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과자연의친구, 60+기후행동, 그린피스
- 피해는 주민에게, 3조 규모 예산은 조림과 장비 위주
- 피해 주민 중심의 정책과 자연 기반 해결책 제시돼야
- 생태적 숲 관리, 주민 생계 복구, 지역사회 회복 담은 특별법 제정 필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2일 산과자연의친구, 60+기후행동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 공동 주최로 ‘제41회 우이령포럼 <산불과 산촌: 산림정책 전환과 피해주민 일상회복>’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 발생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점검하고 장기화되는 산불 피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과 정책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재 산불 대응 체계가 ‘진화 중심’으로만 한정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재난은 기상, 지형, 연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이를 반영한 예방과 대응 체계는 여전히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의 대응은 예방중심과 초동진화, 지자체의 역량 강화가필요하다” 며 산림 내 연료밀도 관리와 내화수림대 조성 등 과학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지난 21일 발표한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천이로 조성된 혼합림과 같은 생태계가 산불 확산을 막는 천연 방패막의 역할을 한다”며 “천이를 통한 혼합림 조성 등 생태적 복원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호지역 내 임도를 개발할 계획임을 암시하는 최근 산림청장의 발언을 두고, “이는 보호지역의 생태계를 파편화할 뿐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산불에 강한 천연 숲’의 조성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준기 산과자연의친구 부회장은 산불 추경 예산을 지적했다. 정부가 편성한 3조 원 규모의 추경 예산 대부분이 조림과 장비 확충에 사용되고, 정작 피해 주민의 생활 안정과 생계 회복에 쓰이는 예산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남 부회장은 “UN은 ‘유엔 사회권규약 제 2조 1항’에서 주거 전략을 위한 예산을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최대한의 가용 자원’과 ‘모든 적절한 수단의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수준의 지출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벌채와 재조림, 임도에 돈을 쓸 게 아니라 피해 입은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산림조합이 이번 산불을 계기로 ‘복구’를 명분 삼아 피해 지역의 나무를 벌목하고, 이를 ‘미이용 바이오매스’로 포장해 석탄 발전소에 판매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산불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도 이번 토론회의 핵심 주제였다. 신하림 작가는 피해 주민 인터뷰 사례를 소개하며 “산불은 불이 꺼진 뒤부터가 진짜 재난이다. 주민들은 빚과 공동체 내부 갈등, 생계 상실 등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임산물 재배방식 전환과 생산품 유통 지원 등 주민 맞춤형 실질적 생계 프로그램 마련을 강조했다. 또한 주민 간 심리적 갈등과 공동체 내부 신뢰 붕괴를 치유할 수 있는 소통 프로그램과 지자체 및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공동체 심리지원 프로그램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윤정 부산대 교수는 피해 지역의 특성까지 짚었다. 그는 “산불 피해 지역은 대부분 지방 소멸 위기 지역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대응이 더욱 어렵다”며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관 소통을 통해 개인별, 마을별 맞춤형 주거 대책을 장기적으로 마련하고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모니터링과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은식 산림청 국장은 정부 입장을 밝히며 "산불 대응을 위해서는 진화자원, 임도의 확충과 함께 숲가꾸기, 연료물질 제거 등을 통한 숲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며, 피해 복원을 위해 지역사회의 장기적 회복력을 지원하는 패러다임이 요구된다"며 "정부도 산림 관리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생계 복구, 지역사회 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임업인,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협력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현행 재난 관련 법령은 산불과 같은 복합적 재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에 부족하다”며 생계·공동체·지역경제 회복을 포괄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 공동위원장 역시 실제 지역에서 경험한 다양한 피해 지원 사각지대를 공유하면서 “산불 대응은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 문제”라며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공급자 중심의 지원과 회복을 넘어 피해자, 수요자 중심의 지원과 회복이 될 수 있도록 민관소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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