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랑 사진전 ‘화지몽(花之夢)’
김예랑 사진전
화지몽(花之夢)
2021.5.26(수)-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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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2(소격동 66) ☏ 02 734-8800
* 전시기획 : 하얀나무 02 313-9539
2차 전시
2021.6.9(수)-6.22(화)
갤러리 강호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32길 22-1 2층(경운동) ☏ 02 764-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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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들려주는 이야기>
신경훈(언론인,사진가)
꽃들이 연극을 하는 걸까? 백합, 장미, 국화, 튤립 등 온갖 꽃송이들이 화병에 담겨있다. 그들은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까만 배경의 무대에서 선명한 조명을 받아 제각각의 몸짓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한다. 어떤 꽃은 붉은 꽃잎을 터뜨려 함성을 지르고, 어떤 것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린 꽃봉오리들도 작은 얼굴을 들어 간절한 몸짓을 하고 있다. 사진가 김예랑이 꽃을 담은 연작 '화지몽(花之夢)'은 아름다움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 꽃들을 담은 정물 사진들이다. 그런데 김예랑이 드러낸 꽃들은, 일상의 공간을 장식하는 어여쁜 꽃다발이 아니다. 화사한 꽃들이 어두운 배경,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오는 광선과 어우러져 미묘한 이질감과 긴장감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김예랑의 꽃들은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꿈결에서 보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사물이 예술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17세기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예술가들은 평범한 물건들이 은유적인 내러티브를 갖게 되는 것에 주목했고 정물화를 새로운 장르로 독립시켰다. 그 가운데 네덜란드의 화가 암브로시우스 보스하르트는 꽃정물화를 하나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화려해 보이는 그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벌레 먹고 시든 꽃들과 빈 소라껍질이 등이 함께 등장한다. 현실의 쾌락과 아름다움의 허무함을 표현한 것이었다. 20세기 후반,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꽃을 완전히 새로운 사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정교한 조명과 연출로 관능적이고, 관람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한, 새로운 생명체처럼 꽃을 표현했다. 김예랑의 사진은 이들의 미학을 절묘하게 잇고 있다. 화려함과 풍요로움 속에 애처로움이 공존하고, 일상의 친숙한 개체들이 새로운 물성을 띠게 했다.
‘화지몽’의 꽃들은 플로리스트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작가 자신의 감각에 의존해 오브제를 배치한 뒤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깊은 슬픔에 잠긴 해바라기, 단아한 조선의 규수 같은 꽃송이들, 중세 유럽의 귀족을 연상시키는 꽃다발 등 다채로운 성정을 지닌 존재들이다. 마치 소설가가 등장 인물들에게 성격을 불어넣은 것처럼 작품 하나하나가 각자의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행복하기만 한 고운 꽃이 아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꽃송이, 소외되고 우울감에 빠진 존재, 슬픔에 빠진 꽃망울 등이 등장해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꽃을 매개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꽃은 생명체의 절정을 상징한다. 한 개체가 존재 이유를 세상에 드러내는 가장 열정적인 '생명의 축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이 되길 원한다. 때론 꽃을 소유하길 갈망한다. 하지만 꽃은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꽃으로 사는 삶'이나 '꽃을 가진 인생'은 운명적으로 '소멸'을 향해 빠르게 내닫는다. 꽃은 욕망과 절망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서다. 김예랑은 이런 꽃의 본질적 모습을 연극처럼 연출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꽃들로 이룬 형상과 까만 배경과 선명한 빛이 조화를 이뤄 현실이 아니라 꿈이나 상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꽃처럼 피어나고, 꽃을 가진다 해도, 이내 안타깝게 시들어야만 하는 인간의 꿈과 같은 삶을 보여준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 '겁을 주고 격분하게 하며 상처 줄 때'가 아니라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복적이라고 말했다. 격하게 무언가를 드러내는 것보다, 고요하지만 이야기를 전하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도록 유도할 때 우리의 마음을 툭 건드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이미 경험한 아름다움을 담는 것은 예술이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다. 보이는 피사체 너머, 알 수 없는 모호한 세계를 희미하게 드러내는 것이 현대 예술의 역할이다. 작가가 결정해 놓은 세계가 아닌, 관람자들이 작품을 보고, 거기로부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예랑의 ‘화지몽’은 꿈결 같은 꽃들의 춤이고 연극이다.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의 슬픔과 기쁨, 희망과 절망을 담은 공연이다. 그들의 몸짓을 보며, 관람자들은 상상력을 자극받는다. 그 꽃들을 통해 우리는 황홀하지만 꿈결처럼 손에 넣을 수 없는 인생의 비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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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지몽(花之夢)
김예랑
빈 화면을 마주하며 공백을 유희하고 사유한다. 공간(spece)이 비어(空) 있지는 않았을 텐데 가시광선 너머를 보지 못하는 시선의 한계인지 늘 비어있는 듯하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 그 무언가다. 어둠을 수놓는 내밀한 별빛처럼 검은 배경에 화려한 꽃을 대상화(對象化) 한다. 아름다움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허공에 호기심을 넌지시 던져본다.
