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찾는 사람들, 문총련 위원장 박동.
카폐 http://cafe.daum.net/mythpeople
초 문
1
곰곰이 돌이켜 봅시다. 대한민국의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이나 되었기에 이처럼 놀라운 현실이, 현실이 되었을까요. 우리가 연탄가스 조심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고 시골 구경하러 가면 집, 마을마다 구부렁 할머니, 할아버지 손등이 마치 곰발바닥처럼 굽어보여도 그냥 농사꾼으로 치부하며 받아들였던 시절, 그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이 아니라 하인, 주인집 도령 같았던 별천지의 노예계급이 엄연히 있었던 시절이 그냥 시골풍경의 일부였지 않나요. 골목과 골목, 시장과 거리풍경 틈바구니에서 아등바등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더라도 곰곰이 살펴보다가 정신이 번뜩 드는 길목이 있지 않나요.
요즘 시골, 어촌, 공장마다 넘쳐나는 다문화노동자, 이주민 가족을 뚫어지게 바라다보면 그들의 눈동자에서 왠지 가시지 않는 그림자가 보입니다. 우리가 잊힐 듯 말듯했던 눈동자에 스민 우리의 애수 같은 빛입니다. 도대체 그것이 뭘까요! 근, 현대화 속 스미었던 그늘이자 그림자지요. 오히려 우리는 잊혔던 그림자쯤으로 여기던 시절의 이야기를 나름 마음을 듬뿍 담아 공유했던 드라마가 「응답하라」의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잊혔거나 잊어야하는 과거처럼 받아들여졌던 추억덩어리가 왠지 따스한 보물 같아서 글문, 초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굴곡은 지층의 나이테 중심에 있는 보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세상과 나눈 대화중에 숨김없이 지녀야할 시련, 상실, 고통, 아픔은 이별, 눈물, 좌절덩어리로 때론 눈물로 환원합니다. 눈물은 남녀 사이에는 증표이자 꽃이지요. 일정한 갈등을 통하여 승화하는 빙점 같은 것으로 공유의 소유물로써 작용하지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나이는 도대체 몇 살일까요. 대한민국의 눈물은 무엇이며, 언제쯤 잉태되어야 하나요. 정말 지층처럼 심해의 무게만큼 헤아릴 수 없는 시절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지요. 가끔 인사동, 삼청동 자락을 찾는 이른바 북촌, 서촌 신드롬을 보는 나의 마음은 아스라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합니다. 문화 생태계와 대한민국 문화산업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벌써 이 화두를 거머쥐고 십여 년 단주 아닌 단주를 결행하며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알콜 주사파, 별칭을 할 만큼 나의 술벽은 대단했지요. 마음만 맞으면 문 걸어 잠그고 일 년 365일 들어부을 만큼 뜨거웠지요. 바다바람, 갯벌을 벗 삼아 몇 날 며칠 소주잔 기울이며, 마음 고추 세우는 시절이 있었지만 문득 일다운 일, 매듭을 결행하고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오늘이 벌써 십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38년의 문화운동가의 답을 찾고자 하는 자정노력이겠지요.
「그대 바람은 부는가.」
「너무나 조용한 한강」
「누구라 여기 있어, 빛의 이름으로」
얼개 따위의 말소리가 튀어나오곤 했습니다. 하여, 결국 詩集, 畵集을 엮고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한민국 문화 등기부등본, 원, 초본을 완성하려는 소망입니다.
