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끌어당겨, 가까워진 세상
그의 일터는 서울시철도공사다. 기관사가 그의 일이다. 일터 밖에서의 그는, 한 어머니의 아들이요, 수차례 티베트 수미산에 오를 정도로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명상을 통해 바깥 상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3년 전 말기암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곁이 말할 수 없이 허전했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공허함 속에서, 사실은 늘 있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일터와 동료들, 즉 집과 자신의 내면 바깥에 견고하게 자리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때론 지긋지긋하고 답답하게 여겨지던 일터가,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던 일들이, 마음을 다 터놓지 못했던 동료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로 직장과 동료들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다. 늘 내면에 닿아있던 그의 시선이 카메라를 통해 외부로 닿게 된 것이다. 그러자 허전했던 곁이 묵지근해지고, 멀리 있던 세상이 가까워졌다. 그는 “나에게 사진이란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며, 직장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의 표현입니다”고 말한다.
아련하고 흐릿한 흑백 사진으로 바깥세상을 담아내면서 작가는 명상할 때의 기분에 젖어들었다. 사진을 통해 바라 본 바깥세상의 모습은 이전보다 아름답고 소중하게 다가왔다. 전동차와 선로와 기계들에 바람과 들풀, 나무, 구름, 해와 달이 섞이고 동료들의 표정과 눈빛이 담기면서 생기가 더해졌다. 직업인이 자신의 직장과 직장의 동료들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 드문 현장사진인 <일터와 일벗>은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지난 해 첫 개인전을 통해 일터의 풍경을 주제로 한 사진을 선보이고 난 후 그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인물사진을 찍는 데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카메라를 들고 일터 곳곳의 많은 동료들을 찾아다녔다. 마주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속을 명상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타인의 마음속을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은 그가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는 듯하다. 비오는 날의 철로 한 가운데, 역 안에서 바라본 철도변 풍경, 오직 그가 그 일터에 몸담은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풍경들. 또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동료, 카메라를 향해 활짝 미소지어보이는 동료,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동료까지, 사진에는 자신의 일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현장감과 동료를 향한 작가의 애틋한 시선이 가득하다.
<일터와 일벗>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정태연의 사진전은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전시된다.
사진가 정 태 연
1970년 서울 출생
1989년 명지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입학
1997년 명지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졸업
1998년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입사
1999년 - 2006년 7,8호선 기관사 업무 수행
2006년 - 2009년 5호선 고덕차량관리소 근무
2009년 - 현재 8호선 모란차량관리소 근무
2002년 - 2003년 한국요가연수원 지도자 교육 수료
2004년 - 2007년 한국요가연수원 쿤달리니요가 수행
2005년 - 2007년 티벳 수미산 3차례 성지 순례
개인전
2011년 개인전 (사진갤러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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