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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연 네 번째 개인전 ‘시장 다큐 1985~2021 그들의 생존방식’ 연재1. 2022-08-13 11: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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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 네 번째 개인전 시장 다큐 1985~2021 그들의 생존방식’ 연재1.

 

2022년 9월 3() ~ 9월 13(기간 중 추석 연휴 휴관

평택호 예술관 전관

경기도 평택시 서정북로 99, 112-801 서정 더샵 아파트

010 3363 8187 / ysy8187@naver.com

2007년 벽으로부터’ 이후 15년 만의 개인전

작가와의 만남

9월 3(오후 2

내비 주소 경기 평택시 현덕면 평택호길 167

031-8024-8685

 

동명의 사진집

시장 다큐 1985~2021 그들의 생존방식

본문 312P 사진 391점 수록도서 출판 피알에이드

평택시 문화재단 후원으로 제작

 

올해로 사진 입문 50년째

1985년 송탄 시장부터 2021년 제주 동문시장까지

36년 동안의 결과물 증 1,000점 전시

 

1,000점 전시의 의미

수 만점의 필름 사진과 디지털 사진 중

전시 후보로 1차 A4 1,000점 선별 인화하고

그중 출판용 후보 A3 500점으로 압축 후 391점 수록

최종 전시작으로 16R ~1.5m 100점 확정

 

이 과정에서 중첩되지 않은 A4 사진과 A3 사진 포함한

전체 사진 1,000점을 모두 전시

 

이런 시도는정제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작은 사진을 블록으로 묶어 사진전의 대형화를 시도하고자 함.

기록사진은 작아도 된다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각적 확대.

동시에 오랜 기간 작가가 어떻게 기록해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진을

선별했으며 그 맥락을 어떻게 전개하는지 보여주고자 함입니다.

나아가 사진가는 물론 사진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사진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시도임

 

           

***********

작가의 글(사진집 서문)

 

추억이 아련한 것은

그 장소에 갈 수 있어도 그 시간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시장 사진의 바탕은 당연함이다그 당연함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마땅히 그러하다라는 본디 뜻하고 마땅히 그렇지 않다라는 반대의 뜻 말이다마땅히 그러한 것에 매우 인색한 우리는 마땅히 그러하지 않은 것과 마주하면 후하기만 하다요즘 들어 많은 이들이새로운 곳에 가거나 새로운 것을 보거나 새로운 것을 먹으려 할 때 너나없이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것처럼.

내 오랜 사진의 시작은 여기서 출발했다당연한 건 기록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인식을 뒤집어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도록 찍거나 당연하지 않은 게 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다나는 그것을 기록의 가치라고 부른다.

기록해 놓은 건 모두아무리 하찮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지나온 시간만큼의 가치가 따라오기 때문이다이미 그런 경험을 두 번 했다. 27년간 촬영해서 발표한 협궤열차 수인선과 촬영 후 이삼십여 년이 지나 발표한 쑥고개’ 사진으로.

 

그런 의미에서 36년간 찍어 모은 시장은 또 다른 마땅히 그러하지 않음이다.

 

옛 사진을 보면 영화로웠다거나 초라했던 흔적을 살피게 되는 게 아니라 그날의 오롯한 기억을 찾게 된다폐사지廢寺地에 갔을 때 종교로서의 자취가 아니라 희미해졌지만역사의 자취가 풍기는 처연함이나 숙연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시장 사진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남과 꼭 동질화되지 않는다롤랑 바르트가 일찍이 말한 대로 사진을 보는 관객의 입장은 두 갈래이기 때문이다작가의 의도대로 받아들이거나 의도와 상관없이 해석해서이다.

누군가가 묻는다왜 찍느냐고앞의 이유로 어떤 대답을 하든 절반밖에 수긍할 수 없을 듯하여 그저 찍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굳이 이유를 든다면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욕구와 할 수 없는 형편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사진을 선택했고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 때문이랄지 하는 한계로 기록사진을 했다는 핑계가 있다돌려서 이야기할 것 없다전공 예술가의 길을 걷기에는 형편이 안 되어서 그저 쉽게 누르고 가볍게 찍히는 사진을 선택했다는 말이고 형편이 안 되어서 그저 짬 날 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 기록사진으로 남았다는 말이다.

처음 시장을 만난 것은 아직 철도 들기 전의 유년기이다. 4일과 9일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시장이 내 집 바로 바깥이었다어느 해거름에 좌판 상인과 무언가를 흥정하는 어머니인듯싶어 반가움에 뒤에서 껴안은 이가 생판 모를 남이었던 기억도 있고 잔칫집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새 교자상에서 옻올라 생긴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생닭 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오라고 시키시던 곳도 바로 집 밖 골목 시장이다.

그 시장에 가끔 카메라를 든 미군이 찾아들었다그들이 찍던 모습은 어린 나였어도 감추었으면 하던 것들이다어느 날 내가 그것들을 찍고 있었다그들은 그런 것들을 왜 찍었을까나는 또 왜 그런 것을 찍는 걸까.

 

오래전, KBS라디오 사회교육 방송에서 인터뷰차 찾아왔다.

