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정 초대전이 2022년12월13일 갤러리 '공간미끌'에서 개최되어, 25일 일요일에 마감한다.
'공간미끌'은 종로74 영안빌딩 B1에 위치한다.
양혜정 글
<은밀한 강박관념을 넘어서>
나에게 스타킹(Stocking. hose)은 단순히 소모되는 하나의 소모품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각선미에 대한 욕망의 결핍을 보충해주던 매개물이자 불편함에 대한 감수를 지녀야 했던 이중적 성질, 즉 강박관념에서 오는 연상 작용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중요한 단서로 작 용한다. 이 연상 작용은 '미적 욕망'과 '강박관념'이라는 양면성을 획득한다. 바로 이 점이 스 타킹에 담긴 내 작업의 메시지이다.
그렇지만 나의 스타킹은 더 이상 '강박관념'이 낳은 억압된 욕망이거나 외모 콤플렉스가 담 긴 스타킹이 아니다. 그것은 날씬한 각선미를 통해 바라보는 지점과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에 서의 새로운 욕망의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그저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오리고 붙이고 병합하는 과정이 욕망의 실험이 되는 주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 스타킹은 내 사진 속 욕망의 주체가 되어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 신만의 집중된 '미'(美)를 찾고자 함에 있다. 스스로거나 혹은 타인에 의해 입고 있든지, 신 고 있든지, 내가 만들지 않았지만 만들어져 있든지, 통념 속에 갇혀있든지 그런 건 전혀 중요 하지 않다. 그것들과 상관없이 '강박관념'이라는 무거운 갑옷과도 같은 통념을 벗기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적인 셈이다.
<전시 서문>
양혜정은 이상적인 여성의 종아리들을 표현했다. 늘씬한 각선미에 종아리는 종종 섹스의 대상이 되는데 스타킹까지 동원된 종아리는 더욱 그러하고 페티쉬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이기도하다 그러나 양혜정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이상적인 종아리는 아름다울지언정 섹시하지는 않다. 여성이 여성의 신체를 찍었다고 해서 섹슈얼리티를 상실하는 것이라 간단히 치부하기에 문제는 좀 심각하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는 곰곰히 들여다 봐야하는 숙제가 남는다.
섹슈얼리티의 상실, 성적 아우라의 상실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여성의 신체 를 중성화 시키는 간단 명료한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그 전략이 무엇이든 작가의 애 정어린 노림수는 여성의 신체가 성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작업물은 작가에 게서 생명을 얻어 자동기술적으로 스스로를 진행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유에도 불구하고 성적 매력을 배제한 인간의 신체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은 매우 드문 일인데 이러한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의 고백대로 미적 콤플렉스와 강박관념을 넘어선 과정으로 욕 망의 주체가 되어버린 스타킹과 작업물을 오브제화한 공고한 미적 도전을 곰곰히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와 생각거리는 또다른 고민을 제기하는데 여성의 신체에서 성적인 부 분을 제거함으로서 오히려 더 절대 아름다움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어처구 니 없는 질문은 익숙치 못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더군다나 실제 여성의 신체가 아닌 공장표 사물을 동원하여 키치적인 색상과 나열과 부속품의 열거, 그 열거에 의해 신 체와 미적 욕망과 콤플렉스가 증발된 진공상태, 비어버린 두개골내의 진공상태의 아찔한 충격은 두렵지만 감미롭다. 그렇다면 질문은 반복된다. 지구상의 아름다움 이란 과연 무엇인가? 중성적이고 반복적인 동의어 나열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나는 무엇인가? 진공간에서 아득하고 야릇한 변의는 무엇인가? 사실 늘 그렇다. 좌절과 결핍에서 희열의 싹은 트는것이다.
인간관계에 실망하고 분노하지만 인간과의 얽힘 없이는 차가움도 따뜻함도 없는 것이다. 미시세계의 양자 얽힘은 또한 사바세계의 얽힘이다. 욕망과 좌절과 선택된 자. 선택을 원하는 자, 그런 눈물들이 만들어낸 기술복제시대의 아름다움을 오늘 본 다. 그리하여 양혜정의 아름다움은 고통스럽고 서러운 서민적인 아름다움인 것이 다. 욕망과 콤플렉스 비워진 텅빈 진공상태에서의 아찔한 아름다움이야 말로 사람 마음의 얽힘이리라.
-갤러리 공간미끌 대표 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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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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