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대복귀 특명은 중부전선으로 -
1967년 2월 초순 원대복귀 특명을 받고 정들었던 '경북병무청' 시대를 마감하고 또 다른 병영을 찾아 따블백(군용 가방)을 매고 무거운 발걸음은 그렇게 병무청 문을 나선다.
육본에서 국방부로 이관된 병무행정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게 되고 병무청에 파견되었던 현역군인들의 원대 복귀로 인한 빈자리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맡았다.
육본에서 현역병 기록카드를 찾아 특명에 따라 강원도 00사단 00연대 부관부에 전입신고를 했다.
인사담당 하사 한 사람이 카드를 들여다보더니 “이훈에서 육본으로? 거기서 또 국방부로? 끗 발 존네” “주특기는 존데 제대가 얼마 안 남았으니 대대로 내려가 있어“ 퉁명스럽게 뱉어 낸 하사관의 말을 뒤로하고 연대본부를 빠져 나와 대대본부를 찾아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될 때쯤 기동훈련이 시작되고 전 병력이 이동하여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게 된다. 제대말년이라 봐주는 것이었을까 특별하게 받은 직책이 없었고 날마다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게 일과로 기동훈련 상황에서도 하는 일거리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한참 뒤에 알게 되었는데 주특기가 700(일반 행정병)으로 전투병으로 소속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동훈련 중 제대 한 주 전에 내려오는 제대 예비특명에 군번과 이름이 누락되어 있었다. 이는 다음 주에 제대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떨어진 낙엽도 조심하라’는 제대말년의 상황이 아니던가. 소대장을 만나 연대본부를 다녀와야겠으니 공용증을 내달라 하였으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아 중대장실로 들어갔으나 출장 중이어 대대장실로 들어갔다. “화랑! 육군 병장 정양진 대대장님께 용무 있어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소대장을 부른다. “이 사람 당장 공용증 발급해줘”
공용증을 바지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허겁지겁 연대본부를 찾았을 때는 전입신고를 할 당시의 인사담당 하사관과 병장 한 사람이 있었다.“다음 주에 제대할 예비특명에 이름이 누락되어 올라왔습니다.”이름이 뭔데?” 퉁명스럽게 하사관이 묻는다. "정양진입니다” 옆에 있던 병장의 하는 말이 기가 막힌다.“기록카드가 없어, 해당은 되는데” 군번으로 봐 다음 주 제대 대상인 건 틀림없으나 기록을 찾을 수 없어 예비특명에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 해주는 말이다.“좋습니다. 내가 카드를 찾아보겠습니다.” 현역 기록카드상자에는 계급순서로 연대장이하 장교, 하사관, 병의 순서로 보관되어 있었다. 카드를 찾는 데는 불과 5 분도 걸리지 않았다. 장기하사(직업군인) 카드와 일반하사 카드 사이에 꽂혀 있었다. “카드 여기 있습니다.” 당당해진 필자 앞에서 말을 잃은 두 사람, 마침내 하사관이 말문을 연다.“일 주일 있다가 나가지” 당당하던 그의 말투는 풀이 죽어 있었다.“안 됩니다. 의무기간은 하루도 덜하거나 더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예비특명은 연대장을 대리한 부관 장교가 서명하여 관련부대에 내려 보내려고 등사를 마친 상태였다. 그때 연대 부관장교가 방에서 사무실로 나온다. “무슨 일이야?” 목소리를 높여 따지고 있었던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부관의 방과 사무실은 문 하나 사이로 문제가 더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필자의 정당한 권리주장에 두 인사행정병들은 주눅이 들어 있었고 당당하던 그들은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부관장교는 부하들의 잘못으로 일주일 더 복무하는 책임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다.
“기안해서 다시 올려” 체구와 얼굴이 군인답게 잘 생긴 부관장교의 짧은 한 마디에 사건은 해결되어 30개월의 국토방위 의무기간을 마치고 제대할 수 있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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