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없으며, 선도 없으며 실체도 없는 것이
실체가 되어 선으로 날을 세우고 내려 오는 비
세찬 바람을 모시고 오면 더 강한 비가 되어
몸으로 파고드는 비! 그 비의 길을 가봅니다.
9월 4일아직 충주까지 가려면 길이 멀었는데
몸의 컨디션이 좋지를 않아서 옴팍을 걷기로 하였다.
성남에 뿅의전설이라는 짬뽕집이 있다. 얼큰한 국물로
비를 달래보며 먹는다. 창밖에 쓸어지듯 내리는 비를 본다.
"그래 더 세차게 오렴 네가 거기 갈때 까지" 그래야 비를
맞으며 걸어 볼 수 있으니...
식도가 후끈 달아 오르는 느낌으로 올림픽공원으로 향한다.
비가오는 가운데에도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열정이 가득하다.
여주보에서 등록을 한 우비가 이젠 제 몫을 한다.
아무도 없다. 평소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없다.
모두 집으로 귀가 하였는지 공원이 헐렁하기만하다.
"아싸! 전세냈구나 우리가"
비가오면 사람들은 꾸질꾸질하다면서 싫어 한다. 그러나
우린 다르다. 비가오는 그 자체를 기뻐한다.
찜질방에가서 받는 물 안마보다 훨씬 가볍고
시원한 소나기 안마가 있다. 그 안마를 느끼지 않은 사람은
모름~~모름~~모름~~~
비가 가는 길은 어디일까?
언덕을 하나 넘어서 왕따나무를 보려고 가는 중에 저지를 당한다.
경비아찌가 비가 너무나 많이 와서 못간다면 한사코 말린다.
앞에 먼저 간 저 여자는 왜 안 막았냐고 우겨도 막무가내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니 비는 가볍게 덮여 있는 흙들을 모조리
끌어안고 흘러 내려온다. 아마도 하데스가 명령을 내렸나보다
비의 신 우사가 먼지로 되어 대지를 막고 있는 영혼들을 데려오라고,
조그만 도랑사이로 거세게 빗물이 흘러 내린다.
비가 가는 길이 험한 것은 사실이다.
풍백이도 함께 오시니 차갑기 그지없다.
지나치게 강하여 때론 다 지어진 논과 밭은 흙더미에 깔아 뭉긴다.
막무가내로 흘러 내려온 흙탕물로 인하여 거리가 물바다가 된다.
비는 왜 인간이 싫어 하는데도 그렇게 하는 것일까?
비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내가 왜그러는지 모른다. 그저
하늘에 떠 돌다가 이것 저것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하얀 몸이 검게 변해 하늘에서 이승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혼자오려고 하였지만 꼭 바람이 함께 오니 나도 어쩔 수 없다".
가볍게 더 가볍게 비우려고 애를 썻지만 그도 안 되었는가 보다.
억겁의 세월을 인고로 버텨내려면 비가 되어 내려 와야 하는가 보다.
내리고 또 오르고 그렇게 겁의 세월을 가야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기에
비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다.
비가 가는 길을 아주 단순하다. 가벼이 앉아 있는 흙들과 먼지들을
모두 태우고 간다. 시냇물에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간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비를 맞고 걷다보니 또 언덕이 나왔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비가 온다고 막는 것이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그 언덕으로 올라간다. 아까 막았던 그 언덕에서
아저씨 한사람이 비와 함게 땀을 흘리며 조깅을 하며 온다.
"앗! 거기 올라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오셨는지요?
"엥 무슨소립니까? 막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반복을 한다.
맞다 칫...우린 반대편에서 언덕꼭데기에 이른다.
철철내리는 빗소리는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에 내리고
살포시 그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그 비를 무던하게 맞고 있는 왕따나무가 더 우람하게
보이는 시간이었다.
아마도 이 비를 간절하게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왕따나무는... 사진가들이 들이대는 빛의 소리에 놀랐다.
나의 초상권은 생각하지도 않고...쳇...
무심한 사진가들 때문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
그는 비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포근해 보이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날린다.
비가 더 세차게 내려꼿자 이젠 우산을 접고 비에게 등을 내어 주었다.
혹 내 등에 욕심이 있걸랑 가져가라고...
혹 내 머리에 욕망이 가득 하걸랑 모조리 쓸어 가라고...
더 깊숙이 들어와 내 심장에 앉아 있는 이 놈의 열병도 가져가라고...
약 네 시간 정도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비를 만났다.
그와 가벼운 키스도 나누고, 가볍게 끌어 안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를 내 등에 태우고 다녔다.
비는 지쳐있는 이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준다.
그리고 시끄럽던 조각들에게 쉼을 준다.
비가 가는 길이 때론 재앙이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그것을 알자. 비가 찾아와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비는
반드시 바람을 데리고 오니 미리 준비하자.
꾸질꾸질한 것이 나쁘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을 태우고 가을로 가는 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가는 길에 나도 동행을 한다.
"번쩍이는 번개가 위험하다. 홀로 세낸 공원의 호젓함을
뿌리치지 못하고 걷던 공원. 오롯이 내게만 허락 된
고요함이 고맙구나. 신발에 넘친 빗물쯤이야 무에 대수랴.
마음에 고인 흥건한 빗물이 행복인 것을...
하나둘 켜지는 가로등 빛살은 반짝이고 시간은 가을을 재촉하며
비와 함께 흘러간다".
산하의 독백을 되뇌이며 비오는 공원에서...
* 참고로 위의 사진은 갤럭시스마트폰으로 담았습니다.
한국사진방송]http://koreaarttv.com
이세은기자 hidamul@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