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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상생’
2012년 만해축전 현장을 가다
전야제, ‘시와 생명’ 주제 학술세미나, 만해대상 시상식 등 성황리에 열려
강원도 및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매년 주최해온 ‘만해축전’이 지난 8월 11일-14일, 설악산 백담사 만해마을 및 인제군 하늘내린 센터 일원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만해축전은 한평생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시고 순국한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의 높은 사상과 깊은 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열리는 국제적 행사다.
만해 선생은 구한말 풍운의 시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내내 자유와 평등사상이라는 인류사적 대의를 바탕으로 나라사랑, 겨레사랑이라는 민족사적 과제를 실천하면서 진보와 통일사상의 구현이라는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이 땅에 사랑의 철학과 생명사상, 그리고 평화사상을 실현하고자 진심전력하셨던 분이다.
올해 축전은 한국시인협회 및 유심 시조아카데미 주관 ‘공감과 상생의 시 한마당’이라는 주제의 전야제를 비롯하여, 한국시인협회 학술심포지엄, 유심시조아카데미 학술심포지엄, 만해시인학교 운영, 강원일보 주관 전국 고교생 백일장 및 님의 침묵 서예대전, 창작21 작가회 주관 세계작가초청 평화문학 심포지엄, 권영민의 문학콘서트, 만해음악예술제 등 다양한 형태의 문학 및 시서화 관련 행사가 열렸으며,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관한 제16회 만해대상 시상으로 축전의 대미를 장식했다.
8월 11일 저녁 7시 만해마을 <님의 침묵> 광장에서 열린 전야제는 가수 유열 및 김지녀 시인의 공동사회로 진행, 신달자 한국시인협회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근배 시인(예술원 회원), 이길원 시인(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임권택 영화감독, 배우 오정해(영화 서편제 주인공), 이에리사 국회의원(전 탁구선수), 탤런트 강부자 등이 시 및 시조를 낭송하고, 한국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의 쟁강춤, 가수 제갈인철 및 제1회 대학가요제 수상가수 이명우의 노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용광로를 불피웠다.
관중석에는 조오현 스님, 고은 시인 등 원로문인들의 모습도 보였으며 전국에서 모인 내노라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야제의 마무리는 참석자들이 함께 어울린 ‘다 함께 춤추기’ 및 불꽃놀이. 신달자 시인, 이근배 시인, 이길원 시인, 임권택 감독, 강부자 씨, 이에리사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은 사회적 지위도 나이도 잊은 채 손에 손 잡고 함께 춤을 추면서 가슴을 열었다. 전야제가 끝난 후에도 열기는 계속됐다. 천막이 설치된 잔디광장에는 국제행사답게 다문화음식이 준비되고 수백명의 참석자들은 모임별로 또는 낮모르는 사이에도 스스럼없이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밤 늦게까지 만남의 기쁨, 축제의 즐거움을 나누기도 했다.
다음날 하일라이트는 한국시인협회 학술심포지엄 및 만해대상 시상식. 오전 10시에 김유선 시인(장안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은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의 ‘인간의 이해와 자유실현으로서의 문학’ 기조강연에 이어, 유성호 평론가(한양대 교수)의 ‘다문화와 한국 현대시’, 홍용희 평론가(경희사이버대 교수)의 ‘분단체제의 균열과 월경의 서사’, 맹문재 시인(안양대 교수)의 ‘5,18민주화운동의 시학’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으며, 박미산 교수(고려대), 김명철 교수(숙명여대)의 각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오세영 시인은 기조강연에서 “문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 자유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진정한 창작은 불가능하고 진정한 창작이 없이는 과거의 그 어떤 미숙성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그것은 문자 그대로-물론 어느 수준의 윤리적 책임은 필이 따라야 하겠으나-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하는 이유, 나아가 어떤 절대적 신념이나 신과 같은 존재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8월 12일 오후 2시에 인제 하늘내린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제 16회 만해대상 시상식에서는 만해평화대상에 지구촌공생회 월주 스님과 캄보디아 지뢰박물관장 아키 라 선생, 만해실천대상에는 천주교 전 안동교구장 드봉 주교, 인도 우타라칸드 주정부 소수위원회 몬슈 고신 선생,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시장 쿠트 그리블 박사, 만애문예대상에는 쿠웨이트 여성시인 수아드 알 사바 여사, 경희대 명예교수이자 평론가인 김재홍 박사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심사위원 대표인 이근배 시인(예술원 회원)은 심사평에서 “평화대상 수상자인 월주 스님은 지구촌공생회를 설립해서 가난한 지구촌 이웃들을 위해 우물을 파주고 집을 지어주는 등 구제활동을 펴온 불교계의 큰스님이다. 공동수상자인 캄보디아의 아키 라 선생은 위험을 무릅쓰고 캄보디아 전국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데 앞장선 평화운동가이다. 실천대상 수상자인 프랑스 출신 드봉 주교는 젊은 시절 한국에 파견돼서 가난한 농민과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해온 원론신부이다. 공동수상자 몬슈 고신 선생은 인도 우타라칸드 주정부 소수위워회 책임자로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와 소수종교의 권익을 위해 애써온 사회운동가이다. 또 한 분의 공동수상자인 쿠트 그리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시장은 아우크스부르크 시에서 종교와 민족 간의 평화를 위해 평화축제를 주관해온 분이다. 문예대상 수상자인 수아드 알 사바 여사는 쿠웨이트 왕족 출신 여류시인으로서 문학을 통해 아랍민족주의, 어린이와 여성의 인권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온 중동지역의 대표적 시인이다. 공동수상자인 김재홍 박사는 만해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문학평론가로서 16권에 이르는 문학비평서를 출간했으며, 20여년간 시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을 발간하며 시문학 부흥운동을 이끌어 온 분이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자들의 이러한 업적이 만해대상 제정취지인 ‘평화사랑’과 ‘생명사랑’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평가하여 금년에는 일곱 분에게 만해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종회의장 보선, 포교원장 지원, 속초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을 비롯해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문순 경기도지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법어에서 “오늘 만해대상 수상자로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세상의 행복을 증장시켜 오신 분들”이라며 “만해축전이 평화와 인권, 생명을 향한 자비실천의 새로운 메아리를 만들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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