경기도에서 긴 시간 전통시장을 촬영하는 이가 드물어 내게까지 마이크가 돌아온 모양인데 중국과 극동에 사는 동포들에게 조국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거기서 나는 전통시장을 한국인의 원형질이라고 표현했다생명 활동의 기초요 정신의 기초를 이루는 단위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표현으로 그 지역 사회 문화를 옹골차게 담고 있는 현장이라 하고 지역 문화의 집산지이며 동시에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제야 고백하건대 나는 시장에서 원형질처럼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의식의 공통분모를 만나지 못했다물론 지역 문화를 옹골차게 담고 있는 풍경도 없었다.

1980년대 중반시장 사진을 처음 찍던 당시는 그나마 남아 있던 풍물이 하나둘 멀찌감치 물러나더니 중국산 플라스틱 제품을 필두로 미국산 농산물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백화점이나 현대식 상가에서 볼법한 공산품이 촌로들을 밀어내었으며 지금은 전통사회 사람들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한들 시장을 과거처럼 그들의 휴식처나 여흥을 돋구고 안면을 익히며 여론을 형성하면서 상업자본의 중심 역할을 했던 곳으로 여기질 않는다.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이 손님을 다 훑어간 장바닥에서 겨우 명맥 유지하며 단순하게 물건 사고파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어쩌다 향수 어린 풀빵 장사라도 만날라치면 그 귀퉁이에는 20Kg 가스통이 자리하고 있는 식이다.

요즘 들어서 대도시 주변의 오일장은 활기를 띤다반대로 지방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군청 소재지인 읍장도 오전이면 파하기 일쑤다면 소재지 장날은 장인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이고 일요일에 들르면 거의 텅 빈 거리만 남아 있다.

 

이번에 펴낸 시장:그들의 생존방식은 작품집이 아니다. 15년 전에 펴낸 기억의 저편 수인선처럼 사진집이다작품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기록의 맥락이 이어지도록 가능한 한 많은 사진을 담았기 때문이다애착이 가는 작품도 몇 점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 사진들을 주로 담았다.

 

벌써 7, 8년 된 듯하다시장 촬영 30년 즈음해서 사진전 겸 사진집을 내 볼 요량이었다출판사를 기웃거리려 사진집 뒤지던 서점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떡하니 사백 페이지나 되는 사진집이 나온 것이다소설을 쓴다는 어느 작가의 결과물이다그 자리에서 한참을 보았다전국 오백 곳이 넘는 시장을 빠지지 않고 다니며 찍었단다소설가답게 장꾼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걸 권역별로 나누어 설명을 곁들였으며 빠짐없이 날짜와 장소까지 적어놓았다.

내 작업 구상을 뒤엎었다그 사진집과 내 머릿속 사진이 절반 정도는 같았다일차로 골랐던 삼백오십여 장을 모두 포기하고 다시 골랐다그래도 조금은 다른 유형이라고 생각 든 천여 점을필름 스캔하고 저장한 파일에서 골랐다출판사 기웃거리는 것도 포기했다두 번째 작가의 설움일 터다.

제목도 다시 정했다그래야 고른 이미지 중에서도 맞춤한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게 정한 제목이 시장 사람들 그들의 생존방식이고 다시 시장 다큐 1985~2021 : 그들의 생존방식이 되었다.

생존방식에서는 장소와 날짜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또 오일장만 고집하지도 않았다가끔 섞여 들어간 장면 몇이 도시 한복판이기도 하고 그 변두리이기도 한 이유이며 어차피 한 묶음의 덩어리 안에서 온몸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방식이기에우리나라 오일장 모두를 기록하려는 능력이나 욕심이 없던 차에 좋은 핑곗거리가 된 셈이다.

필름을 다시 뒤지면서 첫 시장 사진으로 여겼던 1987년 성남 모란 시장보다 앞선 내 고장 송탄의 1985년 필름을 찾았다그렇게 해서 지난해 제주도 동문시장 컷까지 36년이다.

 

고백하건대 내 시장 사진아니 내 기록사진의 팔 할은 게으름이다미당 선생은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말했는데.

사진집에 실린 작품은 물론 그 세 배나 되는 1,000여 점의 전시 사진을 통틀어보아도 온통 게으른 흔적뿐이다펑펑 눈 내리는 풍경은 물론 비 쏟아지는 풍경이 드문 게 그 증거다시장의 설경이나 우중 雨中 풍경을 찍으러 나서는 게 아니라 찍으러 나간 날 비 오거나 눈 내리면 찍는 식이기 때문이다무얼 언제 찍으려고 나선 게 아니라 나선 날 만난 것들만 담았다명승이나 절경을 찍기 위해 새벽 별 보거나 몇 날 며칠을 한곳서 외롭게 버틸 자신이 없어 선택한 기록사진이지만 그나마 게으른 탓에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년에 한 번 가야 희미하게 변하는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게 내 성정性情에 이었던 셈이다그렇게 기다려준 시장이 수인선이나 쑥고개처럼 내 곁에 남았다.

한 가닥 위안이라면밑 빠진 두레박이라도 꾸준히 길으니 항아리가 온전하면 그득 차더라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 이만큼 흐른 현재 내 사진 속에는 앞서 부인했던 지역 문화의 집산지이며 동시에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곳이 변형된 채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아니 남아 있다고 누군가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추억이 아련한 것은 그 장소에 갈 수 있어도 그 시간에 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오랜 숙제였던 추억과 기억 사이의 시장’ 여정 旅程을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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