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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기행-신두사구, 안면암과 간월암, 꽃지 낙조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은 해수욕장도 좋지만 특히 우리나라 최대의 모래사막, 즉 사구(沙丘)로 유명한 곳이다.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하여 사빈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에 의하여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탁월풍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지형이다. 해빈(海濱)이란 해안선을 따라서 해파(sea wave)와 연안류(longshore current)가 모래나 자갈을 쌓아 올려서 만들어 놓은 퇴적지대를 말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겨울철에 우세한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인접해역이 대체로 모래로 형성되어 있어 간조시 넓은 모래갯벌과 해빈이 노출되어 바람에 의하여 모래가 갯벌과 해빈에서 육지로 이동되어 사구가 형성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해안사구로서, 독특한 지형과 식생들이 잘 보전되어 있는 편이다. 연분홍의 해당화 군락,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적 가치와 조류의 산란장소로 생태적 가치도 뛰어난 곳이다.
다만, 근년들어 사구가 점점 황폐화되어 가고 있어 보존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신안 앞바다 우이도에도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풍성사구가 있는데 우이도 역시 사구의 황폐화가 문제화되고 있다. 모래언덕을 다정하게 거닐고 있는 두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다음일정은 안면도 소재 안면암.
안면암(安眠庵)은 간월암(看月庵)과 더불어 안면도와 천수만 일대를 대표하는 암자다. 안면암은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에 위치해 있다. 간월암은 섬 위에 절이 자리잡고 있는 반면 안면암은 뭍에 절이 세워져 있고 절 앞 바다 위에 두 개의 섬이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천수만을 바라보는 안면암은 속칭 '조구널'이라는 두 아기 섬을 앉혀놓고 오늘도 만남과 헤어짐을 숙명처럼 되풀이한다.‘조구널’이란 예전 이곳에서 조기가 많이 잡힐 때 그 조기들을 이곳 무인도에 널어 말린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삶의 이치도 이러지 않을까? 밀물과 썰물에 이어지고 끊어지길 반복하지만, 알고 보면 결국 하나임을 이들 암자와 섬은 무언으로 일깨워준다. 이승과 저승이, 속세와 법계가 외떨어져 있는 듯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일몰과 일출 또한 삶과 죽음처럼 둘이 아니다 싶으니 석양을 관조하는 마음이 꽉 찬 듯 허허롭다.
안면암은 석지명(釋之鳴) 스님이 1998년 지금의 자리에 창건한 암자. 한때 경기도 의왕 청계사 주지와 속리산 법주사 주지, 불교조계종 종회의원을 지내기도 했으나 지금은 모두 버리고 충남 괴산의 각연사와 안면도의 안면암을 오가며 수행ㆍ포교에 힘쓰고 있다. 해변의 언덕에 위치해 있어 바다의 표정 하나하나가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매년 12월 31일 저녁과 1월 1일 아침에는 안면도와 천수만 일대에서 펼쳐지는 일몰과 일출의 대장관을 보기 위해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곤 한다.
세속의 나이로 올해 63세인 스님은 바다와 인연이 깊다. 지명 스님은 갓난아기 때 포대기에 싸여 동진 출가한 수행자. 부산 범어사에서 강원을 마치고 동국대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미국 템플대에서 비교종교학 석·박사 학위를 딴 스님이다.
지명 스님은 탐험가로도 유명하다. 2004년 1월에는 20년 된 낡은 무동력 요트를 타고 미국 샌디에이고 항에서 하와이 호놀룰루와 일본 오이타 무사시 항을 거쳐 120여일 만에 부산 항에 도착하는 대장정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당시 탔던 요트의 이름은 ‘고통의 세계에서 피안에 닿는다.’는 뜻의 ‘바라밀다’호. 집채같은 파도와 싸우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며 생명을 건 탐험을 감행한 것이다. 스님은 그 길고 긴 여정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그는 안면암에서 글을 쓰면서 수행과 포교를 하고 있다. 그가 2009년초 펴낸 에세이집 <그것만 내려놓으라>(조계종 출판사)는 안면암에서 노을과 철새를 벗삼아 써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생활 속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불교의 핵심인 무(無)와 공(空) 사상을 통해 자상하게 일러주고 있다.
