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내린 비는 아침이 되어서도 오락가락 내리고 있다.
태양이 구름 속으로 숨고 나니 도보를 계획하고 다시 한강길을 간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비오는데 어딜 가? 에그 역마살?"
그래도 그 비를 만나러 간다. 산하와 난 그런 점이 닮았다.
자연의 어떤 조화가 일어나도 약속한 일은 실천 한다는 사실이...
봄 부터 걷기시작한 길이 4대강사업의 일부인 한강길이었다.
강을 따라 걷는 일은 지루하기 그지 없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물이 흐르는 강과 물고기 낛시하는 새들 뿐이다.
그러나 그 주변에 많이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 즐겁다.
인간은 강의 신 마르쉬아스가 없으면 지루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포보까지 걷고 난 후 잠시 휴강한 길에 비가 오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 여주보까지 걷기로 한다. 약 12킬로미터다.
자전거는 인증도장이 있는데 왜 도보는 인증이 없을까?
이포보에 기념관은 매우 깔끔하다. 공룡알 들이 이포보를 지키고 있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열어 준다.
우리에겐 늘 비를 막아주는 우비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 우비를 드디어
사용하게 되었다. 비를 찾아 가는 데도 비는 그치고 햇살만이 반기는 우비!
오늘은 진정 비를 만나 안마를 받으려나 기대를 하면서 걷는다.
여주까지 걷는 길은 매우 지루하다. 홀로 이 길을 걷는다면
아마도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가 된다.
길에서 숨쉬는 영혼을 마구마구 먹어대면서 외로운 고행을 해야 한다.
그래도 반갑고 고마운 것은 구름이다. 햇살을 가려주고 걷는 동안
구름이 그림을 그려주는 은총을 받는 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넓은 길이 보이는 이 곳은 한 쪽은 자동차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니고
걷는 도보길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함께 공유하는 길...
이 길에 앉아 마르쉬아스를 기다린다. 피리를 불면서 다가 올 마르쉬아스를...
앗! 온다 언냐! 드디어 온다. 찬란한 구름을 등에 업고 가느다란 피리를 불면서
그가 온다. 내 영혼을 맑게 해 줄 그런 사람이 온다.
파란빛이 비치는 옷을 입고 상큼한 미소를 지은 젊은 그가 늠름하게 다가온다.
그리곤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야호!!!! 이제 비를 만나려나보다.
걷는다는 것은 작은행복이라하지만 커다란 기쁨을 선사해준다.
그 즉시 하고 싶은 행동을 마음껏 지른다는 것이다. 노숙자도 되어보고,
길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과 맞장도 떠 본다. 그래도 그 시간은
인생에서 누릴 수 없는 큰 에너지를 선물해 준다. 얼마나 기분 좋은 도보여행인가?
사람이 별로 없는 꿀꿀한 날 길을 걷는 기쁨을 만끽하는 그녀와 나!
등 뒤로 검은 구름이 계속 몰려 온다. 변함이 별로 없는 이포에서 여주가는 강에
퇴적암이 쌓이듯이 구름도 소리 없이 등 뒤로 다가온다.
그리곤 반가온 빗 소리가 들린다. 드뎌 만났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비의 신 !
여주보가는 중간길에서 바람을 몰고 오는 풍백신을 만났다.
빨강색 우비, 보라색우비 곱게 차려 입고 풍백우백과 대화를 나눈다.
모든 피로가 순간 싸악 가신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는 이렇게 속삭인다.
"잠시 당신을 만나 흠뻑 젖어 기쁨의 해후를 합니다. 그러나 다시 만나 인연의
해후를 즐기려면 아직도 더 억겁의 인연을 거슬러야 합니다. 그러나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큰 소리로 부르지 않고 작은 비로 내 온 몸에 그대가 휘감아 옵니다.
간지럽히듯이 다가온 그대는 내 영혼을 맑게 해 줍니다."
