 성숙되면 시행할 수도 있다. 시행에 따른 편익이 소수 회원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어 주장을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조직 운영과 구성원 대다수의 관점에서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건의가 최고이고 최선인양 반드시 실행할 것을 주문하고, 끈질기게 강권하여 불협화음이 일어서는 안된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비아냥대는 언동은 삼가야 한다. 자신의 생각에 아무리 좋은 의견도 2000 회원중 하나의 의견임을 명심하자.
얼마전 조류 연출 사진 사건후 사진심사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작품 평가를 하자는 요구가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류 학자라면 좀 더 작품의 완성도나 촬영 난이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그 분야 전문성이 반드시 사진 작품성까지 충족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분야별 전문가를 작품 심사 위원에 위촉하자고 한다면, 구름 사진은 기상 학자가, 야생화는 식물 학자가, 산 사진은 지질 학자가, 별 사진은 천체 학자가 작품 심사위원으로 위촉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굳이 조류 전문가가 조류의 생태적 특성이 아닌 사진의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물고기의 입속에 들어가 혀를 갉아먹고 혀 노릇을 하는 벌레 사진, 조개가 껍질을 열었을 때 그 속에 산란을 하는 물고기 사진, 희귀 새의 포란 사진은 생태 다큐멘터리 측면에서는 진귀한 영상이지만 작품성이 반드시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다. 생명 활동의 신비가 항상 예술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만종"(밀레)은 미술 전문가가 아니라도, "운명 교향곡"(베토벤)은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도, "구직"(임응식)은 사진 전문가가 아니라도 심금을 울린다. 조류 사진은 조류 학자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 명작이어야 하듯이 예술은 영역을 뛰어 넘어 감동을 주어야 진정한 명작이다. 조류나 꽃 전문가가 아니라도 사진의 작품성을 평가할 수 있다. 생태학적 관점과 예술적 관점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제목
김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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