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중심지 한양길을 걸었다. 종로구의 한양도성길을 걷기로 하고
광화문역에서 교보문고 방향출구로 나와서 11번 마을버스를 탄다.
종점인 성북동을 오니 가을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 만추는 불게 물들어
대지로 대지로 떨어 지고 있었다.
성북동에서 시작하여 말바위 안내소를 지나 숙정문을 거치고 백악마루를
지나면서 창의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약 3.2km 된다.
걷는 시간은 2시간여 소비되지만 수다의 양념을 치고 렌즈를 들이대면
서너시간은 기본이다. 오르는 길이 거의 나무로 된 계단과 돌로 만든
계단이라 무릎이시리거나 통증이 있는 분은 반드시 무릎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한강길을 마치고 나니 이젠 걷는 일은 예사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사물을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壬辰年의 초겨울은 한양길을 걸어보며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번엔 동행인이 둘이나 늘었다.철모르지道友클럽에 들어 오심을 환영합니다.
환영의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만추는 붉은 옷을 입고
다섯손가락으로 인사를 한다. 그 가을에 새삼 태어남을 기쁘게 느껴본다.
불혹이 지나면 세상의 넓음을 인지하고 오십이 되면 이제 새롭게 다시
태어남으로 깨달음의 道를 알게 되는 이치일까?
知道者不惑 知命者不憂.
길을 알면 헤매지 않고
명을 알면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한 회남자의 글에서처럼 길을 안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지 새삼 깨달아 보는 시간이 되었다.
돌계단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성곽길엔 보이지 않는 기운이 스며있다.
곳곳을 지키는 장정들의 늠름함과 나라의 중심지를 걷는 다는 느낌은
왠지 장하다 느껴지며 우리의 중심인물이 있는 곳이니 만큼 더욱 값지게
생각 되었던 길이다. 그래서 사진를 찍지 말라는 곳은 철저히 담지 않았다.
물론 인공위성으로 모두 파악이 되겠지만 내 집을 지키는 마음이 들었던
시간이 되었다.
숙정문에 오르기까지 앞으로 남산의 부드러움이 보여지면서 좌청룡 우백호의
기상이 느껴지는 말바위성곽길이다.
숙정문을 지나 백악마루에 가기전에 121사태 총상입은 소나무가 눈에 뛴다.
유난히 분단된 아픔에 서름이 있는 나는 그 모습에 가슴이 저려 옴을 느낀다.
총살을 당한 그들이나 위협을 느낀 우리네 들이나 다르지 않지만
사상이 다르고 나라의 중심이 다름으로 인하여 갖는 그 아픔이 고스란히
내 폐부로 들어 옴을 느껴본 길이었다. 이 곳에서 사진도 담아 본다.
정상즈음 오르면 백색의 바위로 중심을 지켜주는 커다란 백색바위가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인고로 버텨 냈는지 나는 모르지만 그 의 얼굴을
만져보고 올라보면서 아주 조금 느껴 보는 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골목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으며 큰길과 대로를 주로
애용 하였다. 그러나 좁은 통로를 가진 길들을 걷다 보면 그 길에
곁들여진 아픔이 보인다.
깍아 지른듯한 계단길은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이다. 사람이 이처럼
생겼다면 얼마나 애처로운가 ?
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이날 바위에 올라 정상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트가 되어 보기도 하며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분좋음이 남산을
타고 흘러간다.
창의문을 거쳐 내려오면서 도시의 길이 이렇게 정답게 느껴졌던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그리고 잔치국수 맛있게 해주는 집을
한참을 찾아서 먹었다. 새로 합류한 두명의 동행은 조금은
힘이 부치는지 미리 집으로 귀가하고 우리 둘은 다시 경복궁을
거쳐 광화문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도시를 걷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걸어야 한다. 공기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몸을 단단히 간수해야 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겨울해가 그렇게 바쁘게 넘어가건만 잡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고 차등도 환하게 밝히 도시의 거리
광화문 앞에서 왜그렇게 서성이고 싶었나?
미명의 불빛아래 스려져간 슬픈이들을 기억하려는가?
작은모니터로 들어가는 도시인들의 마음을 잡아 보려는가?
지난 날 쓸쓸했던 도시거리는 이제 내 마음에
풍요의 길로 자리잡고 앉아서 호령한다.
이런 길 , 저런 길. 모두 다 걸는다 하여도 그 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는거다.라고하며
어서 집으로 가라고 등 떠민다.다음 달이면 대통령선거다.
나라의 머리를 세우는 일이다. 그 머리가 어떤 길을 갈지
알아야 하며 그 머리가 얼마나 귀한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얼마나 넓게 보고, 멀리 보고 작은 것이라도 귀하게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자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가져보며 하산한다.
다음 길은 창의문에서 시작하여 인왕산을 끼고 사직공원을 거쳐
돈의문(서대문)을 걸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그 날의 道이다.
한국사진방송]http://koreaarttv.com
이세은기자 hidam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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