유독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가 있습니다. 일제 40여년 분단, 전쟁, 극복 60여년의 지고한 시절을 관통하며 절절했던, 결코 가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의 나이를 곰곰이 공유해보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온몸에 가득 차있는 상처, 아픔, 아쉬움, 모자름, 궁핍, 이러한 환경의 징후가 환부를 공격하며 열등감, 모자름 따위와 함께 쉽게 풀어놓을 수 없는 콤플렉스처럼 숨어버린 거지요. 식자들이 유행시켰던 레드 콤플렉스처럼 대한민국 나이에 아스라한 장막이 가려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과연 수도 서울에 꼼꼼히 터전을 잡고 있는 달동네, 골목, 재래시장이 재개발 정비 사업으로 사라져야 할 대상인가요? 과연 대한민국을 열광하며 찾는 손님이 파란 눈의 유럽 여행객이 아니라 동남아인이라는 이유로 짐짝 다루듯 맞이하여야할까요. 아니면 다문화가정 노동자와 같은 동남아, 중국, 대만, 일본 인종이라 우리는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반성입니다. 이런 글 자체가 온당한 질문이 아니겠지요.
2
굴곡은 우리 모두가 함의하는 나이테이자 부름켜입니다. 느티나무 아름드리 생명일기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문화 등기부등본 아니 원, 초본을 사유하자는 것입니다. 나도 2, 30대는 숨소리가 격정적이고 들숨과 날숨이 고르지 못했었습니다. 그때의 나라면 달동네, 골목, 재래시장보다는 높은 고층빌딩의 수도 서울을 염원하였을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치유해야할 아픔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혹은 우리도 용병노동자를 6, 70년대 우리의 공순이, 공돌이 노동자 다루듯 부리는 것을 자랑삼아 보려는 우쭐함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단순한 세계를 짚어볼 영역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이내 알고 있습니다.
나는 차라리 2002월드컵 신화 속에 「꿈은 이루어진다.」와 붉은 악마의 전율부터 문화 등기부등본 아니 원, 초본 생년월일을 설계하려고 합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대한민국처럼 끔찍하게 빨리 성장하고 뛰어나가는 존재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두」, 다문화노동자, 그리고 달동네, 골목, 재래시장의 존재가 문화, 문화의 꿈을 여는 성찰의 화두라고 규정짓게 되었습니다. 역사의 서장, 또는 함몰의 정의와 사유는 이데올로기 시장에서 꽃놀이패로 얼마나 많은 시공간을 유희하고 지금도 떠들고 있지 않나요. 가진 자와 갖지 않은 자, 노동자와 사용자라고, 위선적 행위는 결코 답을 얻는데 부족할 뿐이지 넋두리의 찬사 정도로 치부되기까지에는 나에게도 숱한 시절의 착시가 있었고, 아니 우리 모두가 그런 휘모리에 혼탁해진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시대언어가 아니라 그 전체의 증상입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우리가 감지하기도 전에 「응답하라」는 대답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버려야 할 존재가 그 이상의 보물이라는데 까지, 성찰을 이끌어내는 공식, 패러다임을, 물결을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와 대한민국의 춤사위는 김연아의 오마주 To Korea처럼 공유의 에너지, 정수만으로도 「공명」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입니다.
3
숭례문참사를 통하여 둔감했던 문화사랑이 대한민국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태안 기름유출 때 보여준 200만 자원봉사, IMF 외환 위기때 보여준 쌍가락지 신화, 즉 금모으기운동에는 마음 작동의 근원이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 진다와 같은 명제를 DNA, 미토콘드리아 생명체로 환원하는 공식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곳의 열쇠는 까뮈의 이방인처럼 창백한 아득함, 또는 절절한 자기 고해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직관합니다. 그걸 이해하는지요. 왜, 우리를 찾아온 손님의 눈동자에서 미래를 읽게 되었는지를.
여기서 우리의 존재를 엄격하고도 철저하게 읽어내는 내공이 요구됩니다.
꿈은, 우리가 도달하려는 꿈이 월드컵 우승은 진정 아니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눈물을 흠뻑 뿌리고 싶은 공유 아니었겠습니까. 그 눈물의 공유를 이제 손님하고 함께하면 어떻겠습니까. 파란 눈의 눈동자, 노란 머리의 손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검은 눈동자와 구릿빛 피부의 옆집 마을사람들과 골목, 재래시장, 달동네에 숨어있는 신화를 읽고, 쓰고, 감상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응답하는 것입니다.
