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하라 그리하면 사진이 보이리라2. ‘내 마음의 풍경’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기 있는 능내 강가에 도착했다.
당시엔 아직 유적지가 조성 중이었고 여기저기 공사로 파헤쳐져 있고 가지가 뭉텅 잘려진 나목들이 공터에 무수히 심어져 있었다. 하늘은 우중충하고 황량한 강가는 나룻배 한척 없이 썰렁하고 삭풍에 흙먼지만 회회 돌고 있었다.
새벽부터 사진 한 컷 얻겠다고 여럿이서 도착했는데 카메라 꺼내 볼 엄두도 나지 않는 풍경이었다. 리더인 필자가 혼잣말로 중얼 그렸다.
“대단한 장소네 큰 작품 나오겠어” 이 소리를 들은 어느 작가가 물었다.
“아니 여기 뭐가 있다고 큰 작품이 나온다는 겁니까?” 그는 막 입회한 초보자였지만 신문사 차장으로 사진에 미쳐 있었다. 훗날 MBC 기자가 되어 방송대상을 받는 등 선이 굵은 작가로 거듭난 이다.
“지금 설명해도 몰라, 눈에 보이는 대로 보면 이 자리에선 아무것도 찍을 게 없지, 며칠 있다가 준비해 와서 해 보자고....”
며칠 있다가 자동차를 여러 대 동원했다. 당시엔 조명다운 조명이 없던 시대라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조명으로 자주 사용했다. 자동차를 적절히 배치하고 매직아워(땅거미가 지는 시간대)를 기다렸다. 이 때 촬영한 작품이 ‘내 마음의 풍경’이고 필자는 입선밖에 못했지만 동아국제사진살롱전 등 권위 있는 공모전과 국내 공모전 등에서 금상 은상 등 여러 점이 나왔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만 인식한다. 사진도 눈에 보이는 대로 나오는 줄 안다. 하지만 사물에는 다양한 면이 존재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보는 관점에 따라 천변만화의 변수가 따른다. 조리개를 조이느냐 열어주느냐, 셔터를 고속, 저속, 렌즈의 화각, 현상시 시간 온도 약품 농도 조절 및 약품종류, 인화지 호수조절, 앵글과 포지션의 변화(구도), 빛의 방향과 시간대, 특히 김가중 같이 엄청난 테크닉을 가진 이는 그 테크닉에 비준해서 사물을 파악한다. 테크닉에 대입하여 사물을 보니 일반적인 눈에 보이는 사물만 보는 이와는 어마어마한 시각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는 카메라 메커니즘을 이용해서 이렇게 저렇게, 그런 후에 암실에서 어떻게 저떻게, 특히 오늘날은 포토샵이란 괴물마저 능하게 사용하고 그 기능을 대입해서 사물을 분석하고 관찰한다.
브렛송이 인식하라! 안목과 감정과 기술이 동일궤도상에 일치 되는 것이 곧 사진이다. 한 것과 김가중의 분석하라, 그리고 고민하라는 같은 선상에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아담스의 결과를 예측하라 와 화이닝거의 통찰 하라도 같은 맥락이다.
브렛송이 ‘나와 대상에 최대한 존경을 기우려라’ 한 것은 결국 김가중의 고민하라와 같은 말이다. 사물을 흘려보지 말고 유심히 그것이 빵구가 날 때까지 뚫어지게 보라는 뜻이다. 브레송은 같은 사진인들이 다 놓치고 지나간 곳에서 걸작을 찾아내는 능력자로 유명하다. 사물을 아주 유심히 보는 습성을 가진 전형적인 작가인 것이다.
화성 시화 들판에 갔을 때 필자가 폐 자동차를 찾아 소품으로 사용하니 어느 작가가 “나도 여기 엄청나게 돌아다녔는데 자동차 망가진 걸 못 봤는데 어떻게 알았지?” 사실 같은 장소로 촬영을 가도 필자는 남들보다 두 서너 배는 많이 돌아다니며 둘러보고 분석을 하고 머릿속에 미리 콘티를 짜 놓는다.(훗날 이 작품은 ‘화성연쇄살인 누드’ 사건으로 전 언론에서 무지막지하게 매도된다.)
인식이란 결국 인간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카메라가 보는 것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의 주관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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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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