움직이지 않는 꽃을 오브제로 배치하였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모든 생명은 죽음이라는 한계성이 있다. 그 유한성으로 더 많은 가치를 부여받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우리는 매료된다. 내가 꽃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체는 숨 쉬는 순간부터 나날이 늙어가고 상실을 겪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파괴적인 시간의 흐름에 압도된다. 이러한 일련의 꽃에 대한 감상과 감정 이입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성장시킨다.
꽃으로 작업하면서 삶의 해상도가 높아졌다. 대상을 볼 때 꽃과 주변부가 어우러져 또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오감이 깨어나고 생명력이 투영된다. 꽂을 꽂아본다. 규칙 속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불규칙, 꽃들의 군상을 어떻게 존재시키는가는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꽃은 색 자체만으로도 리듬감이 있으며 그 농도에 따라 생동감을 부여한다. 시간을 버텨낸 숭고함 속에 조화를 표현하며 풍요로움과 향기를 담아보고 싶음이다.
나와 다른 존재와의 어울림을 통해 만들어내는 화음이 공간에 울려 퍼질 때 세상은 행복의 극치를 향한다. 공간과 공기 그리고 꽃이 펼쳐가는 삶의 의미. 꽃이 각자의 고유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연결고리로서 길고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꽃으로부터 시작되어 나를 찾는 작업은 시각적 이미지의 어울림 그리고 대승적(大乘的) 관계이다.
PROFILE
김예랑
개인전
2021 화지몽 『花之夢』 갤러리 강호
2021 화지몽 『花之夢』 프린트베이커리
2019 『Symphony of Flowers』, Galerie 89(Paris, FRANCE)
주요 그룹전
2021 선의 경계 : 사진으로 읽기, Galerie 89
2020 뉴욕 첼시 기획전 『Photography, at the Moment』, K&P Gallery, New York, USA
2020 붓과 종이, 일곱번째, 한옥란 갤러리
2019 Seoul Art Show, 코엑스
2019 『점이 선이 되기까지』, 토포하우스
2019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변화의 틈』, 예술의전당
2018 제 7차 중국연변 국제사진문화주간, 연변국제컨벤션전시센터, CHINA
2018 18th Pingyao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 ,핑요 고성, CHINA
2018 『신통방통』 , 갤러리 와(瓦)
2018 인물사진 <실어기>, 갤러리 사진창고
2017 붓과 종이, 두번째, 한옥란 갤러리
2017 CAUPA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작품연구반 수료전, 갤러리 라메르
2017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사진의 반란』, 예술의전당
2017 아포리아(aporia) 사진연구회 PSA in Korea, 세미갤러리
2016 Fukuoka Korea Fine Art Exhibition, Fukuoka Asia Museum, JAPAN
2016 Photography Spectrum, 한벽원미술관
2016 한국환경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2016 Oh, Paris! 7인그룹전, 한벽원미술관
2016 한불수교130주년기념 포토페스티벌 『사진의 힘』 , Galerie 89, Paris, France
2016 대한민국 명인미술대전, 한국미술관
2016 서울국제아트쇼, 갤러리 라메르
2015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시간의 기억』, 예술의전당
수상
2017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사진의 반란』, 예술의전당 *최우수 작가상
2016 대한민국 명인미술대전, 한국미술관 *명인상
2016 서울국제아트쇼, 갤러리 라메르 *대회장상
작품집
2021 화지몽 『花之夢』, 하얀나무
제목
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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