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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작년에 인사를 드리고 해가 바뀌었는데도, 제 몸과 마음의 변화와 결정의 시기를 보내느라 새해 인사도 설날 인사도 못드린 채 그만 3월 봄이 되었습니다. 지난 8년간 서너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편지를 드리면서도 연말연시 설 인사를 한번도 빠트린 적이 없는데요...제 마음의 중심과 편안함을 갖지 못하면 글 한줄도 잘 못쓰는 성격 탓에 이제야 편지 띄웁니다.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올해 3월부터는 제가 길투어리즘의 대표직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대학 4학년 가을에 첫직장 아시아나항공 입사로 시작하여 씨에프랑스-결혼,두아이의 엄마 -블루하와이를 거쳐 길투어리즘과 트래블카페 르슈멩[;길]을 낳고 또 8년을 달려오면서 제가 아주 많이 지쳤나봅니다. 제 안에서 더이상 꺼내쓸 게 없는 지경으로 심신이 소진이 되어 휴식도 필요했고, 쉼없이 달려오는 동안 행복과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의 흐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구요, 아이들이 고3 고1 이 되면서 더더욱 생활의 균형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던 탓이기도 합니다. 10년, 30년, 100년이 가는 회사를 꿈꾸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에너지가 소진되고 말았습니다.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하기까지, 결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얼마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는지 모릅니다. 마치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어린 자식을 내어놓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다행히도 길투어리즘&트래블카페 르슈멩[;길] 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저보다 여행업력이나 경험에서 더 우수한 전문가인 '김서경 대표' 가 이어 받아주게 되어 편안하고 안심하는 마음으로 잘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한분 한분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편지 먼저 올리는 점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래 달리면서 지키고자 했던 약속들 다 못지킨 채, 이제 김서경 대표가 잘 이어서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길투어리즘과 김서경 대표를 더욱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드립니다.
3월들어 통화되신 몇몇분께는 전화로 먼저 말씀드렸는데요...권리금 많이 받았나보다고 장난 말씀 주신 분, 10주년 한다해놓고 어쩌냐고 말씀주신 분, 자유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해주신 분, 남자라서 못그러는데 저는 그만둘 수 있어 부럽다 하시는 분들, 전윤희는 몇년 쉬고나면 뭔가 또 할 것이라고 하신 분들... 다양한 반응 주시고 격려와 조언 주셨습니다.
권리금(권리감) 보다는 의무금(의무감)이 컸지만 그 책임을 다 못해서 죄송하고 부끄럽고, 10주년은 김서경 대표가 이어서 꼭 하겠다고 했으니 마음이 놓이구요, 자유라는 건 아직 실감 못하고 지금껏 누려보질 못해서 천천히 배우고 만들어가야 겠습니다. 남자(가장)분들께는 그저 가장 송구스럽기만 했고, 여자라서 다행이었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작은 회사이나마 사회적으로 나름 순환과 나눔 봉사를 해올 수 있는 경제인이었는데... 지난 몇년간 제 생각이 소박한 자연주의와 미니멀리즘으로 많이 흘러온 탓에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인이 되자니 일선에서 열심히 성장동력을 만들어주시는 경제인 분들께도 송구한 마음 그지 없지만, 전윤희는 일하는 본능이 강한 전윤희 이므로 제 자신과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또 금방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계속 지켜봐주시구요, 제 삶의 선택과 결정의 여정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한없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행복과 추억을 만나는 길에서 끝까지 함께 걸어 좋은 길을 만들어가고자 했으나, 마지막까지 부족하고 어리석음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행여 하나라도 떨어뜨릴까 잔뜩 웅크렸지만 기어이 다 놓치고 퍼질러 앉았네.
꾸러미 한 아름 모두 내려놓고,
다시금 차곡차곡 쌓을 수밖에' -- 한아름 . 로버트 프로스트
떠남을 맞이하는 중에도 이렇게 프로스트의 말처럼... 함께 했던 르슈멩지기들, 고객들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다했지만
이런저런 후회와 잘못을 남기고 용서를 구하면서 결국, 짧았던 골목여행을 마치며... 수백번 수천번 수만번 미안함만 남은 여정에 포기라기 보단 궤도 수정이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함께 해주신 시간동안 열심히 행복하게 일구며 좋은 것만 많이 드리고 싶었으나, 감사함만 가득 남습니다. 저 이제 개인의 생활로 돌아가서 먼저 제 영혼의 속살을 채우면서 천천히 계속 보답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 하던 천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 월든 中 헨리데이비드소로
이제 저는 3월부로 가정학교의 교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원없이 일하고 노느라 몰랐던 제 안의 천개의 지역을 찾아 매일 여행을 떠나 볼 셈입니다.
그리고 길투어리즘의 지속 성장 발전을 위해 마음껏 김서경 대표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 가고자 합니다. 새로 온 김서경 대표에게 여러분도 함께 더 응원해주실 거지요? 언제나 변화하고 발전하는 강인한 모습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봄날 꽃샘추위에 강건하시고, 싱그런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전윤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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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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