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上.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1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설명 下.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떠나기 위해 침통한 표정으로 차량에 탑승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직 대통령 형이 구속되는 첫 사례
"증거인멸의 우려로 영장 전격 발부"
MB 정권의 최고 실세이자 '만사형통'으로까지 통하던 이상득(77) 전 의원이 저축은행 등에서 거액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0일 저녁 11시 36분께 결국 구속됐다.
역대 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이 전 의원은 최초의 구속 수감자가 되는 불명예스러운 선례를 남겼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의원을 의왕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했다.
이날 영장 발부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는 "(이 전 의원의)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모두 7억여 원을 받은 혐의와 함께 특히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공기업을 인수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회에 체포동의안에 제출된 정두언 의원과 함께 2지난 007년 대선 직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만나 정 의원 측 차량에 임 회장이 건넨 3억 원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또 과거 자신이 사장으로 있엇던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채 자문료 형식으로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정 의원과의 공범 관계를 밝히는 한편, 저축은행 등에서 받은 돈이 대선 과정에서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구치소로 떠나면서 "국민의 이목도 집중돼 있는데, 국민께도 한 말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괴로운 듯 "죄송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하자 법원 청사에 미리 와있던 저축은행 피해자 30여 명이 계란과 물병을 투척했으며, 이중 일부 피해자들은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잡고 격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의 검찰 소환 조사가 있었던 지난 3일,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괴로운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 등으로 불리며 MB정권의 최고 실세 노릇을 해왔다.
靑, 이상득 전 의원 구속 소식에 '침통' 분위기
MB '제1회 인구의 날 기념식' 행사 돌연 취소
한편 청와대는 이 전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구속까지는 예정된 수순 아니겠느냐”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10일 밤늦게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 소식이 실제로 알려지자 침통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면서 다만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만큼 진행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예정대로 주재한 이 대통령은 밤늦게 참모진으로부터 이 전 의원의 구속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상득 전 의원 구속수감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11일 외부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열리는 '제1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와 유공자 포상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11일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참석여부를 고민하다가 준비상태도 그렇고 굳이 대통령이 갈 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시점이 묘하게 겹쳐 여러 해석을 나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는 현 정부 임기 7개월여를 앞두고 이 전 의원의 구속과 더불어 잇따라 터진 ‘대형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ㆍ일 군사포괄정보보호협정(GSOMIA) 졸속 처리 논란으로 상처를 입은 청와대는 민간인 불법 사찰 특검과 내곡동 사저 국정조사 등 힘겹게 넘어야 할 정치적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주요 행사 때마다 일성으로 강조했던, “마지막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겠다.”고 말했지만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앞당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