직관은 통찰의 의식을 넘어섭니다. 우리가 신음했던 이태원 일본의 Sex관광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신음, 통증, 좌절, 굴곡의 지대를 딛고 일어섰습니다. 1,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조국에 찾아본 미군의 초콜릿과 달러는 파리, 로마, 런던, 하물며 도쿄, 오사카까지 홍등가, 양공주 천국이었습니다. 무랑루즈의 불빛과 캉캉춤의 삐에로는 그렇게 진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로마의 시민들은 「박물관친구들」 프로그램을 패러다임으로 성숙시켰습니다. 문화입니다. 우리가 버리려고 하는 골목, 달동네, 재래시장 그 자체를 보물, 자존으로 연결하는 자각이 있었습니다. 아스라한 통찰의 지대를 관통한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나이는 도대체 몇 살이지 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는 「신화」, 「신화를 찾는 사람들」을 꾸리면서 우리가 딛고 일어서야할 탁란의 지대를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나에게는 숙명 아닌 숙명이었습니다. 온전히 나의 운명이지만 문화운동가의 운명은 그 편단에 불과한 것이지만, 40여년 한 길목만 바라보다 대한민국을 향하여 헌증, 즉 오마주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연탄불 때문에 연탄가스가 구둘 짱을 비집고 나와서 마시던 동치미국물의 시원함, 쓰레드 지붕, 아궁이와 보리밥, 골목길에 구슬치기, 고무줄, 고층빌딩이 내 것처럼 자랑스러웠던 마음, 일본 놈이라면 무조건 미워했던 그런 낱낱의 풋풋한 덩어리가 한 시대가 마무리도 되기 전에 아득한 지층이 되었지만, 직시하고 끄집어내어 우리를 본다면 대한민국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가를 대답할 답이 있을까요!
꿈은 이루어진다, 라고 규정하였지만 과연 그 꿈은 무엇일까요! 자명한 일이지만 그것은 문화의 정수만이 대답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제 대한민국 등기부등본, 즉 원, 초본을 작성하여야하는 원대한 시대의 서막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운동가에서 문화콘텐츠 명제를 창조해 내는 역할에 만족하기를 염원했습니다. 인프라 차원의 책임까지는 염두에 두질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문화자본의 집적 책임자를 염두에 두질 않았습니다. 그러자면 시행이라는 Project를 수행할 준비를 해야 하지요. 그런데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지만 신화의 물꼬를 트려면 삼청동 게스트하우스 프로그램이 작동되어야 하고, 이곳만큼 절절한 전문성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합니다. 근, 현대의 부조리가 난마처럼 얽혀있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물지도를 완성할 수 있는 중심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지층처럼 켜켜한 함의와 결이 담겨있습니다. 보물 덩어리 광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이 미래다.」
「Art가 부자다.」
「만화가 답이다.」
「문화가 주인공이다.」
이 공식은 숱한 사유의 강을 건너며 체득한 명제이자 화두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원, 초본을 작성하는 사명감이 요구됩니다. 또한 감성지대는 뭐랄까 다문화가정, 노동자의 눈빛을 읽는 존재의 함의를 읊조려야 합니다.
「신화」, 「신화를 찾는 사람들」 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문화 원, 초본 생년월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손님이 미래다.」 라는 정중한 사유에서 꽃필 것을 믿습니다. 문득, 나의 몸부림 즉 시집, 화제, 평론, 전시, 달력, 카드, 화투, 퍼포먼스를 준비하다가 삼청동 게스트하우스 프로그램을 통하여 무엇을 하고 할 것인가! 가슴 저리게 담고 있고 나를 깨닫게 한 손님, 그에 대한 토로를 통하여 이 모든 행위의 초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초문은 내가 시집을 엮어 당신에게 직접 찾아가 증정하며 이 아스라한 마음을 토로하기로 한 것입니다. 시- 화 - 골목, 잘 감상하고 다음 주 어느 날 전화하고 봅시다.
2016. 1. 23. 박동
제목
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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