스님은 “경쟁하지 않는 삶도, 패배하지 않는 삶도, 그리고 져주며 사는 삶도 결국은 불가능하다”며 “집착을 내려놓는 것만이 우리가 취해야 할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스님은 욕심도 내려놓아야 할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욕심은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생겨나 우리를 괴롭히고 망가뜨린다”며 “비교심을 무(無)로 돌리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무심으로 삭이고, 마음을 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면암은 부교형태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상탑(浮上塔)도 유명한데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부상탑이 보이지않았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 바다의 조속한 원상회복을 기원하기 위해 2009년 늦봄에 만든 탑이라 하는 데 이제 그 후유증이 사라지고 원상회복이 됐기 때문일까? 부상탑의 본체 높이는 11m, 7층 탑이다.
부상교(浮上橋)로 조구널 섬까지 건너가 본다. 부상교는 밀물 때는 물위에 뜨고 썰물 때는 갯벌에 내려앉는 다리이다. 길이는 약 160m. 다리 난간 지주에는 부처님의 법문이 기록되어 있다. 천천이 다리 위를 걸으면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다.
조구널섬은 여우섬이라고도 부르는 데 섬 주위가 바닷물로 침식된 해벽 및 암반형태라 여기저기 기암괴석도 널려 있다.
안면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천수만에 물이 찼을 때의 부상교와 부상탑, 그리고 두 '조구널'섬 경관 사진을 볼 수 있다.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안면암을 돌아본 후 꽃지해안 가는 길에 점심식사 겸 간월암도 찾았다. 간월암은 지난 3월에도 왔던 곳인데 물이 빠진 시간이라 육지와 섬이 이어져 있었다. 간월암 인근에는 ‘맛東山’이라는 청국장과 영양굴밥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간월도는 육지에서 불과 몇십미터 거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그만 섬이다. 썰물 때는 바다가 열려 걸어서 건너갈 수 있고, 밀물 때는 뗏목이나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섬 위에는 간월암이라고 부르는 절이 위치해 있다.
간월도에는 다른 건물이나 주택은 일체없고 섬 전체가 '간월암'이라는 절이 차지하고 있다.간월암은 과거 피안도(被岸島), 피안사(被岸寺)로 불리며 밀물 시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또는 배와 비슷하다 하여 연화대(蓮花臺) 또는 낙가산(落伽山) 원통대(圓通臺)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이름을 간월암(看月庵)이라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하였다고 한다. 이후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간월암이 폐사되었던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공선사는 이곳에서 조국해방을 위한 천일기도를 드리고 바로 그 후에 광복을 맞이하였다고 전한다.
간월암은 밀물과 썰물 때 섬과 육지로 변화되는 보기 드문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진 낙조와 함께 바다 위로 달이 떠올랐을 때의 경관이 빼어나다.
간월암에는 본당 이외에도 산신각, 소원지 등이 있다. 소원지는 소원을 적어넣고 종을 세번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이다.
안면도의 또 하나의 명물은 할미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한 꽃지해안의 낙조 풍경이다.
만조시에는 바위섬 두 개가 바다 속에 잠기는 데 필자가 찾아간 시간은 아직 바닷물이 들어오지않아 두 섬까지 걸어들어갈 수 있었다.
날씨가 좋지않아 과연 낙조를 볼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는 데 오후 5시 11분 경 붉은 해가 잠깐 그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찍기에는 위치가 좋지않았지만 그래도 천만다행.
오늘은 오후 5시가 넘었는데도 물이 들어오지않아 바닷속에 잠겨있는 할미할아비바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필자가 이곳 꽃지해안을 찾은 건 올해에도 두번째. 첫 번째는 지난 봄 3월 22일이었다. 그때는 바닷물은 찼지만 날씨가 흐려 낙조 해를 볼 수 없었다. 맑은 날 바닷 속 할미할아비바위 사이로 잠기는 아름다운 낙조 풍경을 만나기가 쉽지않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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