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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하라 그리하면 사진이 보이리라 ‘북한산 야바위’
깔닥고개 하루재 영봉, 인수봉 앞에 있는 봉우리로 인수봉을 마주볼 수 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한 짐씩 지고 이 봉우리위에 아지트를 틀었다. 우리들은 오늘밤 이곳에서 밤을 새우리라,
‘야바위’
인수봉 거대한 바위 위를 야간에 암벽타기 하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하였다. 2시간정도 장시간 셔터를 열어주면 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궤적이 촬영되고 야바위꾼들이 머리에 단 헤드라이트가 거대한 바위에 붉은 선을 죽죽 그리리라.
밤새워 기다렸지만 바위꾼들은 술 쳐 먹고 기타치고 노래만 부르다 새벽을 맞고 말았다. 바위꾼들의 군기는 매우 엄해 선임이 야밤에 소주를 사오라면 후임들은 숨넘어가는 깔딱고개나 하루재를 넘어 우이동까지 내려와 소주병을 지고 또 그 산을 넘는다. 밤새워 몇 번인가 이 산을 넘어 다니며 술을 짝으로 사다가 다 소모했으니 무슨 암벽을 타겠는가?
젠장 일출이라도... 하지만 우중충한 하늘은 일출은커녕 차가운 빗방울이나 뿌리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너무 추워 움푹 파인 바위아래 모닥불을 피웠다.
“어떤 미친 넘들이 산에다 불을 피워?”
범강 장달 같이 생긴 사람이 즉시 달려와 호통을 친다. 지은 죄가 지엄한지라 찍 소리 못하고 재빨리 삼각대에 받친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사진 찍는 시늉을 한다.
“정말 무식한 사람들이네 이런 날씨에 사진이 되냐? 사진의 사자도 모르는 인간들 아냐? 빨리 싸가지고 내려가 이 양반들아.”
구박이 너무 심하자 일행 중 한 작가
“여기 산영인데요.”
“뭐? 김가중 사단.... 아이고! 김 선생님 와 계셔?”
남자가 넙죽 인사를 한다.
“김가중 선생님 저 000입니다. 이렇게 뵈고 인사 올리게 되네요.”
“아유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존함은 익히 익히고 있습니다.” 북한산 지킴이라는 별명을 가진 북한산 전문 산악사진가였고 필자가 컬럼을 내고 있는 잡지에 그도 매달 컬럼을 내고 있었다. 당연히 서로 이름은 기억하고 있는 사이였다.
“그런데 선생님 이런 날씨에 사진이 됩니까? 저 같으면 카메라 꺼내지도 않을 날씨인데요.”
“글쎄요. 선생은 눈으로 찍지만 저는 머리로 사진을 찍습니다.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오늘 작품을요.”
저 멀리 상계동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들이 성냥갑처럼 죽죽 서있다. 슬라이드(컬러 리버셜필름)필름으로 두 단 +로 촬영하면 온통 하얗고 아파트들의 선이 겨우 보이는 하이키한 필름을 얻는다. 이 필름을 얻기에는 바로 이런 우중충한 날이 가장 적합했다.
날씨 좋은 날 새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새빨간 연이나 패러 글라이드를 촬영한 하늘 사진을 이 하얀 필름과 겹쳐서 인화하면 온통 새파랗고 우중충한 도시위에 새빨간 연이나 컬러플한 패러 글라이드가 떠 있는 작품이 나오는데 강렬한 시각효과를 가져온다. 이런류의 작품은 보통 금상 아니면 은상정도 받을 수 있는 상당한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니콘 국제사진전 대상 작품 중에도 바로 이 형식의 작품들이 당선된바 있다. 나의 동료들은 이 테크닉을 훈련받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어떻게 촬영해야 되는지 잘 인식하고 있다. 그 북한산 전문 작가는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고 있는지 알 리가 만무하다. 당연히 멍청하고 무식한 사진가들로 보였을 것이다.
인식이란 이런 것이다.
‘당신은 눈으로 찍지만 우리들은 머리로 찍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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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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