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남전에서 전사한 정00대위가 남긴 마지막 말 -
1966년 봄 이었던가 고향 선배를 병무청에서 만났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육군 소위 계급장이 군모에서 빛나고 있었다.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하여 소위로 임관하였는데 대구 근교의 00예비사단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각 도에 위치한 예비사단은 병무청과 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유사시에 예비군의 신속한 동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전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관한 업무연락 차원에서 경북병무청에 파견을 나와 있었다. 얼마 후 다시 만났을 때 “나 월남 가내”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간 선배는 그 후 보이지 않았다.
그해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휴가를 얻어 고향에 갔는데 어머님께서 “아야 안내점(마을 이름) 정00가 월남서 죽어 유골이 왔단다” “나 월남 가내” 짧은 한 마디를 남기고 간 선배의 마지막 목소리는 아직 귓전에서 맴돌고 있는데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께서는 자식이 혹시나 월남을 지원하여 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그러한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하였으나 그때 실제로 파월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정 대위는 파월 후 계급이 중위에 오르고 귀국할 날짜가 잡혀 Tv, 라디오, 카메라 등 귀한 물건들을 먼저 보내고 입국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교대할 병력이 늦어짐에 따라 일어난 사고였다는 뒷얘기가 전해지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었다.
그 후 고향 선산에 안치된 정 대위의 무덤에는 누군가 명절 때면 꽃다발을 놓고 간 사람이 있어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여인은 김 대위와 연인관계에 있었을 것이라는 말들이 떠돌고 있었다.
당시 월남전에 참전하는 군인들의 가족들을 통해서 흘러나온 얘기는 값비싼 미제 가전제품을 가족에게 보내오고 돈도 모을 수 있다는 솔깃한 말들이 필자를 파월 쪽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선배의 전사소식에도 파월의 집념은 더 강하게 일고 있었음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가겠다.
상주 출신의 김상호 부속실장에게 “계장님 나 월남 가겠습니다. 청장님한테 말씀 좀 해주십시오.” 이우신 병무청장한테는 차마 월남을 가겠다는 말씀은 드릴 수가 없었고 부속실장에게 몇 번 부탁을 했었으나 못들은 척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차례 같은 말을 하니까 어느 날 청장실을 나오던 김상호 부속실장이 “들가 보레이 청장님이 들라신다” 들어가자마자 벼락 떨어진 소리에 청장실이 무너진 것 같았다. “니 죽고 싶나? 이 자슥아 월남전에서 하루에 죽은 군인들이 몇 명인지 알기나 아나?“ 호랑이 보다 더 무섭게 생긴 이우신 병무청장께서는 김종필 전 공화당 총재와 육사 동기생으로 산청 출신이다. 기억력이 뛰어나셨고 한문글씨를 아주 잘 쓰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월남전에 파병되려면 부대장의 추천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청장의 추천서가 없이는 파월이 불가능하므로 그러한 절차를 밟으려 하였던 것이다. 청장의 호통 한 마디에 파월의 꿈과 기대는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일요일에는 간혹 파월 군인을 태운 군용열차가 대구역을 통과하여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역에 나가 환송을 하게 된다. 공공기관의 직원들과 대한적십자사 등 민간단체에서 차와 음료수를 마련하고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역으로 나와 조국의 이름으로 파월되는 장병들을 향하여 태극기를 흔들며 환송하는 행사에 참여하였다. 구릿빛처럼 검게 탄 바싹 마른 얼굴들, 환송객을 내려다보는 초점 잃은 그들의 얼굴에서 그들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들을 태운 석탄열차는 검은 연기를 내뿜고 대구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가지 태극기를 흔들며 살아 돌아오라는 보낸 이의 바람은 열차에 실려 그들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 계 속 -
한국의 야생화 - 며느리밑씻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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