웃!~~~~포근한 그대여!
소낙비가 지나고 난 후엔 대부분 무지개가 뜨곤 하죠. 그러나 이 번엔
초록의 무지개를 보여 줍니다. 길가에 핀 무궁화도 초록에 물들고
온 통 나무와 풀들이 치유의 초록 물로 덮혀 도시에 쪄든 눈을 편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눈 앞에 아름다운 여주보가 펼쳐 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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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보가 시원하게 보이고 가슴시린 구름은 우리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해주고
간간이 내리는 비를 여전히 들뜨게 한 시간 이었습니다. 여주보까지 오는 길에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지루한 길에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캔 자판기였죠.
준비 한 식수도 동이났을 즈음 동네에 들어가 식수를 한병 채웠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정은 푸근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랍니다.
여주보는 긴 장마를 말끔히 벗겨 줄 것같은 느낌으로 우뚝 서 있었죠. 폴리스차가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운동하시냐고 ..."아직도 인간하고 거리가 먼 경찰...
언제나 경찰과의 신선한 대화가 오고 갈까요...
목이 마를대로 마르고 입에서 단내가 쿨쿨 올라오는 길에서
여주보가 그렇게 길에 느껴 졋습니다. 여주기념관에 오르니 전망대도 있고
멀리 보이는 구비구비 산자락은 운해를 두르고 대지의 詩를 들려 줍니다.
편의점에서 단 한개 맥주는 그렇게 달콤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목구멍으로 꿀~꿀~꿀~꿀~떡!~~~넘어가는 소리가 맛있는 시간!
오랫만에 느껴보는 그 시원함에 먼저 가서 기다린 그 파란 옷 입은 이에게도
한 잔 권하고 나도 덩달아 기분좋은 맥주를 마셔봅니다.
이 기분은 걷지 않은 사람은 모를 그런 느낌이죠...!
이제 이포보에 기다릴 행운의 기사를 만나야 하는데 여주보에 세워 둔
버스기다리는 곳엔 버스가 한대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왜 버스도 없는 길에 버스 기다리는 곳은 만들었는지....
여기저기 전화하다가 지나가는 동네 아찌한데 왕대리에가서 여주터미널에
가야 한다해서 걸어서 갑니다. 여주까지는 가자고...그러나 이제 힘이 빠진탓에
왕대리에 가서 버스를 가다리려고 하니 친절한 시크릿자동차가 옵니다.
얻어타는 그 맛에 여주터머널 근처에 와서 이포보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오니
시간은 약 20여분 그렇게 오래 걸은 이포에서 여주까지의 길을
단 20여분 만에 도착합니다.(여주터미널에서 천서리까지 버스2100원)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었죠. 여주보에선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매우
고달프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최소한 2시간은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여주보에서 더 걸어서 여주까지는 걸어야 한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하니까요. 시골길엔 버스가 자주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이포보에서 여주보까지 걷는 동안 깨달음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찬란한 구름과 태양이 있는 길만이 최고가 아니고 비가 오는 먹구름의 길도
아름답다는 것이죠. 비는 구질구질한 존재가 아니라 비는 우리의 생명을
찾게 해 준다는 것이죠. 고통이라 생각하지 말고, 고난이라 하지 말고
그 것 조차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죠. 함께 가면 비 속에도 태양이 뜹니다.
기쁨과 행복의 활성에너지를 가득 품어 안은 비는 모든 고통의 시간을
먹고 달려 오는 것이며 여전히 그는 억겁의 세월을 넘나 들며 새로운
희망의 날을 향해 산다는 것을 배웁니다.
오늘 비와 함께 걸어 본 이포에서 여주보까지의 길을 올려보면서
충주댐까지 약 200여 킬로이지만 도달하는 날까지 계속 갑니다.
2012년 8월 21일 李白
[한국사진방송]http://koreaarttv.com
이세은기자 hidam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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