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시회 기획자로서......
전시회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엇을 남들에게 선보이는 행위 일 것이다. 사진이든 그림이든 장르가 문제가 아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것을 남들 앞에 내 놓는 것이 곧 그것이다. 따라서 잘 하면 유명해 지기도 하고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공개적으로 망신을 살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작가가 무엇인가 열심히 해서 발표한 창작물을 비난을 하지는 않는다. 드러내놓고는...적어도 면전에선 주옥같은 운운하며 칭찬일색으로 그 창작성과 예술성에 갖은 찬사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돌아서선 한심하고 역겨워 우웩하고 화장실로 달려갈 것이다. 그래서 발표회는 정말로 고민 많이 해야 된다.
내가 전시회를 내발로 우러나서 구경 간다면?
아니면 작품을 사서 갖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시회 간다면?
어떤 작품들이 걸린 전시회를 가 볼 것인가?
작금의 전시회는 공짜로 보여주고 구경 오는 모든 분들에게 차는 물론 결혼식보다 더 화려한 식사에 기만원씩 하는 화려한 고급 책까지 증정하는데도 사람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 전시회가 있는가 하면 입장료를 무려 12000원씩이나 받는데도 줄을 서는 곳도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나 같으면 어떤 전시회에 가도 반드시 만나는 동해 일출, 서해 일몰, 지리산 태백산 덕유산 설경, 백로 육츄, 북해도 황새사진, 백두산, 경복궁, 멸치털이....... 이런 사진 또 보려고 전시장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동안 보던 이런 사진들 중에서 백배나 천배나 더 나아가 만 만 배를 잘 찍은 사진들만 모아 놓은 전시회라고 해도 ....설사 나 말고 생판 사진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서울시내 아무 식당이라도 가면 30인치정도의 대형 풍경사진 달력을 흔하게 보았을 터다.(그 달력 사진들은 정말 좋다. 갖고 싶을 만큼...)
그런데 어느 전시장이나 가서 맨 날 보던 그런 사진들 중에서도 다른 기라성 같은 사진작가들(한국엔 정말 사진작가들이 많고 또 한국인들은 독하고 재주가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같은 장소의 같은 사진이라도 정말 잘 찍는다.)보다 훨 못 찍은 사진들을 더구나 신분증 없이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국회란 특정한 장소에서 전시한다면......
명색이 사진방송인데 하고 큰소리를 엄청 쳐 놨으니.....
필자의 경우 “세상을 보는 눈”을 걸어 보고 싶었다. 그 사진은 동아일보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바가 있고 인터넷을 열면 온통 도배가 되어 있게 알려진 사진이다. 소위 필자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사진을 사는 입장이라면 그 사진을 사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 인터넷에 도배가 되어 있던데 왜 네가 가지고 있냐?”
“이거 김가중이란 미친놈의 대표작인데 그 작자 뒈지고 나면 값 올라가지 않을까? 착각인가?”
어제 사진 고르는 모인 분들이 넘 흔하고 알려진 사진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 걸 수 없다고 판정을 내렸기에 이번에 걸지 못하고 다른 신작(?)을 찾아야 되는데 고민이 참 많다. 맨 날 천날 괴상한 짓거리의 사진만 하다 보니 위에 열거한 달력 류의 사진이 단 한 점도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어제 사진 고르면서 보니 위에 열거한 달력 사진 류의 사진들뿐인데다 달력 만들만큼 좋은 사진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한밤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차피 망신은 톡톡히 당한 것 같고 그 망신의 책임자로서 각오는 하고 있으니 출품하시는 분들은 그 사진들이 정녕 자신의 대표작이라면 당당히 걸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차라리 보도 듣도 못한 엇가는 사진들로 찾아보면 어떨까?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제목
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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